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불법파견 10년 이젠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은 무척이나 긴 시간이다. 끔찍했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도 7년이었다. 이명박 5년 치하도 노동자 서민들에게는 뒤돌아보기 싫을 만큼 긴 시간이었다. 힘겨운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 서민들에게 10년은 오롯이 청춘을 바친 시간이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젊음을 온전히 바친 시간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은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불법파견에 맞서 싸운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해다. 2004년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127개 사내하청업체 1만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즉, 당연히 정규직으로 고용했어야 할 노동자들을 불법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2007년 6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불법이라고 판결했고,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이 재차 확인했다.
불법으로 초등학생 아이들을 고용해 강제노동을 시킨 회사가 불법이 적발됐는데도 10년 동안 계속 불법 아동노동을 계속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불법으로 여성들을 고용해 강제 성매매를 시킨 회사가 불법이 적발됐는데도 10년 동안 계속 불법 성매매를 계속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 불법노동과 불법착취, 불법파견이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도 경찰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는 재벌이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다. 10년을 불법을 저질렀어도 현대자동차에서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불법 아동노동이나 성매매를 시킨 사업주를 10년 동안이나 눈감아주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정규직이라고 판결 받은 두 명의 노동자가 울산공장 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지 오늘로 225일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노동자들이 38일 째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장마철보다 더 자주 쏟아지는 폭우를 비닐 한 장 덮지 못하고 맨 몸으로 견디고 있다. 지난 4월 14일에는 공장에서 쫓겨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을 매 자살했고, 16일에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온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하며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불살라야 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육신이 아니라 재벌 회장의 탐욕이고, 끊어야 할 것은 노동자의 목숨이 아니라 현대차의 불법이다. 8개월 동안 철탑에 매달려 고통 받아야 할 사람은 대법원에서 정규직이라고 판정받은 노동자가 아니라 10년 동안 불법을 저질러온 정몽구 회장이다.
한국사회 최대의 재벌이자 세계 5위의 자동차 회사인 현대자동차는 지난 10년 동안 불법을 저질러 온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불법공장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로 노동자와 국민의 눈을 현혹하고 있다. 불법파견 10년,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조만간 현대자동차와 노동자들 사이에 특별교섭이 재개된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는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전향적인 안을 제출해야 한다. 2016년 상반기까지 3500명 신규채용안을 조금 수정해 시기를 앞당기고 인원을 늘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현대차 회사가 신규채용이 아닌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전향적인 안을 내지 않는다면 노사간의 교섭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1차적으로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확인된 불법파견 공정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즉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은 교섭과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현대자동차가 대법원 판결 승소자인 최병승 조합원에 대해 인사발령을 낸 것처럼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이 확인된 공정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즉시 인사발령을 내면 되는 것이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10년 동안 온갖 탄압과 희생을 견뎌온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며, 자동차 생산공정에는 합법도급이 불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사내하청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지켜보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 회사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현대자동차와 정몽구 회장에 대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내에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약했고, 고용노동부장관은 불법파견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직접고용을 명령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금 당장 현대차 울산공장 철탑과 양재동 본사 앞으로 달려가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현행범인 정몽구 회장을 구속하고 현대자동차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개해야 할 정부는 거꾸로 현대차의 사병이 되어 회사를 보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한 달 동안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27명을 연행했고, 50여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수갑을 채워 연행해야 할 사람은 근로자파견법 5조와 6조, 43조를 10년 째 위반하고 있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다.
올해는 2003년 3월과 7월 현대차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조가 만들어지고, 불법파견에 맞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인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불법파견 10년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우리는 6월 한 달 동안을 ‘불법파견 10년 사내하청 투쟁 10년 이제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다양한 문화행사와 서명운동, 토론회와 대규모 거리행진을 전개할 예정이다. 현대와 기아자동차 직영영업소에 대한 항의시위를 전국 300개 영업소로 확대하고, 나아가 양심 있는 동포들과 해외에서도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 해 10월 17일 송전탑에 올라 가을과 겨울, 봄을 보내고 폭우와 폭염을 견뎌야 하는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정규직이라고 판정받은 당사자들이다. 우리는 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내려와 가족과 동료,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연대하고 싸울 것이다.
2013년 5월 29일
불법파견 정규직화, 사내하청제도 폐지, 사내하도급법 폐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사내하청 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