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지해온 민주당을 버린 노인들

by 센터 posted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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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조은수(가명, 남, 78세) 씨는 평생 민주당을 지지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은수 씨는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다. 이유는 본인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다 똑같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인 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에서 후퇴했다.

 

상식을 무너뜨린 서울시 행정

 

은수 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각 장애인 길 안내를 돕는 노인 일자리를 했다. 2020년 11월 23일부터 2021년도 노인 일자리 참여자 신청을 받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11월 23일 오전에 노인 일자리에 다시 참여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오후에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 사회복지사에게 전화가 왔다. “공문이 내려왔는데 21년부터는 지하철 역사에서 시각 장애인 안내 도우미 사업을 없앤대요. 수고스럽지만 다시 오셔서 다른 노인 일자리 사업 신청하세요.”

사업 신청서를 받기 전에 “21년도에는 이런저런 노인 일자리가 있습니다. 11월 23일부터 신청하세요.” 이렇게 하는 것이 상식이다. 신청서 쓰고 왔는데, 오후에 갑자기 사업을 없애는 행정이 상식적인가?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에서 2020년 10월 15일 김민석 의원실에 제출한 각 시도별 20년, 21년 노인 일자리 사회 활동 지원사업 가내시 사업량 및 예산 배분 자료에 의하면 서울시와 제주도는 노인 일자리 수와 예산이 줄었다. 서울시는 20년 일자리 수가 7만 6천 자리에서 21년 약 5천 개가 준 7만 1천 자리이다. 예산도 7백8십억에서 약 3백억이 준 7백 5십억이었다. 노인 일자리가 줄었으니 경쟁률이 올라갔다. 은수 씨는 떨어졌다.

 

노인선언.jpg

노인 선언을 하는 노년유니온 회원들(@노년유니온)

 

최저임금보다 네 배가 적은 일자리 만드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

 

일자리를 알아보던 은수 씨는 신중년 일자리를 알게 되었다. 신중년의 사회공헌 기회 제공과 퇴직 전문 인력의 사회적 활용과 일자리를 지원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신중년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 일자리에 참여하려면 만 50세에서 만 70세 미만이어야 한다.

하루 네 시간 근무에 급여는 시간당 2천 원이다. 네 시간 참여하면 식비 6천 원에 교통비 3천 원을 추가 지급한다. 네 시간 미만 참여자는 교통비 3천 원만 지급한다. 월 최대 120시간 이내로 일한다.

2021년 최저임금보다 네 배가 적은 보수로 활동한다. 자원봉사라는 명분으로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면서 이들을 취업자 통계에는 포함할 것이라며 은수 씨는 추측했다. 하지만 이 일자리조차 나이에 걸려 은수 씨는 참여하지 못한다.

“나이가 맞아도 이런 일자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일자리 냉큼 받아 버리면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들지 않겠어. 나이가 맞아도 거부해야지.”

 

노인 문제에 관심 없기는 박근혜 씨나 문재인 대통령이나 도긴개긴

 

박근혜 씨는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전체 노인에게 지급한다는 기초연금을 하위소득 70% 노인에게만 지급하게 됐다며 노인들에게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인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사과하지 않는다. 박근혜 씨보다 한참 염치가 없다고 함민덕(가명, 70세, 남) 씨는 말했다. 민덕 씨도 오랜 민주당 지지자였고 문재인 대통령이 노인 공약을 꼭 실천할 거라 믿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노인 공약은 첫째, 노인 일자리 수당 40만 원 인상, 둘째, 65세가 넘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 셋째, 노인 일자리 80만 개 창출이었다.

민덕 씨는 68세에 아파트 경비로 취업했다. 2년을 다니다 최근에 실직했다. 용역업체가 바뀐 탓이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생각해내고 실업급여를 알아봤는데 자신은 대상이 아니라는 대답을 들었다. 65세가 넘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던 공약은 65세 이전에 고용보험을 납부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65세 넘어 취업을 했다가 실직을 하는 건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한다.

“65세 넘었다고 차별하는 건 박근혜나 문재인이나 다르지 않고만.”

민덕 씨가 씁쓸하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은 지켜진 게 없다. 노인 일자리 창출 80만 개는 달성했다고 하는데, 숫자를 교묘하게 활용해서 그렇다.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는 65만 개이다. 나머지 15만 개는 민간 일자리이다. 15만 개는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노인들이다. 정부가 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생길 일자리를 1인당 1년에 15만 원을 지원하고 일자리 숫자로 포함하는 교묘한 셈법이다.

 

1년 넘어도 퇴직금 줄 생각도 안 하는 문재인 정부

 

27만 원 급여는 노인 일자리가 질 낮은 일자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금액이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 만든 일자리가 사회서비스형이다. 사업 참여 기간이 10개월이고 급여는 최대  71만 2,800원이다. 주휴수당이 포함된 금액이다. 근무시간 주 15시간 월 60시간 이상이다. 연차수당 별도 지급, 부대 경비 1인당 53만 2천 원, 시간당 9,114원이다.

 

이덕자(가명, 76세, 여) 씨는 사회서비스형 사업에 참여한다. 직무는 지역아동센터에 나가서 식사 준비를 돕거나, 청소를 하는 것이다. 덕자 씨는 젊은 시절 민주당 당원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현 여당 지지자이다. 덕자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는 말에 감동했다. 덕자 씨가 나이 들어서 일을 해도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겠다는 희망이 생겨서이다.

 

덕자 씨는 10개월 사업이지만 2년 연속 참여해서 개월 수로는 12개월이 넘었다. 퇴직금 받을 수 있는지 사회복지사에게 물었다. 사회복지사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문의했더니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사업의 경우 원칙적으로 10~11개월 단위의 기간제 근로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별도의 퇴직 적립금 등을 쌓을 필요가 없다.”라는 답변이 왔어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다. 덕자 씨는 노동존중사회를 만들겠다면서도 1년 이상 일해도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답변을 납득하지 못 한다.

 

노인 일자리가 줄어서 일자리를 잃은 은수 씨도, 대통령 공약을 지키지 않아 실업급여를 못 받는 민덕 씨도, 2~3년에 걸쳐 일해도 10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라서 퇴직금은 없다며 노동법을 외면하는 정책에 분노한 덕자 씨도 이제야 깨달았다. 이명박, 박근혜나, 문재인 대통령이나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다 똑같은 놈들이었다. 자신들은 노년에 노인 일자리에 의지해 살아갈 사람들이 아니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노인 일자리는 변한 게 없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변한 게 있다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자리에 박근혜 정부 사람이 친 문재인 정부 사람으로 교체된 것이다. 은수 씨, 민덕 씨, 덕자 씨는 생각했다. 민주당, 국민의힘, 박근혜, 문재인 이름만 달랐지 그들은 기득권 세력이었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형편을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들에게 더는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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