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원 해고무효소송 처절한 싸움끝 승소
서울중앙지법 "승무원은 철도공사 근로자" 알바로 생계이어가
미디어오늘 2010년 8월 26일 조현호 기자
KTX가 일방적으로 승무원을 해고해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 법정의 본안소송에서도 부당한 것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6년 초부터 시작한 KTX 승무원들의 기나긴 투쟁은 무려 4년 반 만에 또다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이 기간 동안 해당 승무원들은 노조 일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등 처절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최승욱)는 2006년 5월 해고된 KTX 여승무원 오미선씨 등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철도공사에 대한 승무원들의 근로계약상 권리가 존재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여승무원들이 담당한 KTX 승객서비스 업무에 관해 형식적으로 '철도유통'이 위탁협약에 따라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고, 사업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췄다 해도 사업경영의 독립성 없이 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 또는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오히려 철도공사가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고 임금수준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항소하지 않을 경우 34명 전원을 복직시켜야 한다. 오씨 등 KTX 여승무원 351명은 2004년 3월 철도공사로부터 KTX 승객 서비스업무를 위탁받은 홍익회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나 같은해 12월 홍익회는 이 업무를 철도유통에게 다시 위임했고, 철도유통은 2005년 12월 서비스 업무를 KTX 관광레저에 다시 위탁하기로 하면서 여승무원들에게 소속 이적을 통보했다. 오씨 등이 이에 불복하자 2006년 5월 해고됐고, 2008년 11월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해고기간의 임금 4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 KTX 새마을 승무원들이 지난 2007년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던 장면.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오늘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사용자의 편법과 기만에 저항하고, 탄압과 협박을 물리치며 쇠사슬을 스스로의 몸에 걸었던 철도노동자, 서울역 40미터 철탑위에서 '정리해고 철회,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목 놓아 외쳤던 철도노동자의 투쟁이 지극히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법과 원칙'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2004년 4월 1일 KTX 개통과 함께 시작된 6년여 걸친 승무원들의 투쟁에 대해 철도노조는 "이들의 투쟁은 그야말로 처절함 그 자체였다"며 "시속 300km를 자랑하고 세계 일류의 서비스를 약속하며 화려하게 개통한 KTX 열차의 이면에는 철도공사의 기만과 편법에 희생되고, 기본적 노동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한 KTX 승무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이들은 4년 동안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재판을 준비하는 등 고통을 겪어왔다.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은 "대부분은 조합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고, 소송에 대비했다"며 "이들의 이번 재판 승소는 고용주의 횡포에 경종을 울리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철도공사의 기만과 편법,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KTX 승무원 투쟁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해있는 억압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고 표현했다.
법원의 판결 이전에도 감사원장 등 정부기관, 여성계, 교수모임,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에서도 승무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음에도 여전히 이를 묵살해온 철도공사에 대해서도 철도노조는 "끝내 노동자의 외침을 거부하고 시민사회의 양심과 상식을 거부한 채 6년을 넘긴 오늘까지 불통과 독선의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며 "철도공사 허준영사장은 이날 판결에 따라 KTX 승무원을 즉시 복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KTX 승무원 승소 판결에 대해 철도노조가 26일 발표한 성명 전문과 투쟁일지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 그러나 너무도 처절했던 KTX 승무원 투쟁
오늘(8월26일) 서울중앙지법은 KTX 승무원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해 ‘신청인(KTX 승무원)들이 피신청인(철도공사)에게 근로계약상의 권리가 존재함’을 인정했다. 지난 2008년 12월 2일 가처분 소송에 이어 2년여만에 본안판결을 통해 다시한번 KTX 승무원 투쟁의 정당성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오늘 선고를 통해 서울중앙지법은 ‘여승무원들이 담당한 KTX 승객서비스 업무에 관해 형식적으로 철도유통이 위탁협약에 기하여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신청인(철도공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고 오히려 피신청인(철도공사)가 신청인들의 노무를 제공받고 임금수준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2004년 4월 1일 KTX 개통과 함께 시작된 6년여 걸친 철도노동자의 투쟁은 그야말로 처절함 그 자체였다. 시속 300Km를 자랑하고 세계 일류의 서비스를 약속하며 화려하게 개통한 KTX 열차의 이면에는 철도공사의 기만과 편법에 희생되며 기본적 노동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했던 KTX 승무원이 있었다.
철도노동자와 함께 노동자는 하나임을 자각하고 철도공사의 기만과 편법,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KTX 승무원 투쟁은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해있는 억압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오늘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사용자의 편법과 기만에 저항하고, 탄압과 협박을 물리치며 쇠사슬을 스스로의 몸에 걸었던 철도노동자, 서울역 40미터 철탑위에서 ‘정리해고 철회,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목 놓아 외쳤던 철도노동자의 투쟁이 지극히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법과 원칙’에 기반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이제 철도공사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KTX 승무원 투쟁의 정당성은 6년전에도 그러했듯 철도공사를 제외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2006년 4월에는 당시 전윤철 감사원장도 KTX 승무원들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있었다. 여성계, 교수모임, 민변 등 모든 시민단체들도 KTX 새마을 승무원 요구의 정당함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눈을 막고 귀를 막은 철도공사는 끝내 노동자의 외침을 거부하고 시민사회의 양심과 상식을 거부한 채 오늘까지 6년을 넘기는 불통과 독선의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철도공사 허준영사장은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따라 KTX 승무원을 즉시 복귀시켜야 한다. 그게 평소 법과원칙을 언급하고 말끝마다 1등 국민 1등 철도를 말해오던 허준영 사장의 논리에도 맞다. 철도공사는 어떠한 이유로도 어떠한 변명으로도 더 이상의 시간끌기와 편법, 기만의 대응은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0년 8월 26일 전국철도노동조합
-------------------------------------------------------------
●KTX여승무원 투쟁 일지
▲2006.2.25 철도노조 준법투쟁의 일환으로 사복근무 투쟁
▲2006.3.5 서울, 부산 KTX열차승무지부 파업결의대회
▲2006.3.9 KTX승무원 350여명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점거농성 돌입
▲2006.3.27 이철 사장 전투경찰투입 요청, 폭력진압 발생
▲2006.4.19 낮 12시 국회 헌정기념관 84명 점거농성 돌입
▲2006.4.20 국회 헌정기념관 공권력 투입,84명 전원 9개 경찰서로 강제연행
▲2006.4.21 오후 3시 인권위원회 2차 조정회의
▲2006.5.6 열린우리당 강금실 선대본 농성 돌입
▲2006.5.9 철도공사 이철 사장 강선대본 농성장 방문, 입장 재확인
▲2006.5.19 KTX승무원 280여명 정리해고
▲2006.6.8 KTX파업투쟁 100일차,‘KTX 직접고용을 요구한 1500인 선언’
▲2007.7.3∼24 서울역 단식농성 돌입
▲2008.7.3 KTX 새마을 여승무원 서울역 천막농성 돌입
▲2008.8.27 KTX 새마을 여승무원 서울역 고공농성 돌입
▲2008.9.2 KTX 새마을 여승무원 서울역 단식투쟁 돌입
▲2008.12.2 서울중앙지법 근로자지위인정가처분신청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