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壹 커다란 하나] 사회연대는 노동운동 생존 전략

by 센터 posted Aug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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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조합원



부산지하철노동조합 규약 전문에 노동조합 목표를 ‘노동자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 규약을 제정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경제적 지위만 향상된다고 해서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조합을 만든 분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임금 투쟁이라는 전투에서는 잘 이기지만, 노동자들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승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그에 맞는 제대로 된 전략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결국 전쟁에서 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정쟁 당사자들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민심을 얻기 위해서 군인들이 점령지를 행군할 때 약탈을 막고 점령지의 민심을 얻는다는 이야기가 역사 속에서도 많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은 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자 정치 세력화 전략’을,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대자본 투쟁 전략’을,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서 ‘사회연대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략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 있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략이나, 대자본 투쟁 전략은 이미 수립되고 실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연대 전략은 아직까지 총 노동 단위에서 전략적 계획이 수립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연대 전략의 세부시행 계획 중 최근 논란이 되는 것에 사회연대기금이 있습니다. 사회연대기금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사회연대 전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노동운동이 사회운동 전반을 관통하는 허브가 되어야 합니다. 촛불 때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은 이미 그러한 임무를 수행한 바가 있습니다. 


2.토론회.jpg

지난 6월 16일 노회찬재단에서 주최한 ‘노동조합의 사회연대활동 사례’ 토론회에서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통상임금 교섭을 중심으로 한 사회연대 전략’ 발표가 있었다. (@노회찬재단)


사회연대는 또한 노동운동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노동법상 노동조합은 임금 투쟁만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론과 자본의 프레임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기적인 투쟁으로 비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프레임을 벗어나 사회연대 활동을 통해 시민사회 진영에 노동운동 연대 전선이 구축된다면 노동조합이 진짜로 하려는, 사회를 바꾸는 투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그러한 연대 전략의 일환으로 부산지역 공공기관 노동조합 연대체인 부산지역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를 만들고, 부산참여연대 등과 부산공공성연대를 창립하여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지역 사회의 다양한 단체와 연대 활동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로 노동조합은 부산 시민들에게 파업이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일자리를 나누고,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기 위한 투쟁임을 인식시켰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합의는 기존에 일하던 사람은 더 좋은 노동조건을 통한 ‘건강’을, 취업이 필요한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들어 낸 합의로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노동조합 투쟁이 조합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가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킨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노동조합은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조합원 1인당 연간 천만 원의 임금 상승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돈을 받는 대신 노동시간을 단축해 신규 인력 채용을 통해 안전한 지하철을 만들고, 건강한 노동 조건을 만들자고 설득하여 무려 93%의 찬성률로 교섭요구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몇 차례의 파업과 투쟁으로 2019년 최종적으로 신규 인력 540명을 뽑는다고 합의하게 되었습니다. 부산교통공사 총인원이 대략 3,500명 정도인데, 540명은 정말 엄청난 인원을 뽑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연대전략은 당장에 얻어지는 것이 없어 조직에서 외면받기 쉽습니다. 

첫 번째로 노동조합이 양보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입니다.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양보가 아니라 조합원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면서 청년실업 해소도 이루어낸 것입니다. 어느 일방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합원의 93%가 찬성했던 것입니다. 또한 노동조합은 이 합의안을 이루기 위해서 몇 차례나 파업을 하고 지도부가 징계와 해고까지 당하는 투쟁의 결과로 이루어낸 합의입니다. 사회연대 전략이 투쟁 없이 단순한 양보를 통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로 그 힘을 조합원들이 느끼기에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지도부는 돈과 노력한 것에 비해 성과도 나지 않고, 내부 현안도 벅찬 현실 속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입니다.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파업의 순간에 매번 임금을 손해 보고 징계 받고 피해를 보는 것 같지만, 지금의 상황은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곳이 되었다. 우리 사업장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직장 대부분은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 되었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연대 전략을 수립하고 각각의 노동조합에게 맞는 방법으로 실천하면 지금 당장 얻어지는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반드시 성과가 날 것입니다. 많은 노동조합이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서의 사회연대 운동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끈질긴 마음으로 조합원을 설득하고, 사업을 묵묵히 펼쳐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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