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소속 사업장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체 고용인원 대비 68.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여수신기관이나 저축은행의 경우 텔레마케터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연맹이 업종별·고용형태별로 차별적인 조직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맹 주최로 열린 ‘사무금융 비정규실태 조사’ 토론회에서 “사무금융연맹 소속 사업장은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비중이 높았고 업종별로 뚜렷한 특색을 보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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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기자 ⓒ 매일노동뉴스 | |
71곳 20만명 중 14만명이 비정규직
연맹 비정규위원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맹 소속 140여개 사업장 중 71개 단위노조·지부를 방문 면접·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고용인원은 20만6천800여명이었다. 이 중 68.5%인 14만1천600여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비율은 27.8%였고, 나머지는 무기계약직이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업종은 각각 88.6%와 82.5%가 비정규직이었다. 두 업종에서는 보험을 판매하는 특수고용 비정규직인 보험설계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각종 카드회사나 저축은행 등으로 구성된 여수신업종도 비정규직 비율이 64.3%로 높은 편에 속했다. 이 업종에서는 상품 판촉·판매를 하는 콜센터 텔레마케터들이 많았다. 농협·축협 등 협동조합과 증권사가 속한 증권업종, 버스·택시 등 각 업종 공제회와 신용정보회사들이 속한 일반사무분과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23.4%·18.0%·7.7%로 그나마 낮은 편에 속했다. 이들 기업의 비정규직은 주로 청소·시설관리·보완업체 등 간접고용이 대부분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도 컸다. 이들 기업의 정규직 평균임금은 437만원인 반면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21만원, 특수고용직은 204만원,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169만원에 머물렀다. 가장 낮은 임금은 받는 집단은 간접고용 형태로 고용된 청소노동자였다. 이들의 월 평균임금은 88만원 정도였다.
"상담·법률 서비스 강화해야"
이남신 소장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무금융연맹의 비정규직 조직화는 업종별·고용형태별로 다른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의 경우 특수고용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 설립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간접지원을 하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보험설계사는 직무 특성상 대부분 혼자서 영업을 하고 동료 설계사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많지 않아 집합적 정체감을 발전시키기 힘들다”며 “당장 노조 설립을 추진하기보다는 각종 모임이나 협회를 활성화해 권익 도모와 법률·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콜센터 텔레마케터 조직화 역시 상담·법률 지원을 통한 간접 조직화 방식을 제안했다. 텔레마케터들은 노동시장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비정규직·여성 비율이 높고, 낮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직률도 높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대부분 콜센터에서는 텔레마케터 10명당 1명꼴로 팀장을 두고 있다”며 “텔레마케터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팀장들을 먼저 조직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소·시설관리·보안업체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은 임금·노동조건 관련 요구를 중심으로 노조를 조직화하는 방식을 택할 것을 이 소장은 주문했다. 그는 “사무금융연맹 내 비정규직 비율이 높지만 단위노조별로 비정규직을 노조에 가입시키거나 조직화하려는 시도는 아직도 미미하다”며 “연맹이 실제 비정규직 조직화에 나서려면 최소 연맹이나 소산별 단위에는 미조직·비정규직 전담자를 반드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