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 콜센터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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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

 

 

감정 노동자로서 콜센터 상담 노동자 보호

 

고객 응대 업무에서 고객 만족을 위해 인위적으로 자신의 내적 감정이나 외적인 감정 표현을 변화시켜야 하는 노동에 ‘감정 노동’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 그동안 이름 없이 강요되며 노동자들의 소진을 불러일으켰던 개념이 구체화되었다. 그리고 감정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보호 의무와 조치 사항 및 감정 노동의 산재 인정 논의, 감정 노동을 둘러싼 법적 공식화, 제도적 보호 방안 등이 주요 쟁점을 형성해왔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는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로서 보호조치의 주 대상으로 언급되어왔다.

 

2018년 10월 산업안전보건법 내 추가된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법규 및 시행규칙, 시행령은 이른바 ‘감정 노동자 보호법’으로서 고객 응대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한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대표적인 감정 노동자로 알려져 있으며 안전보건공단에서는 2019년 〈고객 응대 근로자 건강 보호 업종별 매뉴얼〉을 발간하였고 콜센터 상담사, 텔레마케터 업종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매뉴얼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연구(이하 본 조사연구)에서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실시된 이후에도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고객으로부터의 폭언, 고객을 향한 감정 노동이 완화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비율과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이 동등하게 나타났다. 또한, 이에 대한 조직적 지원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지원이 나아졌다고 느끼는 비율에 비해 크게 높아 법 개정에 대한 부정적 효과가 더 많았다.

 

고객 응대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상황들이 단순히 폭력적인 고객과 노동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와 조직이 이를 얼마나 예측하며 이때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실효성 있는 조치를 마련해 두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시급함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또한, 상담사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이용 권한을 두지 않는 상태에서 상담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다. 대부분의 콜센터에서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폭언과 무리한 요구, 성희롱을 반복하는 고객 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므로 감정 노동자 보호조치의 방안으로 기관 내 심의위원회 등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고객에 대해선 상담서비스 제공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2.토론회.jpg

2021년 5월 25일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콜센터 노동자 노동 건강 실태 발표 및 해결방안 모색 토론회(@매일노동뉴스)

 

상담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사업장 내 보호조치

 

감정 노동이나 고객의 폭언, 성희롱은 물론 콜센터 상담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건강상의 위험이나, 콜센터 상담원이 겪는 업무상 위험이 감정 노동이나 고객으로부터의 폭언으로만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업무 과중, 감염에 취약한 사무실 구조, 직무 스트레스 등 다양한 업무적 요인들이 콜센터 상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 조사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방광염, 성대결절, 이명 등 청력저하 등 다양한 질환의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에서 빈번히 확인되는 질환들은 업무 과중 및 적절한 휴식시간, 휴게시설을 보장받지 못하는 업무 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부담작업으로 명시된 작업(고용노동부 고시 제2018-13호 근골격계 부담작업)에 임하면서도 밀려오는 콜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 실적 달성을 위해 또 다른 콜을 걸어야 하는 시간에 쫓겨 쉴 수 없다. 적절한 휴식시간 없이 이어지는 업무 과중은 골격계 질환 위험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본 조사연구에서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업무가바빠서, 관리자에게 허가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화장실에 잘 가지 못하며, 화장실에 가게 될 게 우려돼 목이 칼칼해도 물 마시기를 참는다고 증언했다. 그결과 콜센터 상담 노동자에서 비뇨기계 질환 진단율 역시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는 상시적으로 근골격계 부담작업이자 정신적 긴장을 수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업무 중 기본적인 생리 현상을 해소할 시간조차 박탈당한 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동강도는 높아졌으나 상담 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휴게공간은 감염 위험성을 이유로 폐쇄된 상태이다. 폭언, 괴롭힘 등 악성 민원 응대 후에도 분리된 장소에서 휴식을 통해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개선이 시급하다. 적절한 휴게공간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적절한 휴식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의 적절한 휴식시간 및 휴게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본 조사연구에서 제시한 조치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부담작업 및 감정 노동을 수행하지만, 그에 따른 최소한의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은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ILO 여유율1)을 기준으로 근로기준법상의 휴게시간을 제외, 45분 근로 15분 휴식 원칙을 세우고 직무 스트레스, 감정 노동 및 노동강도를 고려한 추가 휴식시간을 부여한다.

둘째. 사무공간에 인접한 화장실, 야간노동 시 이용할 수 있는 수면 공간을 비롯해 사무실과 분리된 적절한 휴식공간을 마련한다.

셋째, 휴식공간 내 감염 위험을 최소화시키는 방식(가림판 설치, 시간제 운영 등)을 통해 운영하며, 노동을 지속하는 한 휴게공간 운영을 중단하지 않는다.

 

콜센터 산업의 안전보건관리 체계 마련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50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작업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선임해야 하며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특히 50~300인의 상시근로자가 고용된 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가 외부 기관에 의해 업무를 대행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보건조치와 안전조치를 위해 사업장을 방문하고, 300인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사업장 소속의 보건·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이러한 체제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제외 직종에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콜센터 노동자는 보건관리자, 안전관리자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역시 마련해야 할 근거가 없는 직종으로 분류되었다.

 

본 조사연구에서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은 우울, 자살사고 등 정신건강의 위기 상태에 놓여있었으며 안전보건전문가의 개입이 시급한 상태로 드러났다. 근골격계 질환, 성대결절, 비뇨기계 질환 등의 진단율도 높게 드러났으며 사회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위험이 큰 직군으로 지목되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직무 스트레스 평가,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 사업장 내 감염 예방조치 등 사업장 내 건강상 위험을 평가하고 예방조치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안전보건영역 전문가를 선임해야 할 법적 근거는 여전히 부재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 사업주가 사업장 내 위험성 평가를 수행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험성 평가는 사업주가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평가하여 관리, 개선하려는 방안으로 제시되지만, 기존의 광업·건설업 등 전통적인 산업재해 호발 직업군에 초점을 두고 있다. 노동자 정신건강의 대표적인 위협으로 작동하는 감정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해서는 사업장 내 실재하는 위험이 아니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으며 주기적 평가 역시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 종류로 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노출의 위험성 평가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마련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사업주가 실시해야 하는 위험성 평가의 일환으로 노동자 정신건강의 위험요인들을 평가하는 제도적 규범 마련을 요청하는 동시에, 이러한 위험성 평가가 콜센터 산업 내에서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관리 체제를 마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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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LO에서는 표준노동시간을 구성할 때 정미시간(순수하게 작업만 하는 시간)과 여유시간(노동자의 건강과 기본적인 안전, 고장, 사고 대처 등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시간)을 더해서 계산한다. 정미시간을 100이라고 할 때 여유시간은 이에 대해 몇 %나 되는지를 표현한 것이 ‘여유율’이다. 지나친 노동강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여유율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가 국제노동기구(ILO)의 ‘휴식 여유율’이다. 본 조사연구의 여유율 계산은 보고서 385~387p에 수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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