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壹 커다란 하나] 상생과 나눔의 사회연대, 사무금융우분투재단

by 센터 posted Aug 24,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단단한 구태의 껍질에 갇힌 노동운동


한국의 노동운동은 기업 내부의 임금 인상 및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내부적 목표에만 치우쳐 왔다. 매년 10월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발표한다. 이 자료를 토대로 회사의 실적 개선치, 노동소득 분배 개선치 등을 감안하여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임금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하고 교섭해 왔다. 새롭게 만들어진 노동조합들은 전임자(타임오프), 사무실 등 조합 활동 인정이 주요 교섭 목표이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노동조합들은 임금 인상이 어려우면 피복비, 교통비, 복지카드 등 급여성 단체협약 사항들에 교섭을 집중한다. 


개별 기업별 교섭은 요구안을 만들 때부터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한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사항이 요구안에 담기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사회적 요구들은 반영될 길이 막히게 된다. 즉,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은 활발하지만, 사회와의 의사소통은 단절되어 있는 것이다. 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노동조합은 기업별 교섭의 한계로 점차 사회연대를 외면해왔고, 이러한 결과 거꾸로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3.우분투.jpg

2020년 6월 2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창립 1주년 세미나(@사무금융노조)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노동운동


개별 기업의 실적과 기업별 교섭의 성과(단물)에 취한 노동운동은 옆과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산별노조 역시 무늬만 산별이었지 연맹형 산별 체제로 인해 산별 중앙교섭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산별 중앙교섭이 진행되지 않다 보니, 산별 중앙교섭의 지역적 효력 확장, 업종별 효력 확장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금융산업에 만연한 콜센터 노동자, 비정규 노동에 대해 산별노조는 선언적 문구만 요구안으로 표방할 뿐 어떠한 실천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사회연대를 외면한 한국의 노동운동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처지가 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사회 대개혁을 위한 비전 제시 실패와 사회연대(계급 동맹)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의 노동운동은 구국을 위해 피 흘리며 싸운 레지스탕스 운동으로 기억된다. 독일의 노동운동은 무상교육을 쟁취한 성과로 국민에게 기억된다. 그러나 한국의 노동운동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떠한 사회 대개혁을 쟁취했는가? 국민과 소통하는 사회연대를 만들어왔는가? 


사무금융노조의 반성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출범


2018년 사무금융노조는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연대의 대장정에 나서자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곧바로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위한 원 포인트 산별 중앙교섭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은 노사가 공동으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자는 제안이었고, 만약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정규직들의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4월 18일 사무금융노조는 ‘사회연대 선포식’을 통해 우리의 비전을 제시했다. 개별 기업별 교섭으로는 이러한 목표를 해결할 수 없기에 산별 중앙교섭을 준비했다. 그리고 6월 5일 사무금융노조 최초의 산별 중앙교섭이 열렸다. 30여 곳의 노사 대표자들이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 모였고, 우리는 사회연대기금 조성에 대한 요구안을 제시했다.


KB증권, 비씨카드, 신한생명, 한국증권금융 등 10곳이 넘는 회사에서 사회연대기금 조인식을 했거나 진행했다. 그리고 3년간 약정금액 총 80억이 모였다.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노사가 함께 재단을 만들기로 합의하면서 진척되었다. 그리고 11월 28일 사무금융우분투재단 발기인 대회 및 사회연대 사례발표 토론회가 국회에서 개최되었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쳐 2019년 6월 12일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하 재단)을 공식 출범했다.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사업 경과


첫째, 재단은 2019년 제2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를 조사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함께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사무금융우분투비정규직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둘째, 재단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우분투 장학사업’을 진행했다. 사무금융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 또는 간접고용 피고용자와 자녀(전문대 이상 재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사업을 전개했다.

셋째, 재단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대출 금리 우대 및 중소기업육성자금 등의 혜택을 지원하는 ‘우분투 정규직 전환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재단은 서울특별시,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현재는 신청한 기업을 상대로 인증 심사를 진행 중이다. 재단 및 관련 여수신기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중소·벤처기업은 관련 자격 인증서를 취득하고, 이 인증을 통해 관련 금융 혜택을 받는다는 게 사업의 골자다. 

넷째, 배달 노동자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 자차 수리비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음식 배달 플랫폼이 확산함에 따라 배달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오토바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사고가 날 경우 대부분 배달 노동자가 무방비 상태에 노출된다. 재단은 라이더유니온과 협약식을 진행하고, 사고 발생 시 자차 수리비 일부를 지원해 배달 노동자 노동 환경에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노선, 사회연대 전략을 통한 사회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지난 6월 12일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출범 1주년 행사가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출범 1주년을 맞아 우리는 ‘사무금융우분투비정규직센터’를 만들자고 결의하고 전담할 인력 채용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9월 7일 재단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고 본격적인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시장 내 분리와 갈등이 심각하다. 이대로 노동운동을 지속하는 건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 상생의 정신, 나눔의 의지로 사회연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사무금융노조가 재단을 만든 이유이다. 


재단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연대 운동을 사회 전체에 확산하기 위해 출범했다. 사무금융 노사가 주도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천을 해 나간다면, 그 결과가 노동계를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마중물이 더 큰물을 길어 올리듯이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기업별 교섭에 고착되어 한 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재의 노동운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제 노동운동의 새로운 노선을 천명해야 한다. 사회연대 전략을 통한 사회 대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