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주민 직접정치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원주민들의 도전

by 센터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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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웅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 겸 집행위위원장

 

 

“우리는 정치의 주인일까?”

 

대부분 사람은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정치의 주인이 되는 순간은 몇 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투표라는 딱 한 번의 순간이지 않을까? 그때만큼은 주인다운 대접을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이후 새로운 광장정치, 직접정치의 출현을 기대했지만, 변화는 기대에 못 미쳤다.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항쟁, 6월 항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이끌어 온 주체는 국민이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주체는 여전히 기득권 정치인이다.

주민 직접정치 운동은, 표를 찍는 거수기로만 취급되던 주민이 어떻게 대리정치를 넘어 정치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직접 정치하자”

 

노원주민대회는 유권자의 권리가 공직자를 뽑는 투표 시에만 실현되는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 직접정치’를 표방하며 2019년에 시작되었다. 노원주민대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 노동조합, 주민모임, 정당 등 50여 개 단체가 연계해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를 만들었다.

600여 명의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세상에서 가장 힘센 주민’임을 선언했다. 노원 지역 아파트 경비 노동자와 청소 노동자, 택배 노동자, 건설 노동자, 동네 곳곳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노점상, 그리고 노원 지역에 일터를 두고 일하는 노동자 등 수많은 주민이 함께했다.

노원주민대회에 큰 비중을 차지한 것 중 하나는 1만 개에 달하는 주민요구안 중 ‘주요 요구안’을 선정하는 ‘주민들의 직접투표’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하라.”, “남는 세금으로 멀쩡한 보도블록 갈아엎지 말고 주민을 위해 써라.”, “우리 세금 어디 쓸지 우리가 결정하자.” 지난 3년간 노원 주민이 낸 목소리는 전국 어디에서도 들어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힘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주권자의 요구에 따라 행정이 움직여야 한다는 확신으로 매년 주민대회, 주민투표로 행동하고 단결해왔다.

일상에서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의 힘을 모아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는 활동, 지자체와 정부에 대한 요구안 수집 운동 등을 진행했다. 매년 가을에는 주민의 요구안을 모아 주민투표를 발의하거나 구청장 및 국회의원 등에 전달하고 의견을 나누는 대회를 개최했다.

 

주민대회.jpg

2019년 10월 13일, 제1회 노원주민대회

 

“주민투표로 경비실에 에어컨이 생겼어요”

 

2020년엔 ‘코로나 시대 노원구 1호 복지정책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노원구 12만여 가구 우편함에 주민투표를 홍보하는 소식지를 배포했고, 길거리와 온라인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물었다. 5개의 투표 안이 선정됐고, 1만 7,54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주민에게 세금을 돌려주자는 ‘세금 페이백’이 1위(43.6%),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가 2위(15.4%)였다. 3~5위는 ‘일하는 사람에게 빠짐없이 고용보험료 지원’, ‘노원구 장애인 자활센터노동자 최저임금법 준수’, ‘노원구민 독감 무료 예방접종’ 순서였다.

구 의회도 주민자치회도 아닌 민간이 실시한 투표 결과였지만, 노원구는 이를 받아들였다. 2021년 2월부터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사업에 2억여 원이 투입됐다. 2020년 67%였던 노원구 아파트 경비실의 에어컨 설치율은 96%로 뛰어올랐다. 세금 페이백 정책도 ‘저소득층 재난지원금’ 형태로 실행됐다.

 

요구안.jpg

2022 노원주민투표 사전 설문 조사 대정부·노원구 10대 요구안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올해 물가 폭등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서민들에게 재난의 이중고로 다가왔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한 20·30세대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고, 빚더미 위에 앉은 자영업자는 또다시 대출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고금리·고유가·고물가 시대에 ‘월급’만 빼고 다 올랐지만, 대기업·정유사·은행 등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가오지 않았다. 지난여름 폭우마저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에게 돌아갔다. 그야말로 ‘불평등이 재난’인 시대다.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원성이 높아졌지만, 정부는 법인세 인하로 수천억 원의 초과 이익을 내는 기업들의 세금을 깎아주었고, 서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공공일자리·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지역상품권 예산 삭감, 공공기관 민영화 추진이었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4회를 맞이한 올해 주민대회는 민생의 어려움을 전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민생위기 극복’을 주제로 진행된다. 1천여 명의 노원 주민이 한자리에 모여 노원구에 바라는 요구안과 정부에 바라는 요구안을 발표하고 현장 투표를 진행해, 주요 공직자에게 실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은 중계 노원주민대회 이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으로 이동하여 대정부 요구안을 전달한다.

주민자치예산제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리, 광장 민주주의 상징인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를 능가하는 한국형 주민 직접정치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원 주민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9년 전국에서 최초로 열렸던 주민대회는 지난해 20여 개 지역에서 개최됐다. 노원 주민들이 쏘아 올린 직접정치라는 작은 공이 전국으로, 더 많은 지역으로 퍼져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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