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디지털 시대의 노동자 권리, 프랑스의 연결차단권 도입 및 과제

by 센터 posted Feb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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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

 

 

초연결 사회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

 

오늘날 디지털 기기의 발달은 직업 생활과 업무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른바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특징지어지는 현실은 인간과 사물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일대일 혹은 일 대 다수, 다수 대 다수로 중첩되어 이어져 있으며, 그 변화와 정도는 더욱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복잡해지고 있다. 하지만 직업 생활에서 디지털 기기 사용의 확장은 노동자의 노동시간과 자유시간(휴식 및 휴가시간) 간의 구분, 직업 생활과 개인·가족 생활 간의 구분, 노동자의 건강 등과 연관되며 디지털 기기의 합리적 사용 촉진이라는 과제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선 2016년 6월 신경민 의원 등 12인이 노동자의 사생활 보장을 위해 노동시간 이외 시간에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 수단을 이용하여 업무 지시를 내리는 행위를 규제하는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발의한 적이 있다. 또한, 2017년 3월 유승민 의원은 사용자의 근로시간 외 통신 수단을 이용한 지시에 따라 노동자가 근로하는 경우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고 해당 노동시간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하는 입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2017년 3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와 7개 증권사와 체결한 통일단체협약에서 ‘사용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통신 수단 등을 통한 업무 지시는 근무시간 내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지부별로 협의하도록 정했다. LG유플러스나 CJ그룹에서도 퇴근 후나 주말, 심야에 디지털 기기를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조치나 캠페인을 벌이는 등 기업 문화 혁신을 추진했다. 이처럼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업무 시간 외 통신 수단 사용에 대한 규제 및 관련 제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림_세계의노동.png

프랑스 노사, 연결차단권에 대해 교섭해야

 

프랑스에서는 ‘연결차단권droit à la déconnexion’에 관한 법률을 최초로 입법하여 2017년 1월부터 시행해오고 있다. 연결차단권이란 노동자가 업무 시간 외 디지털 기기를 통해 업무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로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다.

 

입법 이전 이미 여러 정책보고서와 단체협약에서 업무상 디지털 기기의 업무 시간 외 사용에 대해 규율할 필요성이 지적됐다. 노동법 개정loi Travail을 통한 입법 내용은 노동법전에 규정된 의무적 교섭 사항 목록에 ‘노동자의 연결차단권 행사의 방법’을 추가함으로써 연결차단에 관해 노·사 간에 교섭하도록 했다.

노동법전 L2242-17조에 남녀 간 직업적 평등과 노동에서의 삶의 질에 관한 연례 기업별 단체교섭 사항 목록에 다음의 조항이 포함됐다.“

7. 휴식시간과 휴가 및 개인·가족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의 연결차단권 행사 방법과 디지털 기기 사용을 규율하는 제도의 수립. 협약이 없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 대표와 협의하여 연결차단권 행사 방법, 디지털 기기의 합리적 사용에 관한 여건 조성 및 교육에 관한 사항에 관한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제도의 특징으로는 우선, 연결차단권을 노동자의 휴식을 위한 의무가 아니라, 디지털시대 노동 환경 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새로운 권리로 인정했다. 법을 통해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노·사 협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할 의무를 사용자에게 부여했다. 이에 따라 연결차단권 관련 교섭은 의무사항이 되며 위반 시 사용자는 벌금에 처해진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노사협의회 혹은 노동자대표의 의견을 들어 사용자는 헌장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연결되지 않을 수 있는가

 

입법으로 모든 쟁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논쟁들이 존재한다. 첫째, 연결차단권의 보장을 위해 무엇보다 주체들의 참여와 문화적 존중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오늘날 매우 신속하고 용이한 소통 플랫폼이 존재하고 이것이 사생활과 직업 생활 간에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어 연결의 완전한 차단이 용이하지 않고, 기업 내에서 간부부터 연결차단권을 존중하고자 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휴가기간이라도 상사의 연락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주체들의 노력과 공론화, 문화적 캠페인이 중요하다.

 

둘째, 연결에 대한 차단이라는 법의 규율 대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초연결’은 미래 사회를 위해 유용하고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문제는 초연결 자체가 아니라 정규 노동시간 외 노동, 혹은 대기시간같이 노동도 휴식도 아닌 시간에 대한 관리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의사, 경찰, 군인, 선원 등 전통적으로 긴급을 필요로 하는 직업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무 제공자 등 새로운 영역에서 디지털 네트워크에 거의 상시 연결되는 직업의 확산은 출·퇴근이라는 고정된 작업 공간에 근거한 노동시간 개념과 관행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셋째, 노동자의 휴식시간이 업무상 요구로부터는 더이상 침해받지 않더라도 소셜 네트워크나 디지털 기기 사용 자체부터 보장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자의 유급 휴식시간이 디지털 노동(플랫폼 노동)으로 다시 대체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노동자의 건강 보호는 여전히 지속되는 주제다.

 

합리적 사용을 위해 다양한 사례와 경험이 축적되어야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법의 테두리에서 다양한 협약이 진행되고 판례도 축적되고 있다. 프랑스 대법원은 2018년 7월 기업 밖에서 노동자가 전화로 연락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고 긴급 상황에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경우, 포괄적인 대기기간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같은 해 12월 재량 근로 협약과 직무 관리에 관해, 사용자가 재량 근로 노동자의 직무에 따른 노동시간 운용 관리에 대해 증명 책임이 있으며, 재량 근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 보호를 위한 단체협약 조항을 존중하지 않는 개별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2018년 말에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41% 기업에서 연결차단권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실행되지 않았고, 23% 기업에서 이메일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며, 16%에서 연결 차단 규정을 마련했고, 13% 기업에서 관련하여 매일 한 번 이상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초연결 사회에서 디지털 기기의 합리적 이용에 관한 규율은 노동자의 안전이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기가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은 탓에 용이하지 않다. 더욱이 그 방식 또한 그 나라의 기술 발전 상황이나 해당 업종 혹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선례를 통해 보면, 노동자에게 연결차단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노·사 협의 의무 부여와 같은 강제적 수단과 함께 캠페인 등 기업 문화 조성과 주체들의 참여가 동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사례와 경험의 축적을 통한 적절한 방법과 수단의 개발이 절실해 보인다.

 

 

프랑스 기업 노사협약 및 기업 헌장의 다양한 조치

 

· 근무시간 외 이메일 답변 의무 없음

· 디지털 기기의 합리적 사용에서 관리자의 솔선수범

· 중대한 상황 발생 시 간부 사원을 통한 해결

· 메신저를 통한 괴롭힘 발생 시 특별 절차 운용

· 이메일 및 내부망의 우회 사용에 대한 주의  (복수 수신자, 목적, 예약 전송 등)

· 부재중 관리자 설정 및 대체 연락망 구성

· 저녁 및 주말 다음 근무일로 이메일 연기

· 근무시간 외 활동 시 알림 팝업 설치

· 장기간 부재 시 이메일 및 통화 전달

· 주의 환기를 위한 이메일 수량 체크 시스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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