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폭'이 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by 센터 posted Apr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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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근 센터 이사, 건설노조 지도위원

 

 

 

최근 대통령, 주무 부처 국토교통부 장관, 노동자를 위한다는(?) 고용노동부 장관,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건설노조가 무슨 큰 범죄 집단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은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건설 노동자의 인간적 존엄성까지 부정하고 있다. 경찰청장은 ‘건폭’ 척결을 위해 200일 특별단속기간을 정하고 수사 경찰의 특진을 내세워 실적 내기(3월 말 기준 12명 구속, 630여 명 조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당연히 건설 자본들의 건설노조 무력화 요구가 함께하고 있다. 상황을 만들고 주도하고 있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는 10만 가까운 건설업체들이 소속되어 있다. 세상 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이 정도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건설노조 탄압의 본질이 무엇이라는 것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는 건설 현장을 바꾸겠다는 건설노조 활동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건설 자본과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며 위기를 느끼고 있던 윤석열 정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이들은 화물연대 파업 투쟁에 동조 파업을 결의했던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전국을 무대로 전면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투쟁 이후 지지율 반등을 지속해 보겠다는 속셈이 훤하다. 이 정권은 ‘노동개혁’을 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워 민주노총에 대한 협박을 노골화하고 있다. 언론은 건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몇몇 부정적 사례들과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하나로 묶어서 침소봉대하는 기사를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설노조 현장 활동을 살펴본 여러 매체를 통해 확인된 것은 대통령이 만든 ‘건폭’의 실체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교섭을 거부하고 나아가 일하고 있는 건설노조원들에게 이유 없는 해고 협박을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난무한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이번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은 정치 권력과 건설 자본의 탐욕에서 시작된 것이다. 속에 있는 이유를 꼭 찾자면 건설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이 35년 각고의 노력으로 성장하여 자기 몫을 제대로 찾고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예부터 부정부패의 온상이며 비리의 대명사가 된 건설 산업은 검은 정치 자금줄이었고, 검사 등 권력 집단의 스폰서 역할을 하였다. 과거 여러 사건에서 보이듯이 혜택을 누렸던 집단에게는 현재의 강한 건설노조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탄압은 이미 20년 전부터 있었다. 2003년과 2006년에 원청 단체협약을 통해 법에 정해진 전임비를 받았다는 이유로 공갈 협박범이 되었고, 10개 지역 건설노조 60여 명 간부가 사법처리되었다. 또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직후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분과위 지도부를 공동협박, 공동강요 등으로 구속하고, 그 후에는 ‘건설현장 불법 특별단속’ 기간으로 3개월을 선포하고 건설노조 전체에 탄압의 칼날을 들이댔다. 그러나 건설노조는 굴복한 적이 없다. 조직적으로 탄압을 뚫고 성장하였다. 건설노조의 역사는 비정규직 조직으로서 민주노조 역사에 남을 대장정을 이어왔다.

 

해방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오랜 기간 건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노동자 권리를 누리지 못하였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1988년 건설노조 태동은 건설 노동자들의 미래 전망을 밝혔다. 건설노조 운동 초기까지만 해도 건설 노동자는 소위 ‘노가다’라는 멸시와 천대의 이름으로 불렸다. 건설 산업이 국가 발전을 위한 기간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지키는 건설 노동자들은 어떤 자부심도 없었고 기능공조차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자긍심을 갖지 못하였다. 산업 발전이라는 미명으로 사회 기반과 생산 시설을 짓는 노동자들은 소모품이었다. 건설 산업은 정치 비자금을 위한 산업으로 전락하여 비리와 부정부패가 늘 존재하는 산업, 부실 공사로 숱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죽고 다치는 산업, 일하다 죽고 다쳐도 보상은커녕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던 산업, 일제 잔재가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산업,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판을 쳐도 처벌되지 않는 산업, 장시간 중노동 천형의 노동이 존재하는 산업 등으로 어떤 미래 전망도 없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 관련법 적용은 고사하고 일하고 제때 임금을 받는 것이 행운일 정도의 상황을 이겨내야 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꿈이었고 이상이었던 때 건설노동조합은 탄생하였다.

 

초기 건설노동조합 활동은 ‘노가다’를 버리고 ‘건설 노동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현재는 지속적인 양질 확대를 이루어 정치 경제 사회적 위상이 강화되었고 실질적으로 현장을 바꾸는 주체가 되었다. 내용적으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일정하게 무력화하였고 체불임금을 추방하였으며 노동시간을 단축하였고 임금을 인상하였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노동3권을 확보하고 단체협약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사회의 당당한 노동자로의 자격을 스스로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현장은 죽음(2022년 402명 사망)이 이어지고 있고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가 판치고 있으며 일자리를 두고 이합집산이 난무하며 ‘가짜 자영업자’를 내세워 현장을 왜곡하고 있다. 심지어 삶을 위해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을 강요로 몰고 있고 합법적 노조 활동으로 맺은 협약을 협박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 왜곡하고 있다. 이제는 완전한 노동기본권을 위해 사활을 건 정치적 투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건설노조가 탄압을 뚫고 지속 발전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과 왜곡된 고용을 바로잡기 위한 현장 투쟁이다. 고용안정은 모든 노동자의 희망이자 노동기본권을 위한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 고용에 대한 교섭과 협약은 법으로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원청 사용자성과 산별노조 인정 및 산별 교섭과 협약을 위한 법과 제도도 부재한 상황이다.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경험에서 확인되는 것은 고용안정이 노동조합 존재 이유라는 것이다. 건설노조의 활동 또한 건설 자본의 고용 전략에 의해 형성된 불안정 고용 현실을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건설 자본은 수십 년 동안 건설 수주물량에 따라 그때마다 선택적으로 인력과 건설기계 등을 수급하였다(선택적 고용 전략). 곧 이윤의 최대화를 위해 일용, 임시, 계약, 도급 등 형태로 고용하였고 이윤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최말단 팀장(오야지)을 사용자로 만들어 작업자를 통제하였다. 건설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가짜 사용자’인 팀장 인맥에 매달려 일자리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체계로 결국 제대로 된 공사금액이 집행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어 현장은 저임금 장시간 중노동이 일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기 건설노조는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왔다. 1996년에는 퇴직공제 제도가 포함된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루어냈다. 또한, IMF 외환위기 이후에 건설 일용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적용과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간이 된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도 관철하였다. 이 외에도 건설 현장과 건설 노동자들의 삶을 바꾼 것으로 체불과 유보임금 근절, 임금 직접지급, 국민연금 제도개선, 퇴직공제 적용 사업장 확대 및 부금 인상, 건설기계 산재·고용보험 적용, 건설기계관리법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기능인 등급제, 업역 규제 폐지, 직접 시공 확대, 노무관리 벌점제 등이 있다. 건설노조는 최근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실질적으로 근절하고 실사용자들이 직접 고용하는 현장을 만들어 법정 노동시간에 가까이 가고 있으며, 근로기준법이 현실로 적용되는 활동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는 아직도 이전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정권은 정치적 활용을 위한 탄압으로 ‘노가다’로 되돌리려 한다. 이제 건설노조는 지난 역사가 당당했듯이 탄압에 맞서 혁신의 주체가 되어 불법 다단계 하도급의 완전 근절, 고용의 투명성 확보, 안전한 건설 현장, 산업 특성에 맞는 적정임금 제도, 원청 사용자성 및 산별교섭 법제화, 건설 공공성 강화를 완성하고 사회변혁의 주체로서 진정한 승리의 길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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