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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제·무기계약 전환은 정규직화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임금은 그대로, 차별시정도 불가능한 평생 비정규직이었다!
계약해지·용역전환 중단과 비정규직 고용보장·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뉴코아/이랜드/홈에버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총파업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이랜드홈에버가 ‘직무급제 정규직 채용’ 공고를 내며 노동조합 흔들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랜드홈에버가 내놓은 직무급제는 정규직 전환이 아니며 7월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법의 차별시정제도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술책임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직무급제로 전환될 경우 임금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이랜드홈에버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단지 관리자들만 볼 수 있는 이메일 공지에만 ‘직무에 따른 급여제도’로 별도 급여 테이블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직무급제가 정규직 전환이었다면 별도 급여 테이블이 적용된다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현재 존재하는 정규직 호봉을 적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직무급제로 전환될 경우 임금인상이 없다는 사실을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른바 ‘직무급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더라도, 노동부는 그러한 무기계약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간주하여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별시정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고 후생복지를 정규직과 동등하게 올려주지 않은 채로, ‘직무급제‘로 전환하게 되면 차별시정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직군제’는 정규직화가 아니다. 회사는 이것이 정규직화인 것처럼 포장하겠지만, 직군제로 한번 가보면 안다.
게다가 이랜드홈에버는 비정규직 전원을 직무급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니라, 근속 2년 이상 비정규직(약 1,100명) 중에서 일부를 ‘신규채용’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채용이 되더라도 기존 비정규직 근로계약을 계약해지한 후에 신규채용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우리은행의 직군제 신설 방식의 무기계약 전환이 바로 이런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별도직군제, 직무급제, 무기계약 전환이 정규직화가 아니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사례에서 드러난다.
오늘 모든 언론이 일제히 “신세계 백화점이 약 5천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파트타이머 전원을 오는 8월1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뉴스를 내보냈다. 그러나 그 뉴스 속에는 이런 얘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8월부터 비정규직 파트타이머 전원을 완전고용(무기고용계약) 신분으로 전환한 바 있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 전에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었던 노동자들이었다. 다시말해 ‘무기계약 전환’은 정규직화가 아니었던 것이다! 무기계약이 정규직화였다면, 어째서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을 또다시 정규직화 한다고 발표하겠는가! 신세계백화점 사측과 언론들이 지난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이라고 부르고 있음을 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직군제, 직무급제, 무기계약 전환은 또한 “실적(업적) 평가를 통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화”에 다름아니다. 비정규법 시행에 앞서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뮬레이션을 해볼 목적으로 추진되는 ‘공공부문비정규직종합대책’과 관련하여 정부가 만든 “인사관리 표준안”을 보면, ‘무기계약’이 정규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아예 ‘해고사유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근무실적 평가 결과 계속해서 2회 이상 최하위 평정점을 받은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근로계약기간중이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즉, ‘무기계약’은 정규직이 아닐 뿐 아니라 매년 근무실적을 평가하여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이다.
올해 3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우리은행 비정규직의 무기계약 전환 역시 ‘분리직군제’라는 형식으로 신규채용 한 것으로, 사실상 차별시정을 회피할 목적으로 새로운 직군을 설계한 것이다. 따라서 임금인상은 거의 없었으며 복리후생 부문에서 정규직과의 차별 일부가 개선되었을 뿐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우리은행이 분리직군에 ‘삼진아웃제’(업무평가시 3회 이상 C, D 등급 받을 경우 해고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삼진아웃제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자 슬그머니 뒤로 감추었지만, 우리은행이 설계한 분리직군제는 “업무 평가를 통해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직군”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최선의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