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기억하는 법

by 센터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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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센터 이사,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소장

 

 

우주의 섭리에 따라 시간은 흘러가고, 또다시 연말이 찾아왔다. 지나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는 2022년을 보내야 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2022년 역시 몇 가지 사건이나 일, 그리고 사람이 우리의 유한한 기억 속에 잔상으로 또는 각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 2022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답답함·아쉬움·기대·후회와 같은 감정이 2022년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열쇠말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복장 터짐’, ‘어이없음’이 큰 지분을 차지할지도.

 

2022년은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종각 타종, 새해 첫아기 출산, 올해 띠인 호랑이 영상 등 새로운 희망과 다짐을 염원하고 상징을 보여주는, 의례적이나 반가운 뉴스로 시작되었다. 다만 예년과는 달리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대선후보의 행보와 발언, 공약 등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숨을 고르며 취임 당시 발표했던 국정과제를 정리해가는 와중에, 새로운 대통령은 누가 되어야 하는지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나날이었다.

 

노동 분야도 새해부터 달라지는 제도를 짚어가며 분주히 움직였다. 최저임금 기준 시급이 8,720원에서 9,160원으로 인상되었고,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되었다. 무엇보다도 대중은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는 뉴스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무엇이 나아졌는지 묻는다면 뚜렷한 변화를 말하기 쉽지 않다.

 

오미크론이 대세가 되어 우리 사회를 한차례 휩쓸 무렵,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새 정부 국정과제가 발표되었다. 새로 임명된 노동계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자를 모아놓고 발표한 노동 분야 추진 과제는 기존 정부가 진행해온 노동정책 기조와 사뭇 달랐다. 이내 이어지는 정부의 해명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공식 입장 아님.’ 이때 알아챘어야 했을까. 앞으로도 이런 상황, 아니면 이보다 더 심한 일들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뜨거운 여름, 자신을 철창에 가둔 채 생존을 위한 약속 이행을 외치던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목숨 건 싸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상승으로 생계를 위협받던 화물 노동자의 고통, 부당한 운영에 맞서, 최초의 교섭을 위해 천막을 친 대리운전 노동자의 의지,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을 바로 잡기 위한 제빵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의 외침. 21세기 하고도 20여년 지난 2022년에도 노동계는 힘겹다 못해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는 긴 싸움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일터로 나섰다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어떤 식으로 기억해야 할까.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대책을 만들기에도 부족한시간에 머리를 맞부딪혀가며 꼴사납게 싸우기만 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눈길을 조금 가까운 곳으로 돌려 서울의 1년을 들여다봐도 이와 비슷한 갑갑함이 느껴진다. 그동안 정부와 타 지자체를 견인해왔다고 평가받는 서울시노동정책의 후퇴가 그렇다. 서울시 노동정책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는 서울의 노동센터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전임 시장이 시작하고 중요하게 평가받은 사업이라 그런 걸까. 빈약한 논리에 따른 판단으로 인해 취약 노동자를위한 다양한 사업이 표류하다 못해 좌초될 위기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 아니기에 소위 말하는 ‘가성비’ 또한 높다. 새 정부에서 힘주어 강조하는 효율성 차원에서 보자면 으뜸일 것이다.

 

일을 해보면 유능하고 역량 있는 공무원이 꽤나 많다는 걸 체감한다. ‘공무원과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하며 통념으로 넘겨버리기도 어렵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고 풀길은 묘연하다. 상식은 모든 사람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어야 할 텐데, 무리마다 상식이 다르고 무리마다 공정이 다르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기치를 걸고 정책을 정렬하는 서울시와 시의회는, 약자는 그대로 두고 ‘동행’만 하려는 건지 걱정된다. 오래전부터 관용구처럼 쓰여 온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중요시한다면, 그런데 명확한 포인트와 방법을 찾을 길이 막막하다면,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시민들에게, 노동자에게. 그리고 그 정책을 직접 이행하고 있는 현장의 사람들에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협치라고 할 수 있다.

 

2022년이 저물어간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2022년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 다만 그 기억을 바꿀 힘과 권한이 부족해 안타까울 뿐이다. 헌법 제1조는 과연 선거철에만 통하는 명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22년을 일 중심으로 기억하자니 마음이 무겁고,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2022년을 기억하고자 한다. 행복했던 일들을 모조리 찾아 함께 기억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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