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 하나로 연결된 콜센터 노동자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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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

 

 

유목민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들은 입사 후 6개월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입 교육 기간은 1~6주 정도로 짧지만 숙지해야 할 업무 범위는 한계가 없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민원 전화를 받다 보면 실전 전화 상담에 투입된 날 바로 그만둬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6개월 이상 근무하면 관리자로부터 실적 압박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입사 동기들보다 실적이 저조한 분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시기가 이때입니다.

상담사들은 콜센터를 그만둔 후 몇 달간 쉬다가 다시 보험, 카드, 은행, 공공기관 등 다른 콜센터로 이직합니다. 6개월 근속도 콜센터 업계에선 경력자로 취급할 정도로 이직률이 높습니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도 한 달에 40명씩 신규 채용할 정도였고, 퇴사자는 최소한 한 달 정도 더 다녀야 퇴직 처리가 되었습니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노조가 이끈 변화

 

2012년 9월 12일,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노조가 출범했습니다. 1년 미만 일한 분들은 대부분 “몸이 아파 곧 그만둘 거다.” “여긴 잠깐 근무하는 거라 노조에 관심 없다.”라는 이유로 조직하기 어려웠습니다. 1년 이상인 상담사들도 “조합비가 부담스럽다.” “회사에서 눈에 띄는 행동하기 싫다.” “아이가 어려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다.” “여기 다닌다고 말하기 창피하다. 조용히 살고 싶다.”라며 노조 가입을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노조가 생겨 다행이다.” “회사 그만두려 했는데 노조가 생겼으니 그만두지 않아도 되겠다.” “노조 가입하면 뭘 바꿀 수 있을까.”라며 희망을 품고 노조에 가입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노조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화장실, 실적 압박, 업무 테스트, 감정 노동, 연차 사용 제한,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자 원청인 서울시는 하청업체들을 관리 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노조 설립 첫해, 업무시간 외 조회·석회·교육 폐지, 점심시간 단축 폐지, 퇴근 후 막콜 폐지, 점심시간 당일 배정을 월 단위 점심시간 배정으로 변경, 보건휴가 보장, 연차휴가 보장 등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노동조건이 개선되자 퇴사율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철폐, 상시 지속적 업무는 직접 고용하라”라는 노조 요구가 시작되자 노조 가입도 늘었습니다. 상담사들끼리 대화할 시간도 없었고,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감시체제였지만 노조를 통해 불만을 얘기할 자리가 생기자 상담사들은 활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구나.” “다들 힘들게 일하고 있었군.” “나만 특이해서 업무 불만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군.”이라며 서로의 업무 고충을 공감하기 시작하자 단체 행동을 통한 변화 요구는 더 커졌습니다.

 

5.다산콜1.jpg

2021년 10~11월 임금 교섭 투쟁을 하며 파업을 벌인 다산콜센터 노동자들(@다산콜센터지부)

 

직접고용, 노동 환경 개선과 서비스 질 만족도는 비례

 

콜센터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입니다. 3년 이상 근속해도 임금이 크게 상승하지 않습니다. 매월 실적 경쟁을 통해 S-A-B-C-D등급으로 나눈 후 성과급(약 5만 원 간격)을 차등 지급합니다. S등급을 받기 위해선 상담품질보다 콜 수에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빨리 최대한 많은 콜을 받아야 급여가 올라갑니다. 이러다 보니 민원인에게 충분한 설명보다는 단문 형식으로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원인이 원하는 만큼 길게 상담을 다 하면 상담사 개인에겐 불이익이 됩니다. 수개월, 수년간 이렇게 상담을 하다 보면 일에 대한 책임감, 소속감은 떨어집니다. 답변 정확성, 상담품질도 저하됩니다. 결국, 성과급 차등 지급이 공공성을 저해하고, 서비스품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 구조가 되어 버립니다.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결국 일하는 상담사들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노조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상담사들이 원하는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근본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이 과정을 중시했습니다. 조합원 내부 토론을 통해 의제를 만들고, 요구안을 만들어 위탁업체와 서울시에 요구했습니다. 콜 수를 경쟁하기보다 콜 통화시간이 늘어나더라도 민원인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조합원들도 우리가 토론을 거쳐 만든 요구인 만큼 꼭 관철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상담사들에겐 소속감, 책임감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다산콜센터는 현재 호봉제를 도입하고 QA 평가를 폐지했습니다. 상담사들의 요구대로 근무 환경이 조금씩 변화하자 민원인들의 서비스 만족도 올라갔습니다.

 

2017년 5월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120다산콜 재단 설립을 통해 서울시에 직접고용 되었습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고용 안정을 보장받았습니다. 민간위탁, 간접고용은 정보 접근 한계가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민원행정 서비스 만족을 높이긴 위해선 상담사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시로 직접고용된 이후 상담사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속도가 빨라졌고, 업무 교육 시간이 확대되었습니다. 전화 연결 지연 문제는 발생했지만, 연결된 이후 시민의 만족도는 상승했습니다. 숙련된 상담사들이 장기 근속하면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습니다.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들의 연대를 위해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직접고용되고, 처우가 개선되기 시작하자 자기 사업장 내 변화, 희망을 꿈꾸는 노동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최근 2~3년간 콜센터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조직된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열악한 노동 환경에 굉장히 놀랄 때가 많습니다. 10여 년 전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이 겪었던 어려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자들의 폭언에 여전히 시달리고, 연차 사용 제한, 민원인에게 무조건 사과, 원청 담당자 전화 연결 불가 등 불합리한 업무 환경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노조의 주장은 노동자들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주장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이 인간적인 환경에서 일해야 좋은 서비스가 나옵니다. 그동안 콜센터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내기 위해 상담사들을 희생시켜 왔습니다. 이제 콜센터상담사들이 노조를 스스로 만들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다산콜센터 노조가 변화를 만들어온 경험이 새로 노조를 시작하는 상담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열심히 연대할 것입니다.

 

공공기관 콜센터를 이용하는 분들 가운데 “여기서는 저기로 알아보라고 한다. 저기선 여기로 알아보라고 한다.”라며 담당 기관 찾느라 헤매는 분들이많습니다. 콜센터를 이용하는 민원인들은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국, 어느기관이 해결할 것인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으면 민원인도 힘들고, 상담사도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노동자들은 연대해야 합니다. 다산콜센터 노조는 우리 현장의 변화만큼, 다른 콜센터 노동 현장도 변화하도록 계속 연대 투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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