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정규직] 미디어 노동의 불안정성과 제도화 해법, 영국과 캐나다에서 찾자

by 센터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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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

 

 

방송미디어산업의 확장과 고용불안정성 증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디어법’이 통과되었다. 종합편성채널 신설 관련 법률은 미디어 분야의 고용환경을 급속히 변화시켰다. 2011년 이후 JTBC, TV CHOSUN, 채널A 등 종편방송국이 개국된 뒤, 고용의 규모는 증가했으나 고용의 질은 하락하고 있다. 방송미디어산업 취업자는 방송채널 사용사업자와 IPTV 사업자의 증가와 맞물려 지난 몇 년 동안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10여 년 사이 방송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고용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타 업종과 달리 방송산업 내 고용형태는 계약직이 감소했다. 2007년 소위 ‘비정규직법’ 제정 이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 전환으로 기간제 계약직이 잠시 감소하는 추세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노동시장에서는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방송미디어산업 고용구조의 큰 특징은 자회사 설립 운영과 단시간 노동자 및 프리랜서 활용의 증가다.

방송미디어산업에는 전통적인 비정규직 이외에 다양한 고용형태가 존재한다. 왜 이 문제가 지속·반복되고 해결되지 못하는 걸까. 정부는 물론 국회조차 거대 언론방송 미디어 자본을 껄끄러워하기 때문이다. 노사정 이해당사자 논의에서도 방송미디어산업의 사각지대나 제도 밖 노동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와 우리의 방송사 고용 특징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또 방송미디어산업의 유의미한 단체협약이나 실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영국 BBC에서 배워야 할 조직운영과 계약 및 프리랜서 권리

 

영국 공영방송인 BBC는 6개 조직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뉴스, 콘텐츠, 라디오&교육, 지역 미디어, 경영지원&일반행정, 스튜디오 형태의 조직 편재다. 2020년 이전까지 BBC 전체 인력은 21,133명이었다. 뉴스 8,165명, 콘텐츠 880명, 라디오&교육 1,969명, 지역 미디어 2,719명, 경영지원&일반행정 5,180명, 스튜디오 2,220명에 각기 근로계약을 맺는 노동자들이 일했다.

그런데 BBC의 전체 인력 대비 정규직 비율은 91%(19,236명)나 된다. 비정규직 비율은 9%(1,897명)에 불과하다. 사실 프랑스 공영방송 텔레비지옹francetelevisions의 비정규직 비율도 7.7%에 불과하며, 독일 10여 개 주 연합방송 형태인 독일 제1공영방송 아에르데(ARD)도 23.3% 정도다. BBC 조직 부서별 비정규직 비율은 스튜디오 32.9%(731명), 콘텐츠 7.6%(149명), 라디오&교육 7.6%(67명), 뉴스 7.2%(586명), 지역 미디어 4.7%(129명), 경영지원·일반행정 4.5%(235명) 순이다. BBC 내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스튜디오’에는TV 프로덕션, 스크립트, 음악, 이벤트 등의 업무가 있다.

BBC는 우리처럼 지역 총국이나 개별 프로그램의 무분별한 프리랜서 활용을 방관하지는 않는다. BBC 6개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계약 형태로 고용계약을 맺는다. BBC 6개 조직의 고용계약은 △정규직 계약ContinuingContract △기간제 계약Fixed-Term Contract △유연기간 계약Flexi Contract △캐주얼 계약Casual Contract (계절·시즌) △임시 파견 계약Temporary Agency Contacts △프리랜서 계약Freelance Contracts 형태다. 특히 프리랜서 계약은 전문적 서비스 인력을 일정기간 동안 활용하는 계약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물론 BBC에도 우리처럼 프리랜서를 고용한다. BBC는 방송사 특징상 제작자producer와 연출자director, 카메라맨 및 뮤지션 등 많은 프리랜서를 특정 기간 국한된 계약으로 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BBC 프리랜서는 독립된 프로덕션Production 회사에 고용된 것과는 달리, 계약 시 일반 BBC 임직원(정규직)에 준하는 의료와 안전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특히 BBC는 내부 규정상 ‘BBC와 어떠한 형태로든 3년 이상 근무한 인력에 대해서는 정규직 계약을 제안(오퍼)’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BBC는 우리와 달리 조직 내에 작가부가 있고 작가 계약직 채용도 존재한다. BBC에 ‘writersroom’이라는 부서가 있다. 주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라인조직과 외부의 유능한 작가진 간의 협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작가부 헤드는 작가 출신이고, 부서 스텝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BBC는 신입 작가staff writer와 기간제fixed term 형태로 계약하고 있으며, 작가 직무기술서 샘플(라디오 작가, 1주일 28시간 근무)을 보면 7가지 영역(주요 책무 10개, 필수기술 및 지식, 경험 6개, 건강 및 안전, 작문 기술, 상상력과 창조적 사고, 기획 및 조직, 관계 관리)에 대해 적시되어 있다.

 

캐나다 CBC와 CMG 노사에서 배워야 할 동일가치노동과 프리랜서 단체협약

 

캐나다에는 프리랜서 노동자의 이해대변을 반영하고 있는 두 개의 조직이 존재한다. 하나는 캐나다 프리랜서 유니온 CFU(Canadian Freelance Union)이고, 다른 하나는 캐나다 미디어 길드 프리랜서 지부 CMG(Canadian Media Guild Freelance Branch)다.

CFU는 미디어 또는 정보산업에서 일하는 광범위한 프리랜서를 조직화 대상으로 한다. 미디어 프리랜서 대상 건강보험 가입, 계약서 작성 지원, 일감 소개 게시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미디어 프리랜서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사업 및 입법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CFU는 매년 $125의 조합비를 내는 조합원에게 프레스 카드 발급을 지원한다. 프레스 카드가 없어서 주요 출입처에서 취재할 수 없는 것이 프리랜서 기자의 주요 고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체협약과 같이 제도적 구속력을 가지는 장치가 없기에 프리랜서 상담 및 지원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CMG는 공영방송인 CBC를 포함해 10개의 언론사에서 일하는 약 6,000명 언론 노동자를 대표하는 캐나다 핵심 언론분야 노동조합이다. CMG는 1998년 프리랜서를 조직하여 프리랜서 지부를 설립했다. 노동조합은 CBC와 단체협약을 맺어 프리랜서 계약 조건 및 처우에 대해 적시했다. CMG는 CBC와의 단체협약에 프리랜서 항목(Article 30)을 삽입함으로써 프리랜서 보수체계와 제작자로서의 권리를 명문화한 바 있다.

특히 캐나다 노사 간 맺은 단체협약은 프리랜서 세부 직종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최저요율을 규정하고 있다. 단체협약 30.5.9 항(A. 오디오 콘텐츠 제작 프리랜서 직종별 요율, B. 비디오 콘텐츠 제작 프리랜서 직종별 요율, C. 텍스트 기반 콘텐츠 제작 프리랜서 직종별 요율)이 바로 그것이다. 다만 방송 담당 정규직 프로듀서와의 협의 하에 그 이상 제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나 블로그 등을 통해 실시간 텍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Text-basedReportage)는 첫 두 시간은 시간당 $50, 그 이후에는 시간당 $25를 지급받고 하루 최대 $280까지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언론 노사 간의 프리랜서 계약 형태 및 노동조건 명문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규직과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가 같은 노조 소속으로 있으면서, 두 집단을 모두 포함하는 단체협약을 통해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의 권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더불어 단체협상을 통해 프리랜서 직종 범주 및 업무명세서를 매년 새롭게 정의하고 그에 따라 요율을 지급하는 시스템은, 업무 구분이 명확치 않아 정규직과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 양측 모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방송 제작 시스템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준다. 아울러 프리랜서 제작 인력이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갖는 권리와 의무를 명문화한 것도 의미가 있다.

한편, 캐나다 노사는 프리랜서 공정 채용 및 대우 가이드라인까지 배포·활용하고 있다. CMG는 사 측을 상대로 한 교섭뿐만 아니라, 프리랜서의 실질적 사용자인 정규직 피디 조합원을 상대로도 프리랜서 제작 스태프의 권리 연대에 대해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단체협약을 통한 프리랜서 권익 보호에도 불구하고 그 적용에 있어 여전히 차별이 존재한다. 단체협약이 임금 차별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휴가 및 휴게시간 그리고 고충처리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 '프리랜서의 공정한 채용과 대우를 위한 가이드라인' 팜플릿 제작, 배포

(We‘re on the same team, A producer‘s guide to hiring CBC freelancers fairly)

-’프로듀서가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내용

 

∎ '공정한 계약을 맺기 위한 프리랜서들의 가이드라인‘ 팜플릿 제작, 배포

(Taking the ‘Free’ out of Freelancer, A freelancer’s guide to negotiating a faircontract)

-’프리랜서가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내용

 

방송미디어산업의 새로운 계약과 고용을 위한 대안들

 

미디어 분야 및 방송사는 청년, 여성이 선호하는 일자리다. 그런데 비정규직과 프리랜서가 거의 절대 다수 활용된다. 불안정하게 고용된 이들의 방송 제작·지원 업무는 오랫동안 비공식화된 비가시적 영역으로 취급받아 왔다. 이런 이유로 경제적 보상으로부터 배제된 채 일을 하면서도, 열악한 노동 환경과 차별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제는 더 늦을 수 없다. 방송미디어산업의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문제 해결은 정부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단순한 처우 개선이 아닌, 조직 내 성차별적 고용구조와 소득 재분배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성평등gender equality한 고용구조와 노동 환경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차별 및 불법파견 등 문제는 방송사의 오래된 숙제이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이제는 보편적 노동 규율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방송사나 지원 보조금을 받는 곳에서조차 불평등한 조항들이 포함된 계약서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공공부문 방송사 계약서에는 아직도 ‘질병’ 과 같은 사유가 계약 해지 조항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노동 감수성을 찾아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디어기업 및 거대 방송사와 프리랜서 간 계약, 그리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관계를 악용한 부당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이제라도 영국 BBC와 같은 고용구조 및 권리, 캐나다 노사 간 맺은 단체협약을 우리도 참고하여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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