강제노동·장시간노동으로 하청노동자 벼랑 끝으로 내몬 자본가들!
- 그러한 자본가들을 모범 사례로 추켜세우는 고용노동부! -
지난 17일(토) 저녁,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던 김 모(고3, 18세) 학생이 장시간 초과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김 모 군은, 많을 때에는 1주일에 60~70시간의 초장시간 노동을 해왔으며, 이날도 오후 5시 30분부터 토요특근에 투입된 상태였다.
현대기아차와 같은 대기업에서 주40시간 노동제가 실시된 것이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게다가 미성년자에게는 주 46시간 이상 노동을 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조차 무시된 것이다. ‘현장 실습’이라는 미명 하에 젊은 노동력을 ‘값싼 임금에’ 강제노동·장시간노동에 투입해온 거대 재벌의 후안무치·파렴치함이 결국 김 모 군을 사경으로 몰아넣었다.
기아차 광주공장에만 60~70명 가량 일하고 있는 ‘현장실습생’들은 고교 졸업반으로 내년 2월 졸업 때까지 단 6개월 초단기 계약으로 현장에 투입된다. 6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되고 그 뒤에는 전문대생들이 또다시 ‘현장실습’이라는 미명 하에 투입된다.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시급을 받고 있으며, 6개월 단기계약이므로 퇴직금 지급도 할 필요가 없다. ‘현장실습’이라는 이름만 달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각종 노동관계법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으니 자본가들에게는 꿀떡과 같은 제도인 것이다!
젊은 노동자들을 값싼 하청 노동력으로 부려먹는 것은 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5월 16일(일), 쌍용차에서는 휴일에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동안 도장팀 청소작업에 투입된 분사업체(지윤테크) 소속 노동자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는데, 놀랍게도 그 노동자는 17세의 고교생이었으며 사고 당일 5명의 동료 학생들도 다른 곳에서 작업에 투입되고 있었다. 지금도 일요일이면 쌍용차 청소작업을 위해 출근하는 젊은 노동자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들이 받는 임금은 휴일근무임에도 일당 42,000원에 불과하다!
더욱 황당한 사실은, 이 사건이 벌어진 직후 고용노동부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모범 사업장으로 기아자동차를 꼽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0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 서포터즈’ 회의에서, 생산라인 중 의장(조립)라인에는 하청노동자를 사용하지 않는 등 불법파견 같은 법적 분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당당하게 기아자동차를 모범 사례로 추켜세웠다.
기아차 사내하청 500여명이 불법파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아니, 고등학생들을 초장시간 노동에 강제로 투입하여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이 있은지 딱 사흘 만에 기아차가 모범이라니? 장시간·심야노동 없애고 주간연속 2교대 실시하라며 앞장서서 홍보하던 고용노동부 아니던가!
고용노동부가 모범 사례로 꼽힌 다른 사업장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히다. 고용노동부가 꼽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모범 사업장 10곳에는 대우조선·현대중공업·GM대우·서울성모병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니, 올해에만 각각 4명, 3명의 하청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간 대우조선·현대중공업이 모범 사례라고? 현대중공업에서 죽어간 3명의 하청노동자 중에는, 몸이 아파 일찍 퇴근하겠다던 노동자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다음날 아침 화장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상시 필요인력인 간호보조업무를 계약직으로 2년간 사용하다 강제로 파견직으로 돌리고, 파견직 2년 만에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지난 2008년에 대규모 해고를 자행했던 사업장이기도 하다. GM대우 역시 비정규직노조 활동을 벌였던 조합원들을 대량으로 해고했으며, 하청 해고자들이 고공농성 끝에 내년에 복직할 것을 약속받기도 했던 곳이다. 노동부가 꼽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준수 모범 사업장들은 한결같이 ‘하청노동자 관련 주요 분규 사업장’ 리스트와 다름이 없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국내 굴지의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가 고교생과 전문대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노예 제도를 규탄하며, 김 모 군을 사경으로 내몬 책임이 현대기아차 자본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장시간·심야노동으로 하청노동자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도 위태로운 현실에서, “하루 8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투쟁”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적극 나설 것이다.
우리는 또한 고용노동부가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모범 사업장들의 하청노동자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자본가들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낱낱이 폭로하며 노동조합 결성으로 일어설 것임을 확신한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과 투쟁에,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언제나 함께 할 것임을 결의한다.
2011년 12월 22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