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에 대한 숭고한 시선_조나단 브로프스키 <해머링 맨>

by 센터 posted Jun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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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링맨.jpg

조나단 브로프스키Jonathan Borofsky 1942~  해머링 맨Hammering Man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신문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흥국생명 빌딩 앞 광장, 거대한 빌딩 숲 사이로 망치질하는 한 거인을 만난다. 무려 50톤이 넘는 몸무게와 22미터에 달하는 신장을 가진 거인은 완강한 힘으로 느리지만 끊임없이 망치질을 반복한다.

거인의 정체는 〈해머링 맨Hammering Man〉이다. 측면에서 포착한 인체의 실루엣은 철재 패널로 단순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망치를 든 거대한 팔이 전기장치인 모터에 의해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설치조각이다. 


〈해머링 맨〉은 미국작가 조나단 브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연작 중 하나다. 처음에는 〈노동자Worker〉라는 제목의 작품이었으나 〈망치질 하는 사람Hammering Man〉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작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스위스 바젤, 미국 시애틀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서울 한복판에 설치되었다. 작품 크기와 더불어 움직이는 망치질이 주목받으며 서울을 대표하는 공공미술 작품으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머링 맨은 노동자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0시간, 35초에 한 번씩 망치질하며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그리고 노동자의 날에는 가동을 멈춘다.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에 10시간 일하고 있으니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매일 연장근로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압도할 정도로 큰 해머링 맨 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걸어간다. 해머링 맨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을 상징한다. 노동에 대한 숭고한 시선으로 삶의 가치를 표현한 작품으로 그의 망치질은 노곤한 육체를 쓰다듬는 듯 하루의 고된 노동을 위로하는 듯하다.


물끄러미 서서 가만히 해머링 맨을 바라본다. 그의 망치질이 참 고독해 보인다. 저항이나 분노보다는 눈물겨울 정도로 엄숙해보여 노동의 숭고함마저 전해진다. 생각의 꼬리에 꼬리가 딴지를 건다. 육체를 움직여 일하는 노동자인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들이 임금을 더 받아야 하는 사회적 통념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돈을 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런 생각이 당연한 걸까? 괜히 푸른 하늘에게 시비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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