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병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지원하는 방안 중 하나로 2000년대 초반부터 비정규노동센터가 하나둘 생겨났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같은 민간센터도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받아 만든 센터도 있다. 대부분 후자다. 서울로 한정해서 보자면,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자치구별로 센터가 하나씩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특정 권역의 자치구를 아우르는 권역 단위 센터, 나아가 시 전역을 커버하는 광역 단위 센터가 활발히 활동 중이다.

자치구 단위 센터의 경우 상근 인력이 보통 4~5명 정도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물론 권역·광역 단위 센터로 갈수록 커진다.) 그러나 여러 센터가 모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 내 노동센터들의 상근 인력을 모두 합하면 1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각 노동센터는 자신이 속한 지역에 맞는 고유한 사업을 벌이면서도, 다른 노동센터와 소통하며 공동사업을 모색하기도 한다. 비정규노동센터는 노동자, 특히 미조직·비정규 노동자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다.

비정규노동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어느 조직이든 안정적으로 유지·성장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이 필수다. 그러나 한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교육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그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노동센터가 함께 힘을 모으고, 권역·광역 단위 센터가 허브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말,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비롯한 몇몇 노동센터가 모여 교육TF를 발족했다. 올해는 서울 내 노동센터들을 대상으로 시범교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마련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시범교육은 대상을 크게 신입직원·경력직원·센터장으로 나눠 기획했다.

신입직원 교육은 지난 3월 이틀에 걸쳐 10명을 대상으로 한 바 있다. 교육 목적은 “센터활동의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고 개인의 성장 욕구를 기반으로 활동의 동기부여”였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의 지향점과 구성원의 욕구 간에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신입직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어떤 곳인지, 그곳에서 나는 어떻게 성장해 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한 번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되놰야 할 고민이다. 신입직원 교육이 좋은 시작점이 됐길 바란다.

이달 7일과 14일에는 “공감과 소통을 통한 리더십 역량강화”라는 목적 아래 센터장 교육을 했다. 참여 인원은 7일에 10명, 14일에 9명씩 총 19명이었다. 우려와 달리 센터장들이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해 줬다. 윤활유 같은 조직 담당자와 훌륭한 강의, 그리고 센터장들의 열린 자세 덕분이었다. 교육에 참관하면서 직원이 센터장에게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기 원하듯 센터장도 직원에게 인정을 갈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센터장 역시 타인의 눈치를 보고 때로는 상처받기도 하는 불안정한 인간이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소통이 시작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신입직원·센터장 교육이 끝났으니 이제 경력직원 교육 차례다. 경력직원은 그 수가 가장 많고, 직무·연차·고민 등 스펙트럼이 넓다. 욕구를 파악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려는 이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확진자가 많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선 두 차례 교육처럼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

이런저런 난관이 예상되지만, 무사히 계획했던 바를 마쳐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