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

by 센터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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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차.jpg

올여름 공모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고등부 카툰 부문에서 금상(경기도지사상)을 수상한 〈윤석열차〉다. 작품은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현장에 전시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부천시 소속 재단법인인 만화영상진흥원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만화공모전에서 정치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해 전시한 것은 학생의 만화 창작 욕구를 고취하려는 행사 취지에 지극히 어긋난다.”며 엄중히 경고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만화영상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사항을 위반했다며 승인 취소사유에 해당하고 신속히 관련 조치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라님 체면이 영 말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얼굴이 전면에 달린 열차가 질주한다. 기관실에는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객실 창밖으론 칼을 휘두르는 검사들이 타고 있다. 그리고 열차를 피해 달아나는 서민들이 보인다. 한 컷의 카툰에 담긴 모습이다. 이 카툰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옹졸한 대응 결과, 오히려 〈윤석열차〉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원래 카툰은 한 컷 만화로서 위트와 유머를 활용한 희화적 그림이다. 카툰 창작의기본 속성 중 하나는 풍자다. 세상에 대한 통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풍자의 주된 대상은 늘 왕이나 정치인과 같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윤석열차〉를 그린 학생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구두를 벗지 않고 의자에 발을 올린 사건’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세상을 풍자하고 권력을 비판하고자, 만화 ‘토마스와 친구들’을 패러디하여 우스꽝스럽고 재치있게 묘사한 것이다.

 

이 정도 작품에 문체부가 나서 공모전을 주최한 만화영상진흥원을 ‘엄중 경고’ 해야하는가? 실소가 나온다. 권력자의 심기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표현·창작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한다. 문체부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나라님 눈치나 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의 행정 부처는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가?

 

고등학생 작품을 갖고 심사 기준과 선정 과정을 살피겠다느니, 후원 명단에서 이름을 빼겠다느니 난리법석을 떨어댄다.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갈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든 꼴이다.

 

평소 ‘자유’를 입에 달고 다니는 분이 대통령이 되었다. 후보 시절, ‘멸공 챌린지’의 선봉에 서서, “각자가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 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갖는 것”이라며 챌린지를 지지한 바도 있다. 광복절 경축사 연설에서는 13분 동안 ‘자유’를 33번이나, UN총회 연설에서는 20번이나 외쳤다. 문체부의 ‘엄중 경고’ 조치는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 의지에 반하는 거 아닌가? 질문해 본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사상과 종교, 표현, 창작, 그리고 언론의 자유인 것을···. 윤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단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자유’를 부여하겠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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