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인정 판결을 환영하며
현대차는 전체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화하라!
마침내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이 연달아 내려졌다. 9월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부장판사 정창근)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900여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한 데 이어, 9월 19일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마용주)가 사내하청 노동자 200여명에 대해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포함해 2000년대 한국 사회 양극화의 맨밑바닥에서 고통받으며 투쟁하고 눈물흘려온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뜨겁게 환영한다.
IMF 경제위기의 전조가 몰아치던 1997년 8월 아시아 자동차를 필두로 한라중공업, INP, 대우캐리어 등 한국사회 사내하청 노동자는 ‘하청’이라는 이유 하나로 정리해고의 광풍을 온 몸으로 맞닥뜨렸다. 2000년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과 분노로 시작한 새로운 세기였고, 이러한 눈물과 분노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소박한 시도조차도 커다란 희생과 피해 속에서 지난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미행과 감시, 납치와 테러를 당했고, 구속과 수배, 징계와 해고, 손해배상을 감수해야만 했다. 지금은 법원까지도 인정한 정당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에 신나를 뿌리고 분신하면서 목숨까지도 걸어야 했다.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이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피어린 투쟁의 성과임과 동시에 그 요구가 전적으로 정당한 것이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사실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적인 파견노동자라는 점은 이미 2010년과 2012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자신의 과오를 각성하고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다. 철저하게 ‘최병승’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판결의 의미로만 축소하였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를 내건 파업에 대해서는 용역을 동원한 물리적인 탄압과 손해배상, 그리고 징계를 앞세워 탄압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미 또 다른 1만여명의 최병승이 존재하는 한,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당한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정규직 되고 싶으면 판결을 받아오라’는 현대차의 오만함과 ‘협력업체 근로자의 파업은 불법’이라며 손해배상으로 내리누르는 현대차의 파렴치한 행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작태일 뿐이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협력업체의 직원’이 아닌 현대차의 정규직이라는 것이 이번 판결로 다시 한 번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판결은 현대차가 도급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사용자라고 판시해 2, 3차 사내하청 노동자까지도 현대차가 사용자임을 명확히 하였다. 한 마디로 현대차 사업장내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에 대해 현대차가 직접고용 책임을 지는 사용자라는 것이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제 대표적인 간접고용 비정규직 고용형태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분노와 눈물, 그리고 희생에 대해 현대차는 이전처럼 최소한의 합당한 사과와 보상마저 회피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된다. 우선 법원의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여 항소를 포기하고,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 정규직화를 위한 성실한 교섭에 나서야 한다. 1년 당기 순이익의 2%도 되지 않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비용을 ‘천문학적 비용’이라고 떠벌리면서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원이 넘는 돈을 사옥부지 매입에 쏟아붓는 식의 이중적이면서 비정상적, 위선적인 작태를 중단해야 한다. 2010년과 2012년의 대법원 판결 취지를 ‘신규 채용’이라는 꼼수로 우회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와 관련해 울산, 아산, 전주 등 비정규 3지회와 성실한 교섭에 즉각 나서는 것이 사용자로서 취해야 할 당연한 책무이다.
그리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또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한다’라는 방패막이 뒤에서 현대차의 꼼수를 사후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해주는 역할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작게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위해, 크게는 전체 한국 사회 노동운동, 특히 새로운 계급주체 형성의 전진기지인 비정규 노동운동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전원 정규직화라는 의제를 가지고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굳건한 단결과 연대를 바탕으로 현대차와 전력을 다해 다시 노사교섭해야 한다. 이번 판결이 지닌 역사적이고 중차대한 의미를 잘 받아들여 사내하청 전원 정규직화를 매개로 한 완성차 현장의 고용구조 개선과 민주노조 강화의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사법부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개별적인 임금 차액 보상과는 별개로 불법적인 파견업을 행한 현대차 경영진에 대한 사법적인 징벌 또한 내려야 마땅하다. 불법적인 파견업, 즉 위법한 인력공급업을 국내 최대 규모로 세계 5위의 반열에 올라선 완성차 대기업이 행했다는 것은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ILO의 선언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명확한 반사회적, 반인륜적인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년간의 불법 고용을 통해 현대차가 편취한 수익에 대한 환수는 물론이고, 그에 대한 징벌 또한 반드시 내려져야 하며, 구속 수사를 포함해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의 경영진에 대한 엄정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질 때 ‘재벌에겐 솜방망이, 노동자에겐 철퇴’란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는 이번 판결이 간접고용으로 심각하게 왜곡된 한국 사회 고용관계의 흐름을 정상화할 뿐만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신장과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하면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를 비롯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기본권 및 정규직화 쟁취 투쟁에 끝까지 함께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
2014년 9월 21일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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