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손가락으로 ‘맘대로 해고’ 만들겠다고? 해고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연구보고서=기업 일방적해고 주문서
외부 성명 조회 수 3119 추천 수 0 2015.05.19 14:39:23<성명서>
박근혜 손가락으로 ‘맘대로 해고’ 만들겠다고?
해고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연구보고서=기업 일방적해고 주문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을 내면서 겉으로는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주문했지만, 실제로는 그 합의와 무관하게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2014년에 ‘해고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침을 만들어서 6월 말 공개한 뒤 즉각 시행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4월 19일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실에서 받은 이 용역보고서는 그야말로 해고의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 연구팀은 “법원이 저성과자 해고 문제를 판단할 때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 지침이 저성과자 해고 기준을 법제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헌법에 부여된 노동권을 짓밟는 ‘해고완화’ 조치가 ‘법’도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시행된다는 것은 박근혜 손가락으로 법원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용역보고서에는 노사정 논의에서 제안되었던 것보다도 더 심각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고용노동부는 헌법을 초월하여 기업들의 마구잡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조항이 신설되면서 기업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는데, 이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를 해고하기 위해 인력퇴출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KT의 C-player(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를 들 수 있다. KT가 민영화되면서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용절감 차원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는데, 이때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에게 수치심과 모멸감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했다.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러한 인력퇴출프로그램의 대상자가 된 노동자가 스트레스로 인해 돌연사하거나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와중에, 정부는 업무저성과자에 대한 해고요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차원의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결국 이 보고서는 인력퇴출 프로그램의 피해로 기업 살인이 계속되는 상황을 개선하기보다는 그것을 합법화해주자고 하는 것이다.
용역보고서에서는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변경해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노사정협상 때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변경해고제도는 ‘해고를 하는 대신 임금을 낮추거나 다른 직무로 전환배치하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제도이다. 만약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해고가 유효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해고대상을 지정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으로서 가장 악랄하게 이용될 수 있는 제도이다.
이는 박근혜 비정규직종합대책과 노동시장구조개선 논의에서 정부와 경영계가 계속해서 주장해 온 정년연장을 연동한 임금피크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숙련노동을 활용하면서 비용마저 절약하려는 기업의 사악한 탐욕이 그대로 반영된 편향적인 정책인 것과 동시에,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와 자의적 해고를 조장하여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제도로 악용될 소지가 큰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해고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해고의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해고로 인한 분쟁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 대신이 오히려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경영에 중대한 지장 및 손해를 줄 정도로 직무수행능력 등이 부족하거나 교육, 전환배치 등을 해도 개선될 기미가 없는 사례를 드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과가 현저히 낮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단체협약, 취업규칙 규정 △공정한 평가 기준 △업무에 대한 충분한 지원 △충분한 개선 기회 제공 △자발적 사직(희망퇴직 등) 기회 부여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은 사용자들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방적 전환배치, 그리고 강제 희망퇴직을 요구해놓고 이것이 충분한 기회를 준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공정한 평가기준이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이미 KT의 인력퇴출프로그램이나 현대중공업 사무직에 대한 등급평가 등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결국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해고 대상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게 될 것이다.
징계해고, 통상해고, 저성과자 해고, 변경해고 등 정부가 해고의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 중 하나는 해고로 인한 혼란과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 신청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사용자의 자의적인 해고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보고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시 노동위원회의 사전 조정(화해)절차를 도입해 분쟁 해결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하고, 장기적 분쟁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의 제고시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부당해고에 대한 보상적 성격을 갖는 금전보상액의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근로기준법에서 해고회피노력과 정당한 해고의 기준, 해고의 공정한 절차를 규정한 것은 사용자의 자의적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해고가 늘어나면서 해고에 대한 분쟁이 늘어나는데 정부는 분쟁을 간소화한다는 이름으로 위법한 해고에 대응하는 노동자들의 노력을 오히려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부당해고를 부추기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말로 분쟁을 제대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부당해고 구제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정부차원의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박근혜 비정규직종합대책과 노동시장구조개선, 해고제도의 합리적 개선은 일관되게 노동자의 권리를 말살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고를 쉽게 해서 노동자를 길들이고, 길들여진 노동자는 취업규칙이 불이익하게 변경되어도 목소리 낼 수 없고, 하향 조정된 취업규칙으로 임금과 고용안정을 위협하면서 결국 노동자를 노동의 주체가 아닌 노예로 전락시키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속내는 자본의 요구와 일치한다. 자본의 요구만을 대변하는 것이 고용노동부라면, 그 명칭을 ‘자본대변(大便)부’로 응당 바꿔야 할 것이다.
우리는 쌍용차, KT 등에서 자행된 해고로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을 목격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는 노동자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일자리를 상실케 하는 것이므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자본과 하나 되어 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하고 오직 이윤추구만 골몰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대한민국은 해고하기 가장 쉬운 나라다. 한 행 200만 명이 해고되는 사회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손가락 하나로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용자들이 ‘맘대로 해고’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비정규직종합대책과 노동시장구조개선을 즉각 폐기하라!
2015. 5. 11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