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 디지털 전환 시대 콜센터 상담 노동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조돈문 센터 공동대표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AI나 ARS 등 발달한 지능정보기술이 상담 업무에 도입되면서 콜센터 상담 노동 일자리들이 급격히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 조사는 기술 혁신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70% 이상인 고위험군 비중이 고객 상담 직종의 경우 30% 이상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었던 고객 상담 직종의 임금 노동자 규모는 도리어 증가 추세를 보인다. 자동화 등 기술 혁신에 따른 대체 가능성만 보면 고객 상담 직군의 대체 가능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데, 사회적 국가 기능을 위한 공공 확대 관점에서 보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고객 상담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능정보기술에 의한 대체 가능성이 낮은 고기술·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콜센터 상담 업무의 고진로High Road 전략이 요구된다.

 

상담 업무 난이도·전문성 상승과 노동자 고숙련화 요구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연구(이하 본 조사연구)에서 AI나 ARS를 담당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2%에 달할 정도로 지능정보기술은 콜센터 상담 업무에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실제 지능정보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상담서비스 일자리는 대체로 정형화된 문의에 대한 단순한 정보 제공 서비스에 한정되어 있다. 결국, 대체되지 않고 남은 상담 업무들은 고객들이 문의하는 내용이 매우 복잡하고 상담사의 문제 진단과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들이 많다.

 

콜센터 상담 업무 형태도 아웃바운드 중심에서 인바운드 중심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로 아웃바운드 업무들이 지능정보기술에 의해 대체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단순 상담 업무들이 지능정보기술로 대체되면서 남은 상담 업무들은 점점 더 복잡성과 난이도가 높은 상담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 결과 2008년에 비해 현재 단위 콜당 응대 시간은 2배 이상 증가하게 된 것이다.

 

콜센터 상담 업무의 난이도와 전문성이 상승하면서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의 학력 수준 상승과 근속연수 증가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콜센터 상담사 일자리가 점점 더 높은 업무 수행 능력을 요구하면서 상담 일자리에 응모하는 노동자들의 학력 수준이 상승하는 한편 상담 업무도 숙련 향상과 함께 경력을 축적하는 장기 근속 일자리가 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이러한 상담 업무의 전문성 강화와 상담 노동자의 숙련 향상은 고진로 전략이 이미 수행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상담 노동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을 제도화하기 위한 고숙련 인력관리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상담 노동자 숙련 형성·경력 개발을 위한 직업 교육훈련은 체계적으로 진행되지도 않고 효과도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콜센터 외주화 추세와 간접고용 위법성

 

콜센터는 상담 업무 난이도와 노동자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사용자의 책임·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외주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범위한 콜센터 상담 업무 외주화로 직영 비중은 크게 감소하고, 파견위탁 혹은 도급위탁 같은 간접고용 유형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다. 제2금융권의 경우 콜센터 상담 업무 담당 노동자들 가운데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75%에 달한다는 실태보고도 발표된 바 있다.

 

본 조사연구에서 간접고용 상담 노동자들은 직영에 비해 임금 수준은 더 낮고 노동강도는 더 높으며, 노동 통제와 감시 감독도 더 심하고, 과도한 업무량으로 휴게시간 사용도 더 어렵고, 회사 측으로부터 부당 처우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상담 노동자가 동일 콜센터에 계속 근무하더라도 고용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고용 승계가 안 될 수 있어 간접고용 상담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은 심각한 수준이다.

 

콜센터 간접고용 상담사들 업무에 대해 원청이 실적을 중요하게 체크하거나 콜 품질 관리에 관여하는 등 원청의 상담 업무 개입 비율은 전체 간접고용 상담사의 73%에 달한다. 실제 원청 담당자가 용역업체 센터장과 별도의 소통방을 운영하며 상담사들의 근무시간과 근무조건들에 대해 상세한 부분까지 보고받으며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단체교섭 과정에서 용역업체는 법정 휴게시간 외 별도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라는 노동조합 요구에 대해 원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실질적으로 거의 권한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원청이 상담 노동자들에게 직접·간접적 감독과 작업지시를 하면서도 간접고용 형태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는 점에서 원청은 도급업체 상담 업무를 직영화하고 간접고용 상담사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한다.

 

자살 충동을 강요하는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

 

콜센터 상담사들은 상당한 정도의 직무 불만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가운데 본 조사연구에서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밝힌 상담 노동자들이 48%에 달했다. 자살 충동은 물론 직무 불만족과 이직 의향의 핵심 요인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첫째는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이고, 둘째는 감정 노동 등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확인되었다.

 

2008년과 2021년 사이 콜센터 상담사들의 업무 전문성과 숙련 수준은 크게 상승했지만, 월평균 임금은 중위값 기준 전체 임금 노동자 대비 상대적 수준에서 도리어 하락했다. 저임금은 물론 상담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전반적으로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상담 노동자의 25%가 화장실 이용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응답했는데, 그 사유에서 관리자의 승인이 불편하다는 의견보다 업무량이 많아서 화장실 다녀올 시간이 없다는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

 

생리적 욕구를 해소할 여유도 주지 않는 높은 노동강도는 복잡한 상담 안건을 가져오는 고객들에게 충분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간단한 정보 문의 차원의 콜 상담조차 과도하게 긴 대기시간을 거치게 하는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또한, 상담 노동자들은 회사 측의 강도 높은 감시 감독과 노동 통제, 잦은 인격 모독과 임금 체불 등 각종 부당 처우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고용 직영화와 노동조건 개선 과제

 

본 조사연구를 통해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의 업무 난이도와 전문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과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콜센터 상담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것은 고객들이 받게 되는 상담서비스의 질 향상을 담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콜센터 상담 업무의 난이도와 상담 노동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상담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고숙련화에 부응하는 직업 교육훈련 과정을 신설하여 상담 노동자의 숙련 형성과 경력 개발을 지원하고 상담 노동자의 경력, 근속, 숙련 수준을 반영한 적절한 임금 수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둘째, 콜센터 상담 업무의 외주화로 인해 콜센터 원청이 실질적으로 상담 수행 관련 업무 지시를 하고 상담 과정에 대한 감시 감독을 수행하면서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있어 위법 행위 가능성이 큰데, 원청은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간접고용 상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실시할 것이 요구된다.

 

셋째, 상담 노동자들의 높은 노동강도는 감정 노동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를 보강하여 자살 충동에 이르게 하는데, 적정 업무량을 초과하는 콜 상담 업무 부담은 고객들에게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어렵게 하는 한편 과도하게 긴대기시간으로 인한 추가적 불편함까지 안겨준다는 점에서 적정 인력 확보를통한 적정 업무량 보장이 필요하다.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