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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 센터 소장 |
올해도 학교비정규직 문제가 난제로 떠올랐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의 태반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방대하고 복잡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차별처우 개선 문제는 전체 비정규직 문제 해소의 시금석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함에도 해법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해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5만여명 이상이 조직화된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이 학교공무직 입법화 및 호봉제 쟁취를 핵심 공동요구로 내걸고 파업투쟁을 비롯해 총력으로 맞서 일정한 성과를 내며 선방해 왔지만 현장은 여전히 힘겹다. 가장 조직적으로 단결하고 투쟁해 왔음에도 출구를 찾기가 만만찮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주소는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특히 연초부터 대량해고로 쟁점화된 초등학교 스포츠강사 문제는 매년 대량해고 논란을 겪고 있는 영어회화 전문강사와 함께 학교비정규직 문제의 난맥상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초등스포츠강사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9월 도입된 학교비정규직이다. 초등체육수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직종이다. 학교비정규직이라는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이들 초등스포츠강사들의 노력으로 초등학교 체육수업이 내실 있게 진행돼 지난 5년간 초등스포츠강사들의 숫자는 시행 초기 825명에서 지난해에는 3천797명까지 대폭 늘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초등스포츠강사에 대한 국가지원을 축소·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올해부터 일부 지역교육청에서 초등스포츠강사를 대량으로 해고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올해만 전국적으로 791명이 해고됐다. 서울교육청이 251명으로 가장 많고 전북교육청은 두 번째로 많은 160명이다. 대부분의 교육청이 내년에 초등스포츠강사제도의 지속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아 올해 말에는 무려 3천여명이 넘는 학교비정규직 초등스포츠강사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예상된다.
지역교육의 직접적인 책임주체인 광역단위별 지방교육청들은 그동안 중앙정부의 학교비정규직 정책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설사 하더라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학교비정규직 양산에 보조를 맞췄다. 그러다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고 하자, 이를 핑계로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대량해고를 앞다퉈 자행하면서 중앙정부 탓만을 하는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인원을 늘려 오다 정부의 예산축소를 이유로 초등스포츠강사들과 어떤 대화나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학교현장에서 몰아내는 비민주적 행태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에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이 초등스포츠강사제도 존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도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이나 연구작업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더욱 우려스럽다.
그런 속에서도 지역비정규노동단체를 포함해 지역시민사회와 전국교직원노조,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여러 주체들이 애쓴 끝에 최근 전북지역에서 초등스포츠강사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출범할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힘없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잘못된 교육정책과 행정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으로 양산돼 학교 일선에서 차별을 감내하며 자신의 몫을 십분 발휘해 온 비정규 노동자들도 교육현장의 소중한 주체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현재 공공부문은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위한 방책으로 다양한 방식의 정규직화 모델 논의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럼에도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연례행사처럼 대량해고 반대를 주문처럼 외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서글픈 초상이며 치부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가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물론 초등스포츠강사·전문상담사·지역사회 전문가·평생교육사 등 학교 현장의 다양한 전문가 비정규직 집단이 겪고 있는 고용불안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앙과 지역 차원에서 이해당사자와 시민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 합리적 대책을 강구하고 올바른 해법을 마련해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고되고 있는 초등스포츠강사를 포함해 일회용품처럼 취급당하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의 설움과 고통이 새봄을 맞아 빠른 시일 안에 밝은 웃음으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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