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노동] 돌봄의 사회화, 돌봄 노동의 공공성 강화

by 센터 posted Oct 27,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박고은 센터 정책연구위원

 

 

우리 사회의 재생산 기능을 지탱하고 있는 돌봄 노동자

 

돌봄 노동이란 수혜자 개인의 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노동을 일컫는다.1) 가정 내에서 여성이 무급으로 수행하던 돌봄 노동이 과거 여성의 사회 진출 및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시장에서 유급 노동으로 교환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돌봄의 사회화가 확대됨에 따라 한국에서도 돌봄 일자리가 제도화되기 시작한 지도 15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간병, 육아, 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가사사용인으로 구분되어온 많은 돌봄 노동자들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킬 것을 목적으로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으로부터 68년간 적용 제외되어 최소한의 근로 조건 및 사회보장의 권리도 적용받지 못하였다. 이에 지난  5월 국회에서 가사근로자 보호법2)이 통과되어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 노동자들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마련되어, 비공식 부문 돌봄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는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한 단계라 할 수 있다.

 

여전히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개인 대 개인 간 계약에 따라 많은 돌봄 노동자가 방대한 비공식 부문에 남아있음을 고려할 때, 현행법상 이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고용 관계를 맺고 제도화된 노동시장에 종사하는 사회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처우는 나아졌는가? 한국의 경우 2007년 사회서비스 바우처 도입, 2008년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등을 기점으로 사회서비스 형태로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여왔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요양보호사 규모는 약 39만 명, 보육교사 약 33만 명, 2019년 기준 장애인활동지원사 약 9만 명에 달한다.3) 그러나 지난 15년여간 돌봄 노동이 상당 부분 제도화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돌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과 임금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용직 비중은 증가하였으나 다른 경제 부문과 대비하여 높은 임시직 비중은 계속하여 유지되고 있으며, 시간당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여전히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에 그쳐 생계 유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4) 사회서비스 제도의 외연이 수급자 권리 보장을 중심으로 확대되어온 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사회권 배제 문제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다뤄지고 있다.5)

 

1.돌봄.jpg

지난 여성의 날, 돌봄 노동자들이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여‘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전히 불안정한 돌봄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 및 건강6)

 

구체적으로 한국 사회서비스 부문 돌봄 노동을 관통하는 첫 번째 문제는 종사자 대부분이 일의 불안정성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설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 시설 돌봄 부문은 대부분 계약직 일자리가 중심이 되어 고용 불안정성이 높다. 재가 요양이나 장애인활동지원과 같은 방문 돌봄 부문의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 고용형태에 따른 불안정성을 논하기 이전에 근로계약 이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재가 요양보호사들은 이용자의 사정 또는 기분에 따라 갑작스럽게 중단되거나 해고 통보를 받기도 한다. 장기요양기관과의 근로계약 기간이 남아있어도 이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면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더욱 극대화되어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3개월, 6개월 등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는 쪼개기 계약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 지적되기도 하였다.7)

 

돌봄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갑질’이라고 표현되는, “내 돈 받고 일하니 함부로 해도 된다” 식의 태도를 빈번하게 경험하고 있다. 또한, 신체적 부담을 요구하는 업무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을 빈번하게 경험할 뿐만 아니라,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감염 위험도 크다. 정신적으로는 강도 높은 감정 노동을 수행하고, 대상자로부터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 꼬집고 할퀴기 등 대인적 재해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인적 재해가 발생하여도 고용 불안정성이 높은 돌봄 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 행사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기 어렵고, 영세한 기관이 많은 재가 장기요양기관 고용주들이 피해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다른 일자리로 업무배치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건강이나 안전상의 문제는 사실당사자들의 목소리, 여러 연구결과와 기사등을 통해 꾸준히 지적되어오기도 하였다.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은 잘 마련되어 있을까? 우선, 위험의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방문 돌봄 부문에 비해 안전보건관리가 용이한 시설 부문에서조차 관련 보호 장비나 지침이 미비한 부분이 많아, 빈번하게 발생하는 감염 위험도 예방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보고된다.

또한, 방문 노동의 경우 각기 다른 수급자의 집에서 일하기 때문에 집의 문턱이나 복지용구 등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노동 환경의 특성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표준화된 작업 도구나 보호 장비들도 제공되지 않는 등 이들의 업무상 위험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미 업무상 위험을 경험한 돌봄 노동자들은 적절한 유급 병가, 연차휴가, 산재보험 제도 등을 활용하여 치료와 회복을 취할 수 있는가? 박고은, 정진임(2020)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부 요양시설에서는 정년 이후 촉탁직으로의 고용 연장과 관련하여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해 병가를 쓴 사람에 한해서는 제외된다’는 조항이 있어 아파도 제대로 말하기 어렵다는 사례들이 보고된다. 재가 요양 부문에서는 치매 노인이 화장실에서 노동자를 밀어 발생한 업무상 사고에 대해 산재보험 신청을 한 경우 기관장으로부터 협박 전화에 시달리는 사례들도 보고된다.

 

항상 대체인력이 부족하여 당장 아파도 쉴 수 없음을 호소한 보육교사들의 경우 “아프면 그만둬야 한다. 병원도 못 간다. 구급차 불러서 실려 가야 조퇴도 가능하다.”라고 응답한다. 이처럼 돌봄 노동자들은 아프더라도 유급 병가를 사용한다거나 산재보험과 같은 제도적 안전망을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아픈 것을 참고 일하여 건강이 악화하기도 하고, 개인적인 비용을 들여 치료받기도 한다.

 

노동기본권 보장되고 돌봄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를 향해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돌봄의 위기 속에서, 돌봄 노동자들은 필수 노동자로 호명되며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제도적으로 환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된 필수 노동, 최전방 노동, 핵심 노동과 같은 용어들이 내재하고 있듯이 이들은 재난 상황에서도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그런데도 그동안 직업 안정성을 갖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 그리고 매일 대면하는 이용자로부터 기본적인 존중과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돌봄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고, 사회적 필수재로서 돌봄 서비스의 질도 고취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공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중앙정부는 고용 불안정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서비스 제도 구조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제반 여건이 마련되어야 노동자의 안전이나 건강권을 제약하고 있는 구조도 개선이 가능하다.

 

또한, 돌봄 서비스 생산의 측면에서도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사회서비스가 제도화된 후에도 서비스의 생산 및 제공은 민간시장에 맡겨졌으며 일부 존재하는 공공부문 또한 민간위탁의 방식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왔다. 이에 따라 추진되어온 사회서비스원법의 입법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는데도 지난 8월에서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었다. 그러나 해당 법률안은 국공립 우선 위탁 조건이 민간 기피 기관에 제한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돌봄 노동의 관계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고용주의 역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서비스 이용자의 인식 고취도 중요하다. 사회서비스의 경우 올바른 서비스 수급 지침에 대한 이용자 교육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돌봄 노동의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이 수반될 때 돌봄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 환경과 처우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 ∙ ∙ ∙ ∙ ∙

1) England, Paula, Michelle Budig & Nancy Folbre(2002), “Wages of Virtue: The Relative Pay of Care Work”, Social Problems, 49(4), pp.455-73.

2)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3) 각 통계자료의 출처는 순서대로 다음과 같음.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통계」, 보건복지부 「보육통계」,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바우처 주요 통계정보」.

4)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0.08). 코로나19를 계기로 돌아본 돌봄 노동의 현주소. 서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5) 박고은 (2020). 여성 재가 요양보호사의 산재안전망 경험에 대한 연구: 산업안전보건 및 산재보험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사회정책, 27(3), 131-163.

6) 본 기고문의 사회서비스 부문 돌봄 노동 실태와 관련한 내용은 상당 부분 필자가 수행한 2020년도 노회찬재단 연구과제 “한국 돌봄 노동자들의 일과 삶의 불안정성에 대한 연구: 사회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7) 정소희 (2021.02.16) [장기요양기관 ‘쪼개기 계약’ 성행] 해 바뀌면 요양보호사 해고 반복되는 까닭. 매일노동뉴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340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