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힘_마르셀 뒤샹 < 샘 Fountain>

by 센터 posted Apr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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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샘.jpg 

20세기 미술사를 뜨거운 논쟁으로 몰고갔던 화제작(?) 마르셀 뒤샹의 〈샘〉이다. 

작가인 뒤샹이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다. 가게에서 산 남성 소변기에 제조업자 이름인 ‘R.mutt’라는 서명을 적어 넣은 것뿐. 

출품된 변기는 운영위원들 간의 토론 끝에 결국 전시 기간 내내 전시장 칸막이 뒤로 폐기된 채 방치되어 있다가 결국엔 사라져 버려 지금은 아쉽게도 실제 작품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보는 R.mutt의 변기는 모두 뒤샹이 1951년, 1964년에 한정판으로 재현한 레플리카replica다.


1917년 미국 독립예술가협회에서 주최하는 '앙데팡당' 전시회에 출품작으로 남성 소변기 하나가 등장했다.‘이 작품을 걸 것인가? 아니면 바닥에 놓을 것인가? 그런데 과연 이런 작품을 전시해도 되는 것인가?’ 운영위원들은 난감했다. 결국 변기는 미술관에서 볼 수 없었다.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은 가게에서 구입한 변기에 자신의 이름 대신 변기 제조업자 이름인 리처드 머트 ‘R.Mutt1917’라고 서명을 한 후 제목 〈샘Fountain〉으로 출품했다. 출품료 6달러만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시였지만, 전시회에서 거절 당한 이 사건은 당시 예술계에 뜨거운 논쟁과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오늘날의 시선으로도 미술관에서 변기를 만나는 것이 여전히 낯설다. 그런데 20세기 초반의 사건이라는 걸 감안하면 당시 미술계가 얼마나 황당하고 당혹스러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전시가 끝나자 뒤샹은 반격에 나섰다.

“출품료를 낸 작가는 어떤 작품이든  전시할 권리가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리처드 머트의 작품 〈샘〉을 거부한 거죠? 누군가 그것이 비도덕적이고 상스럽다고 말하는데 〈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머트가 그것을 직접 자기 손으로 제작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그것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그것을 선택함으로써 평범한 생활용품을 가져와 새로운 이름과 관점 아래 변기의 기능적 의미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사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창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예술품이란 색을 칠하거나 구성도 할 수 있지만 단지 선택만 할 수도 있습니다.” 


뒤샹의 이 말은 20세기 미술사에 혁명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전통적인 작가들은 오랜 시간을 공들여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회화나 조각이 예술품이라고 믿어왔는데, 변기 하나로 미술의 상식을 다시 재고해야 할 대상이 되어 버렸다. 뒤샹은 작가가 단순히 ‘재현’하는 미술에서 더 나아가 무엇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미술로 작가의 존재를 확장시킨 것이다.


변기가 화장실이 아닌 특정 공간 ‘미술관’ 안에서 좌대 위에 예술가의 서명이 쓰인 상태로 있다면 사람들은 분명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게 된다. 사실 변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오브제 자체로만 본다면 나름 아름답게 보인다. 변기라는 기능은 잠시 잊어버리고 그저 본질적인 형태 자체만을 충실히 보자면 매끄러운 하얀 표면, 부드러운 곡선 그리고 감각적인 볼륨감이 충분히 매력적이다. 변기가 미술관 으로 진입하면서 기존의 미술 개념은 완전히 전복되고 말았다.


뒤샹은 제도화, 형식화된 미술 시스템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예술 경계를 무력화한 그의 발칙한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낸다. 뒤샹이 천재적 상상력으로 현대 미술을 무한대로 확장시킨 위대한 예술가임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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