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운동] 노동과 지역, 사회운동, 진보정치를 잇는 사회운동노조센터

by 센터 posted Apr 25,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

 

 

한국은 잘사는 나라인가? 못사는 나라인가?

 

이리 질문하면 일부는 잘산다고 하고 일부는 못산다고 한다. 다수는 “이건 뭐지” 하며 머뭇거린다. 당연히 한국은 잘사는 나라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다.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선지 오래고 5만 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근데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살기 힘들다고 한다. 일반 서민들 죽을 맛이라고 한다. 노동자, 자영업자, 여성, 청년학생, 장애인, 소수자, 저소득층 모두 어렵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저출산율 세계 1위 국가인걸 보면 엄살은 아닌 것 같다. 근데 의문이다. 나라는 잘사는데 왜 우리 개인, 다수 국민은 못사는가? 

 

나라는 잘사는데, 국민은 왜 이리 힘들까?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명확하다.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소득, 자산, 교육 불평등이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상위 20%와 하위 20%간 자산 격차는 125배나 난다.1) 상위 1%가 무려 55%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하위 50%는 고작 2%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소득은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가계소득은 완만하게 상승했다.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기업, 특히 재벌 대기업에게 집중되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수많은 지표가 불평등 한국을 보여주고 있다. 방역불평등, 백신불평등, 고용·소득불평등 등 코로나 재난도 불평등하게 다가왔다.2)

 

왜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나?

 

소수의 가진 자, 재벌, 기득권 세력에게 부와 권력, 권리가 집중되었다. 자본과 정치권, 관료, 법조계, 수구언론, 보수교단이 연합해 견고한 기득권 카르텔이 구축되었다. 정치권도 기득권 카르텔의 일부로서 법 제도와 정부정책을 친 재벌, 가진 자 이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펼쳤다.3) 1987년 직선제 이후수구보수인 국민의힘과 중도보수인 민주당이 권력을 번갈아 차지하거나 분점하면서 정치를 지배한 결과가 오늘의 불평등 한국이다.

 

이를 제어할 수는 없었는가? 유럽처럼 시장 자본주의의 폭주를 막아내는제도 구축, 분배 정책, 사회문화를 만들 수는 없었는가? 보편적 권리와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운동, 가장 강력한 사회운동 세력인 노동조합, 진보정당들이 시장 자본주의의 폭주와 기득권 카르텔을 일정 정도라도 막아설 수는 없었는가?

 

노동조합 운동의 진단과 성찰

 

노동조합은 내 삶을 지키는 최선의 선택이다. 맞다. 모든 지표가 이를 입증한다. 노동조합이 있는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복지도 좋다. 노동관계법 적용도 당연하며 고용도 안정적이다. 설혹 고용불안이 발생해도 노조 투쟁을 통해 이를 막아내거나 최소화 할 수 있다. 문제는 노조 조직률이 12%에 불과하며 산별 교섭과 적용도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조합원 12%만이 노조 울타리에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88% 대다수는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로 노조 가입이 쉽지 않다. 노조가 힘이 약하니 기업소득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가계소득은 완만하게 상승한다. 노동자 내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에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조합원이 사업장에서는 머리띠를 묶고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하지만, 일상의 삶에서는 자본에 종속된 채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투쟁으로 쟁취해 인상한 임금으로 아이들이 경쟁에 뒤처지지 말라고 사교육을 시킨다. 옆집 아이가 수학, 영어, 미술학원에 다니면 거기다 더해서 국어든 과학이든 더 시켜야 덜 불안하다. 공공의료, 국민연금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병들었을 때, 노후를 생각해서 사보험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편 권리로서 주거권을 요구하기 보다는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를 하기도 한다. 이웃이나 친지와 비교, 경쟁하며 삶을 살아간다. 사업장 안에서는 사용자에 맞서는 노동자이지만 사업장 밖에서는 자본에 종속된 채 아등바등 소시민의 삶을 산다. 물론 이는 개인의 책임이나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 구조, 문화, 흐름이다.

 

노동조합은 대부분의 활동을 사업장 임단협 투쟁이나 현안 문제 해결에 투여하고 있다. 기후정의, 주거, 성 평등, 공공돌봄·교육·의료·교통 등 보편적 권리나 가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상급조직 차원에서는 요구로 내걸고 있지만 조합원 주체의 일상 운동이나 활동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업장 임단협 활동에 주력하는 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모든 것을 기득권 카르텔에 돌릴 수는 없다. 가장 강력한 사회운동 세력인 노동조합이 사업장 안에 갇혀 그 울타리 안의 조직 노동자 권리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는 폭주하는 시장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막아낼 수 없다. 물론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된다. 기득권 카르텔에 맞선 노동, 사회시민, 지역사회와 함께 반 기득권 대안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5.그림.jpg

 

5.연대.jpg

희망연대노조가 지역사회와 함께한 아동청소년사업 등 일상의 생활문화나눔 연대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서울로부터 사회대전환!

 

민주노총 서울본부의 슬로건이다. 사업장 투쟁은 기본이자 전제이다. 더 나아가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불평등 세상을 바꾸기 위한 일상의 운동이 필요하다. 보편적 권리와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대전환 운동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힘이 달리고 부족하기에 서울지역 사회운동단체, 지역사회, 진보정당과 함께 ‘코로나를 넘어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너머서울)’이란 연대체를 만들었다. 너머서울은 노동과 지역, 사회운동과 진보정치를 연결하고 협력하는 공간, 플랫폼이다. 아래로부터 사회대전환 운동을 통해 서로 힘이 되고 함께 성장하는 진보운동의 결집체이다.

 

너머서울은 지난 3월부터 5대 의제를 선정하고 공동실천을 전개하고 있다. 노동권, 기후정의, 주거권, 공공의료, 성 평등 의제를 서울에서부터 진전시키기 위해 의제별 팀을 구성하고 정책을 만들었다. 이를 토론회, 피팅, 캠페인, 문화제, 집회, 언론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진전시기 위해 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21년 5월 말, 2022년 4월 말 차별 없는 서울대행진을 통해 전면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5대 의제 6.1지방선거 의제로 제기해 최대쟁점화, 공약화하고 이를 진전시고자 한다.

 

일상의 지역 연대, 생활문화 연대

 

너머서울과 차별 없는 서울대행진을 하면서 지역사회와 일상의 연대를 모색하고 진전시켜 왔다. 차별 없는 대행진 기간, 서울지역 6개 권역별 지역의 날 실천행동을 진행하면서 지역 풀뿌리 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지역 실천을 전개했다. 2021년에는 아파트 경비 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을 진행했고, 2022년에는 LG베스트샵 노동자 조직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특성에 맞게 공공의료 캠페인과 문화제를 진행하기도 하고 용산미군기지 환경오염을 규탄하는 행동, 용산 정비창 공공개발을 위한 투어 등 다양한 내용과 방식으로 지역과 함께 실천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상의 사회대전환 운동을 지역에서 지속하고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다.

 

서울본부 의제 운동뿐만 아니라 생활문화 연대도 추진하고 있다. 희망연대노조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아동청소년사업 등 다양한 나눔 연대 사업을 다른 노동조합으로 확산하기 위한 초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문화연대위원회를 구성해 우선 자립청소년 지원 사업, 홈리스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를 점차 확대하려 한다. 무엇보다도 서울지역 사업장에 공감대를 형성해 사회연대, 지역 연대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과 일상 교류를 만들면서 1노조 1지역사회와 결연을 만들면 좋겠다. 더 나아가 1조합원 1지역 연대로 확장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사회운동노조센터로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조합은 노동자 계급으로서 특별한 의식적 작용, 일상의 실천, 조직문화가 없다면 실리주의, 조합주의로 경도될 위험이 있다. 사업장, 임단협 중심의노동조합 운동으로는 울타리 내 권리만 제한적으로 보장받을 뿐이다. 헬조선이라 불리는 불평등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기존 노조 활동 방식,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사업장 담벼락을 넘는 사회 운동적 노조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보편적 가치와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정치적 연대 운동이 필요하다. 아래로부터의 지역 연대, 대중 주체의 운동이 요구된다. 일상의 생활문화나눔연대를 통해 계급 실천의 재생산 공간으로, 삶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야 한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슬로건 그대로 “사업장 담벼락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서울로부터 사회대전환”을 만들고자 한다. 노동과 지역, 사회운동, 진보정치를 잇는 사회운동노조센터가 되고자 한다. 각 영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역단체, 사회운동단체의 벗이자 기반이 되고, 함께 활성화하고 성장할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기울일 것이다. 진보정당이 의회정치에 경도되지 않고 지역에서부터 대중 주체의 운동, 사회운동과 결합해 진보정당의 토대를굳건히 하며 보수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주류정치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 ∙ ∙

1) 2019년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2) 코로나19의 고통은 비정규직,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게 집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실직 경험 (31.4%, 정규직의 4.1배), 소득 감소(57.0%, 정규직 3.4배), 코로나 확진 격리기간 무급휴가 (42.1%, 정규직의 2.6배), PCR검사 후 격리기간 무급휴가(42.2%, 정규직의 3.3배), 감기몸살 증상 무급휴가(42.2%, 정규직의 3.1배)에서 정규직보다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 저임금 노동자는 실직 경험(31.4%, 고임금의 5.5배), 코로나 확진 격리기간 무급휴가(60.0%, 고임금의 18.2배), 감기몸살 증상 무급휴가(49.7%, 고임금의 8.0배)였음.‘(사)직장갑질119와 (재)공공상생연대기금 여론조사’(2022년 3.24∼3.31)

3)김대중 정권의 ‘정리해고법’, ‘근로자파견법’, 노무현 정권의 ‘비정규직법’ 등은 중도보수, 연성 신자유주의 민주당 정권의 친 자본 성격을 보여줌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