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노동] 노동법에서도 배제된 초단시간 노동

by 센터 posted Jun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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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근  센터 정책연구위원

 

 

일탈적 노동시간 쪼개기를 조장하는 법제도

 

초단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자발적인 선택이든 비자발적인 선택이든 통상 노동, 단시간 노동에 비해 불리한 처우를 적용받는다. 초단시간 노동이 수행되는 맥락은 다양하겠지만,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불리한 처우의 출발점에는 기본적으로는 ‘잔여적 노동’, ‘부수적 노동’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초단시간 노동만으로 구성된 사업장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통상 노동, 단시간노동의 사이사이에 초단시간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경우 잔여적 노동이라는 시각은 강화된다. 법적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노동시간을 일부러 쪼개서 초단시간 노동을 배치하는 경우는 노동시간의 ‘조작된 잔여화 경향’이 더욱 강화된다. 이 글에서는 일탈적 노동시간 쪼개기를 조장하는 초단시간 노동의 제도적 문제와 쟁점을 살펴본다.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노동법상 권리 배제

 

초단시간 노동은 단시간 노동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시간 노동 관련 규정을 적용받을 뿐만 아니라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추가적인 규정을 적용받는다. 근로기준법에는 단시간 근로에 대해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로 정의되어 있고, 초단시간 근로에 대해서는 “4주 동안(4주 미만으로 근로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평균하여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로 정의되어 있다. 근로기준법은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그 사업장의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한 비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시간 비례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초단시간 근로에 대해서는 제55조(휴일)와 제60조(연차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단시간 근로자임을 이유로 통상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고(제8조 제2항), 단시간 근로자의 초과근로에 대한 근로자의 동의 및 거부권과 함께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수 없도록 하였다(제6조). 또한 근로계약서상의 근로조건 명시사항에 대해서도 소정근로일 및 소정근로일별 소정근로시간을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하였다(제17조). 특히 2014년 3월 18일 개정을 통해 초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단시간 근로에 대한 근로시간 보호 효과를 가져오도록 했다. 반면, 초단시간 근로에 대해서는 기간제법상 기간 제한 규정을 적용 제외함으로써 제한 없는 기간제 사용을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초단시간 노동에 대한 또 다른 차별적 조항인데 합리적 근거 없이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와 상반되는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초단시간 노동이 남용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할 것이다.

 

사회보장법에서의 권리 배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고용보험법,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의 사회보장법에서는 초단시간 근로에 대해 적용 제외하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에 대해 퇴직금 등의 적용을 제외한 것에 대해 재개정 이유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다. 아마도 초단시간 노동은 임시적, 일시적 일자리로서 단기간 근무를 할 것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열악한 일자리라는 인식이 더 열악한 일자리를 만드는 입법을 불러온 경우라 할 수 있다.

 

초단시간 노동에 대해 사회보장법 적용을 제외한 것은 각 법의 제정 당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고용보험법의 경우 1993년 법 제정 당시에 단시간 근로에 대해 적용 제외를 규정하고 있었다. 제정 당시에는 1주간의 소정근로일 또는 소정근로시간이 당해 사업장의 동종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간의 소정근로일 또는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3할 이상 짧은 ‘시간제 근로자’를 적용 제외하였으나 점차 범위를 좁혀서 현재의 초단시간 근로에 적용 제외하는 것으로 점차 변해왔다.

 

‘소정근로시간’ 기준의 문제

 

초단시간 근로를 정의할 때 ‘실근로시간’이 아니라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상시로 15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하는 경우라도 소정근로시간이 1주 15시간 미만이면 초단시간 근로에 해당해 법적 권리가 배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초단시간 근로에 해당하여 유급주휴일,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등의 적용을 제외 받는 커다란 불이익에 비해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이라는 규정 방식은 사용자 주도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다양한 편법이 가능해지는 문제를 낳게 된다. 2014년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업체에서 각종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출퇴근 시간을 30분 단위로 관리하는 이른바 ‘점오계약(0.5시간 근로계약)’을 강요하여 사회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는 ‘점오계약’보다도 더욱 심각한 ‘십분계약’을 체결하는 꼼수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출퇴근 시간 10분을 다르게 적용한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해서 억지로 초단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단시간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소정근로시간이 아닌 실근로시간으로 대체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만약 단시간 근로자의 실근로시간이 통상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과 같다면 통상 근로자로 봐야 하며, 이때 실근로시간은 소정근로시간과 초과근로시간을 합산하여 계산해야 한다.

 

단시간 노동에서도 배제되는 문제

 

휴일, 연차휴가, 퇴직급여 등은 매우 중요한 근로조건 중의 하나인데 초단시간 노동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근로기준법상의 규정을 초단시간 노동에는 적용하지 않을 정도로 초단시간 노동과 일반 단시간 노동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일반 단시간에 비해 비례 보호의 필요성이 적다는 것은 권리 배제의 커다란 불이익에 비하면 명확한 이유라고 하기 어렵다. 계산상의 번거로움이나 보호 효과의 미미함 등의 이유도 당사자의 입장을 무시한 자의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시간 비례 보호 원칙의 문제

 

앞서 살펴봤듯이 단시간 노동은 통상 노동과의 시간에 비례해서 노동조건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단시간 노동조건과 관련해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비례 원칙이 노동조건의 어느 범위까지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일면 합리적인 듯 보이는 근로시간에 비례한 보호 원칙은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관계법을 관통하는 비차별 원칙을 무시하고 ‘합리적’ 차별을 위한 근거 규정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례 보호 원칙’은 다른 표현으로는 ‘비례 차별 원칙’이 될 수 있고,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원칙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근로시간에 비례해서 적용해야 할 노동조건이 있고, 근로시간의 길이와 무관하게 온전히 보장되어야 할 노동조건이 있는데, 모든 노동조건을 비례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오히려 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비례 보호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의 길이에 비례해서 보장해야 할 부분은 ‘근로대가성 임금’으로 국한하고, 교통비, 식사비, 가족수당, 교육수당, 학자금 지원, 명절 선물 등 후생복지적 차원에서 지급되는 ‘생활보장성 임금’은 비례 보호 원칙에서 벗어나서 온전히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역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지만, 시간제 노동이 갖는 고용의 유동성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더 두터운 보호를 해주는 것을 원칙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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