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결/의/문
오늘도 인천공항에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친구나 가족을 멀리 떠나보내는 사람들은 슬픔에 눈물을 삼킨다. 그런데 이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존재 자체가 슬픔이었다. 어떨 때는 그림자였다. 하루, 아니 단 1초도 공항은 우리 없이 움직일 수 없는데 말이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인천공항을 지키고 닦고 조여 온 우리는 비정규직이다. 하청업체 소속이다. 어떤 회산지 이름도 생소한 업체들이 오며가며 우리를 자기들 소속이라 우긴다. 고용주라며 이렇게 말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 그러면 끝이었다. 호봉은 고사하고 경력도 무시된다. 어렵게 맺은 단체협약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어떤 업체는 새로 들어오면서 노동조합 간부만 골라 해고시켰고, 어떤 곳은 임금 10억원을 착복했고, 어떤 곳은 관리자 240프로, 제일 막내 노동자 72프로 월급을 주고 평균 100프로 지급을 맞추기도 했다. 심지어 높은 사람이 공항을 지날 때는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으라 했다. 그랬다. 우리 노동은 인천공항을 움직이지만 우리들 자신은 인천공항에 존재하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인천공항이 하청을 주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6천여명이다. 정규직 대비 87프로다.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도 이정도로 비정규직 비율이 많은 곳이 드물다고 한다. 그뿐 아니다. 수많은 인천공항의 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도 비정규직이다. 놀랄 일도 아니다.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에 대부분이 비정규직인데 민간기업이야 오죽하겠는가?
누군가 말했다. 인천공항은 수도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공항공사는 이렇게 민간위탁이라는 방식으로 업무를 잘게 나눠서 용역을 준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정말 효율적인가!
일단 낙찰되면 10프로 에서 15프로를 관리비와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용역 대가에서 가져가고 그것도 모자라 노동자들의 업무에 필요한 물품, 피복비도 남겨먹고, 우리가 가져갈 임금도 100프로 지급하지 않는데 그리 효율적인가!
우리가 가져가야 할 임금 중 10억원을 착복하던 한 업체는 결국 우리들이 1박2일 여객터미널 바닥에서 농성을 한 후에야 지급을 약속했다. 공항공사에서 퇴직한 임원들이 하청업체 임원이 되는 이 복마전에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이제 우리는 주장한다. 우리는 중간 업체 없이도 일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 달라지려고 한다. 우리는 정규직이 될 것이다. 청와대 가기 일보 직전인 후보들도 다 말한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적 일자리를 정규직화 하겠다고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상시적 일자리, 정규직화 되어야 할 그 일자리에 우리가 있다. 우리가 공항을 움직이는 노동자다. 우리를 보고 말하라! 우리가 필요하다고! 우리는 더 이상 숨지 않겠다.
공항공사가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의 동반성장 의지가 전달되도록 하겠다며 내 놓은 것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명절 상품을 3만원에서 4만원으로 올려주겠단다. 예방접종을 해주겠다고 한다. 여수엑스포에 데려다 준 것은 장기 근무자 배려 프로그램이란다.
명절 상품에 참치 캔이 좋아지면, 샴푸가 하나 더 늘어나면 우리가 좋아할 줄 알았단 말인가?
이건 동반성장 하자는 게 아니다. 동반자살하자는 것이다. 우리들의 이 불만과 울분의 불구덩이에 기름을 붓지 마라. 인천공항이 중요하다면, 앞으로도 쭉 1등이길 원한다면, 국민들을 위한다면 우리를 정규직화 하라!
우리는 이미 정규직화라는 활주로를 이륙했다. 아무도 우리를 막지 못한다. 말이 안통하면 투쟁으로 하늘 길을 열겠다. 여기 모인 우리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당한 인천공항의 정규직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 6천여명 일괄 정규직화 쟁취를 위해서 총력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차이를 넘어서 전 조합원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 될 수 있도록 단결할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정규직화 쟁취를 위해서 끝까지 집행부를 믿고 함께 행동할 것을 결의한다.
2012년 9월 19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투쟁선포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