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선언문>
절망의 ‘미생’에서 희망의 ‘완생’으로
- 박근혜정부의 ‘노동자 죽이기 종합대책 저지’와 ‘함께 살기’를 위한
1000만 장그래들의 행진을 제안하며
2014년 12월 29일. 대한민국의 노동자․서민과 가족들이 드라마 ‘미생’ 속 비정규직 노동자 ‘장그래’의 애환에 눈물 흘리고 있을 때,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일명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을 막는 ‘장그래법’이라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실체는 ‘자본가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에 다름 아니었다. ‘법적 초과근로시간 더 늘이고, 임금은 더 낮게, 해고는 완전 쉽게, 비정규직은 왕창 많이’가 화려한 포장지 속에 숨어있는 핵심 내용이었다. 실로 노동자의 삶을 질곡으로 내모는 ‘노동자 죽이기 종합대책’이 아닐 수 없다.
연공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직무․능력․성과급 임금체계로 개편, 임금피크제 확대, 저성과자 명분의 일반 해고 요건의 완화, 노동조건 개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통상임금 범위의 축소,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과 초과노동시간 연장 등 그나마 정규직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던 최저한의 장치마저 해체하려 한다. 그러나 정규직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킨다고 비정규직의 처지가 저절로 나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가 외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아래로 하향평준화하여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려는 의도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자본가 정부인 박근혜 정부의 또 하나의 속셈은 ‘영원한 비정규직 사회’다.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전문직 대상 파견 업종 확대, ‘인력난이 심한 업종’ 파견규제 합리화 방안 마련, 원하청 상생협력을 위한 동반성장이라는 명목으로 불법파견 합법화, 청소․용역․시설업무 등 최소필요업무에 노무도급 인정, 사내하도급의 합법화 등이 그 교묘한 꼼수들이다. 정부 종합대책대로라면 노동자의 생애주기는 청년기·장년기 기간제로 시작해 노년기 파견노동으로 마감하게 되며, 정규직 가능성은 짧은 중년기의 요행으로 남게 됐다. 종합대책은 이렇게 ‘'평생 비정규직 시대’를 열고 있다.
이미 우리는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가 아님을 지겹게 확인했다. 국정원의 불법대선공작을 통해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헌법적 정당성이 없는 불법정부에 불과하다. 4.16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의혹과 책임만으로도 진즉 단죄받았어야 할 정부다.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어렵사리 이룩해 온 최소 민주주의의 근간을 짓밟고 흘러간 반공주의와 공안통치의 망령을 되살리는 위험천만한 정부다. 공적연금 개악, 의료, 철도, 교육 등 모든 공공부문의 사영화를 시도하는 반사회적․반공익적 정부다.
이미 1000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장그래’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다. ‘미생’의 끝처럼 해피엔딩을 바랄 수조차 없다. 노동자․서민들의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이른다. 평생을 일하고 저축해도 이제 집값은 고사하고 또다시 빚을 지지 않고는 전세값마저 마련할 수 없다. 생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출산율, 자살율이 OECD국가들 중 최악인 죽음의 사회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과 꿈과 눈물과 죽음들의 값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10대 재벌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2008년 기준 221조에서 2014년 기준 515조원으로 차고 넘치는 동안, 전체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했고 온갖 차별과 고용불안이 일상이 되었다.
정부임을 포기하고, 종국엔 19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겨냥한 ‘노동자죽이기 종합대책’을 가지고 나온 박근혜 정부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우리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저지하겠다는 민주노총의 4.24총파업을 지지한다.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를 가속화하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 정부 스스로 강조해온 소득 주도 경제성장에도 배치된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요체로 우리 시대의 소명이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다시 쓰여야 한다. 그 첫걸음은 비정규법제도 전면 폐기와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화, 그리고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비롯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1000만 장그래들의 사회적 행진과 항쟁이 불쏘시개가 되어 절망의 역사가 다시 쓰일 것을 소망한다.
마침내 오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사회 노동자․시민․빈민․학생․청년․문화․종교․교육․법조․언론․의료․장애․여성․환경․인권 등 모든 사회 부문이 참여하여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출범한다. 운동본부는 노동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전국의 ‘장그래’들과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갈 것이다. 장그래들을 살릴 방도를 함께 머리 맞대고 토론하고 숙의하면서 공동실천을 모색할 것이다.
운동본부는 죽임의 정부에 맞서 살림의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장그래운동본부는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박근혜정부가 정면대결을 원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가 한줌도 안되는 자본가들의 이익만을 우선해 우리 사회의 대다수인 19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와 미래를 짓밟는 전쟁을 원한다면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 1000만 장그래들의 치솟는 분노가 비인간적적인 신자유주의 사회를 뒤집어 새롭게 세우는 모든 힘의 근원이 될 것임을 믿는다. 함께 살기 위해 모두 함께 하자.
2015년 3월 18일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