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지방이양에 앞서 노동보건의 현실을 먼저 보라
노동보건의 현실을 먼저 보라
DMF 독성물질에 해마다 사망자가 발생하는 나라, 1년에 2,000여명이 산재 사망사고를 당하는 나라, 일하다 다쳐도 산재가 승인되기 어려운 나라, 드물게 발생한다는 백혈병에 같은 라인에서 일하다 동시에 걸려도 연관성이 부정되는 나라,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적인 조치도 후퇴하는 나라, 똑같이 일하고도 아니, 더 힘든 곳에서 일하면서 직업병에 걸려도 보상받기 힘들고 임금도 정규직의 절반이 안 되는 비정규직의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노동보건 현실이다. 이러한 노동보건의 현실이 지방이양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지방이양에 찬성하겠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노동강도 강화, 고용불안, 노동조건 악화, 사회보장 후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고민하라.
노동부의 관리감독이 유명무실한 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조치들을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후퇴시키는 나라, 생산력이 높아져도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 높아지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심야노동을 장려하는 나라.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답변을 하는 것이 먼저다.
지방정부로 권력을 이양하기 위한 충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지방정부로 노동보건의 기능을 이양하려면 이를 수행할만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에 노동보건 전문가가 있는가?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행정력이 뒷받침 될 수 있는가? 사업주와 대립하는 지점에서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중립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지금 지방정부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노동안전보건 기능 지방이양은 취약한 노동보건행정을 더욱 추락시킬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에서는 지역경제 운운하며 노동보건문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할 것이 우려되며, 지방 토착비리를 키울 가능성 또한 우려된다. 지방 경찰 권력의 비리를 목격해온 국민들의 입장에서 얼마든지 우려를 가질 만하다. 더욱이 경찰 권력의 비리처럼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거래하는 비리의 발생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한데,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소통없는 일방독재와 밀어붙이기식 추진이 노동자 건강 문제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번 노동보건 기능의 지방정부이양 문제는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단체나 국민들과 어떠한 소통도 없었던 탁상 행정의 결과이자, 규제완화의 독재논리를 사회 전 영역에 뿌리내리려는 이명박 정권의 몰상식의 결과이다. 전문성도 정책 예측력도 논리도 성찰도 없는 이번 결정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방이양에 앞서 노동부의 자기 역할 다하기가 먼저다.
노동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할 곳은 전국 곳곳의 노동현장이다. 중앙의 권력이 그나마 옳은 곳에 쓰일 수 있도록 노동보건의 사각지대를 관리감독하고, 이에 대한 대책과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에 힘을 기울여라.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짓밟는 탁상공론과 대책 없는 일방적인 정책을 당장 멈추고, 노동부가 노동보건분야의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도록 하는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2010년 4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