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영국 공공서비스 인소싱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1)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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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공공부문 인소싱 정책 선호


시장과 경쟁의 가치를 중시하는 영국에서도 최근 민간위탁한 공공서비스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인소싱 움직임이 발견되고 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했던 대처리즘의 본 고장이자 최근 유럽연합(EU)을 탈퇴해 독자적인 시장 체계를 선언하고 준비하고 있는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이다. 공공부문 내 인소싱insourcing, 직영화in-house, 재국유화renationalisation, 재지방정부화remunicipalisation 등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재공공화 정책 추진은 다른 이유가 아닌 비용 절감과 서비스 질의 관리 필요성 측면, 즉 매우 실용주의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움직임이다(Hall and Hobbs, 2017). 긴축재정으로 인한 재정 압박의 돌파구로서 공공부문 내에서 더 효율적이고 비용 절감이 가능한 인소싱 정책을 선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노동당이 다수인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보수당이 집권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는 민영화나 아웃소싱의 문제점이 널리 확산되면서 민간부문에서의 공공서비스 제공이 기대한 것만큼 효율적이지 않고 민간부문 기업의 이익만 확대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기반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년간 영국 내에서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아웃소싱된 공공서비스의 재지방정부화remunicipalisation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특히 대중교통 부문과 에너지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중교통과 에너지 부문 이외에도 지방정부 부문에서 민간업체가 기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도로 관리, 주택, 환경 미화, IT 서비스, HR 서비스 등에서 직영in-house 방식의 공공서비스 제공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민간부문 자본을 끌어와 사업을 진행하는 ‘민간투자사업public-private partnerships (PPP)’ 방식을 광범위하게 활용하던 병원이나 학교에서도 PPP계약을 파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영국 사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부문 내 간접고용 정규직화(직접고용이든 자회사 모델이든)의 기본적인 방향이 노동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진행되는 것과는 그 맥을 조금 달리하지만, 영국에서도 최근 아웃소싱된 공공서비스를 재국유화 내지 재지방정부화 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지방정부의 아웃소싱 감소와 인소싱 증가 현상


2012년 보수당 정부 재무부 장관은 민간자본투자(PFI)정책이 이미 경제적 효용성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심지어 몇몇 병원은 파산 지경에 놓여있다고 민간자본투자정책을 비판한바 있다(Reynolds 외, 2016). 2016년 117개 지방정부 137명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0퍼센트가 직영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경우에만 아웃소싱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아웃소싱을 제한적으로 진행하고 가능한 직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11퍼센트였다. 외부 지원이 필요한 경우만 아웃소싱을 진행하는 경우는 18퍼센트, 과거 아웃소싱 서비스를 포함해 모든 서비스를 직영 제공하는 경우는 1퍼센트, 예외 없이 모든 서비스를 직영하는 응답은 2퍼센트였다. 과거 아웃소싱된 서비스를 현재 인소싱해 운영하는 경우는 응답자 중 45퍼센트 수준이었다. 아웃소싱된 서비스를 인소싱한 주요 요인으로는 지역 니즈와 우선순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23%), 서비스 질의 하락(20%), 성과 하락(20%) 등을 꼽았다. 


2008년 이후 10년간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 압박은 지방정부 서비스 제공에서의 아웃소싱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으며, 아웃소싱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인 일반 대중들의 불만족은 아웃소싱 감소와 인소싱 증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18년 2월 지방정부 제2의 아웃소싱 민간회사인 카릴리언이 파산하면서 아웃소싱에 대한 대중들의 회의감과 신뢰가 크게 흔들렸고 지방정부 서비스의 인소싱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2)


2017년 기준 보수당이 다수인 지방정부 중 33퍼센트, 노동당이 다수인 지방정부 중 42퍼센트가 서비스의 인소싱을 추진했다. 컨설팅회사인 GlobalData의 수석분석관은 지방정부에서의 인소싱 현상에 대해 “경계를 초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천천히 진행 중이며 민간회사와의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관련 서비스를 인소싱하거나,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더 세분화해 외주화하는 경향이 발견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방정부의 인소싱 경향은 IT서비스나 기술집약적인 HR 및 임금서비스human resources and payroll functions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방정부에서 IT 서비스 아웃소싱으로 지불한 예산은 2012~13 회계연도에 7억 8백만 파운드에서 2015~16 회계연도에 5억 3천5백만 파운드로 감소했다. 2017년 영국 내 최대 규모의 지방정부인 버밍험시Birmingham council는 영국 지방정부 거대 아웃소싱 회사인 Capita와의 IT 계약을 7천만 파운드 규모에서 1천만 파운드 규모로 축소했으며 이 계약 역시 2021년 만료하기로 했다.

“버밍험시는 아웃소싱 초기 관련 전문성을 가진 내부 조직이 없어 민간회사로의 아웃소싱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아웃소싱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능력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고 있으며 서비스 개선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으로 판단해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버밍험시 관계자 인터뷰, Financial Times, 2018년 2월 9일)   


중앙정부에서도 아웃소싱된 서비스의 인소싱 경향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 국세청(HMRC)이 체결한 IT 서비스 분야의 수백만 파운드 계약에 대해 의원(MPs)들로부터 수준 이하unacceptably poor 서비스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이어졌고 독점적 아웃소싱 계약monolithic outsourcing contracts은 2013년 종료되었다. 2015년 영국 내 운전면허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DVLA의 IT 서비스에 대한 IBM과 Fujitsu와 20년간 맺은 아웃소싱 계약은 파기되었고, 이후 인소싱이 진행되었다. DVLA는 자체 직원들의 7주간 교육을 통해 자체적인 온라인 신청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아웃소싱 회사의 대형화


현재 영국에서 진행 중인 아웃소싱된 서비스에 대한 인소싱 과정은 이념적인 접근이 아닌 매우 실용적인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노동당이 다수인 지방정부만이 아닌 보수당이 다수인 지방정부 역시 인소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영미자본주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공서비스 제공에서의 인소싱 사례에 대해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현재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소싱 사례는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공공부문 내에서 아웃소싱이나 민영화가 효율성과 비용 절감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류 논의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공공부문의 전반적인 긴축재정 정책은 공공서비스 제공에 있어 비용 절감을 요구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인소싱 정책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공공서비스 운영에서 전체적인 흐름의 변화로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지난 30년간 아웃소싱에 의한 공공서비스 제공의 큰 흐름에는 일정 정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영국 공공부문 내 아웃소싱의 특징 중 하나인 아웃소싱 회사의 대형화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화와 전문성 강화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경쟁 저하, 혁신 저하로 인한 서비스 질 하락과 비용 상승 위험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 대형 외주회사들은 재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하청 구조를 통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재정적으로나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회사가 파산할 경우 그 위험 부담은 일반 대중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APSE, 2018). 2018년 1월 대형 민간 아웃소싱 회사인 카릴리언이 파산한 이후 일반 대중들이 공공부문 아웃소싱을 바라보는 인식은 변화하였다. 아웃소싱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공공서비스의 질을 하락하거나 공공서비스 자체 운영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영국 사례는 지금까지 아웃소싱/외주화의 주요 근거로 주장되어 온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그 증거를 명확히 찾기 어렵고 오히려 공공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아웃소싱과 민영화 정책의 실패 요인은 재정 감사의 투명성 부족, 지방정부와 민간기업 간 공동 거버넌스의 비공개성, 모니터링 기능 저하, 조달 금액에 대한 비공개, 허술한 관리 감독, 민간자본 투입 사업 실패에 대한 정치적 공포 등에 있다. 카릴리언 사태가 최저 낙찰에만 관심이 있는 정부의 입장, 사업만 수주하면 된다는 안일한 회사의 전략, 아웃소싱된 공공사업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감사시스템이 빚어낸 참사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카릴리언 파산 이후 현 보수당 정부의 감사원National Audit Office과 공공재정위원회Public Accounts Committee에서 공공서비스 외주화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의회가 재무성의 무책임성을 지적하면서 명확한 증거도 없이 지난 30년간 민간자본을 공공서비스 제공에 참여시킨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PFI 사업승인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에서 추진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내용은 결과론적인 측면에서 영국의 인소싱 사례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간접고용의 직접고용이나 자회사 방식 전환은 그 방점을 좋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존중 사회라는 틀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로의 접근과 함께 현재 아웃소싱된 서비스가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 바람직한가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현재 공공부문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웃소싱, 민간자본 참여 사업 등에 대한 보다 철저한 평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공공서비스 제공 주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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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 내용은 2018년 노동연구원의 연구를 축약하였음을 밝혀둔다. 

2) 카릴리언은 주로 시설 관리와 건축 업무를 공공부문 내에서 수행하던 민간기업이었다. 영국 감사원(NAO)의 감사결과 카릴리언이 파산했을 당시 공공부문에서만 420개의 아웃소싱 계약을 추진 중에 있었는데, 2017년 기준 카릴리언은 공공부문 내에서 여섯 번째(지방정부에서는 두 번째)로 큰 공공서비스 제공 민간기업이었다. 카릴리언은 파산 당시 3만 개의 중소기업들과 공급사슬로 연계되어 있었으며 하청업체들을 제외하고 직접고용한 노동자만 2만 명 수준이었다. 중앙정부에서만 국방부(Ministry of Defence), 법무부(Ministry of Justice), 철도관리기관인 Network Rail, 고속철도 담당기관인 High Speed 2(HS2 Ltd), 그리고 다양한 병원들과 아웃소싱 계약을 운영 중에 있었다. 지방정부협회(Local Government As-sociation, LGA)는 카릴리언의 파산은 30개 지방정부, 218개 학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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