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넘어 60만 요양보호사 조직화에 나서며

by 센터 posted May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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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넘어 60만 요양보호사 조직화에 나서며

 

이시정 센터 이사, 전국요양보호사협회 기획위원장

 

취약노동자일수록 노동조합 조직화가 더 어렵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처우개선의 필요성도 더 크고 노조의 필요성도 더 느낄 것 같고 노조 조직화에 대한 열망도 더 절실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가장 규모 있게 조직화한 학교비정규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사회에서 가장 잘 나가는 노동자는 누가 뭐래도 교사다. 그다음이 공무원이고 지금은 교육공무직이라는 자신들의 이름을 만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 교육노동자들은 작게는 50%에서 크게는 70~80%까지 조직화되었지만 교사와 교육공무직 노동자의 대규모 조직화의 시차는 무려 20년이 넘는다. 그런데 교육노동자들 중에서 아직도 거의 조직화가 안 된 가장 열악한 교육노동자들이 13만여 명의 방과후 강사들이다. 

필자가 16년 전 학교비정규직 조직화에 처음 나설 때 주변에서 ‘안 되는 일에 나선다’고 걱정했다. 전국 2만여 학교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수십 개의 직종으로 나뉘어 있고, 경력이 단절된 가정 주부들이 알바를 겸해서 집 근처 학교에 다니고 있어 직장 개념이 별로 없어 조직화가 더 어렵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지금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장 대규모로 조직된 비정규직 단위이다.

교육공무직본부에서 정년퇴직한 후 ‘아직은 청춘’이라 쉴 때는 아닌 듯하고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돌봄노동자 조직화에 나서기로 했다. 돌봄노동자 영역을 들여다보니 너무나 방대해서 우선 요양보호사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정말 뿔뿔이다. 2만 8천여 개의 기관에 흩어져 있고, 85% 정도가 재가방문 요양인데 일하시는 분들끼리도 서로 모른다. 그런데 16년 전 학교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설 때 들었던 비슷한 얘기들을 요즈음 듣는다.

‘그 나이에 좀 쉬시지’, ‘어렵고 힘든 일을 또 하려고 나서느냐’는 애정 어린 걱정도 있다. 일하는 분들의 나이도 많아 ‘이 나이에 이 정도 일이면 어디냐’라고 생각한다며, 기대치가 너무 낮아 조직화하기가 더어렵다는 등의 얘기다. 솔직히 학교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성공 경험이 없었다면 뛰어들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주변에서는 나에 대한 평가를 할 때 낙관주의자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어렵고 힘든 점보다는 가능성 있는 점이 먼저 보인다. 16년 전 학교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설 때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 하나 없는 속에서 고군분투했는데 지금은 함께할 자원이 너무나도 많다. 조직화를 지원해 줄 전문가 그룹도 포진해 있고, 전국 100여 곳에 비정규직 지원단체도 있고, 각종 실태조사 자료나 정책연구도 충분하다. 게다가 좋은 돌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높다.

202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일반인 10,270명에 대해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가 나이 들어 몸이 불편해지면 제대로 돌봄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86.3%),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은 환자치료 만큼이나 가치 있다’(91.7%), ‘돌봄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도 및 가치에 맞는 적정임금이 제공되어야 한다’(91%) 등으로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대중적인 조직화 사업은 소수의 자원이 아닌 다수 자원이 함께 해야 성공한다. 요즘 노동조합에서 유능한 활동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 역사상 처음으로 조직화 경험이 풍부한 핵심 간부 출신들이 대거 퇴직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맛을 경험한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배출되고 있음을 주목한다. 이제 100세 시대라는데 퇴직 노동자들 거의 모두가 건강하다. 대부분 잠시의 휴식을 취하고 나면 가치 있는 일에 대한 열망도 크고 일자리를 원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경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돌봄 영역이다.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치닫는 대한민국은 현재 60만 요양보호사(21년 50만에서 22년 60만으로 증가)에서 머지않아 100만 요양보호사 시대가 현실화될 것이다. 2008년 7월 1일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된 지 16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최저임금만이 유일한 임금체계다. 16년 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 딱 그대로다. 그야말로 저평 가된 대표적인 일자리가 요양보호사 등 돌봄영역 일자리다. 지난 16년간 요양보호사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만들어 온 장기요양제도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젊은 층은 떠나면서 고령노동자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공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노인돌봄은 0.9%만이 공공이고 나머지 99%가 민간영역이다.

지난해 11월 25일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창립식에서 발표한 10대 요구 중 첫 번째가 공공요양기관 확대다. 좋은 돌봄 사회는 돌봄 노동자의 조직화에 비례하여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좋은 돌봄 사회 건설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내일의 나를 돌보는 연대, 내일의 내 가족을 돌보는 연대에 함께 나서달라고 요청드린다. 좋은 돌봄사회 건설이야말로 세상을 제대로 바꾸는 일이라고 스스로에 다짐하면서 60만 요양보호사 조직화에 지치지 않고 달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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