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노인이 될 것이다

by 센터 posted Feb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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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2023년 2월 기준 올해 30세가 되는 나는 연금 가입 기간이 11개월이다. 아, 군인 크레딧이 있어 6개월 정도 가입 기간이 보장되어 17개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난 4년간 30만 원 정도 활동비 지원을 받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프리랜서가 되어 다양한 아르바이트 활동을 병행했는데, 내 소득은 월별로 들쭉날쭉한 데다 절대적으로 낮았다. 그렇기에 국민연금 가입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 작년 4월, 처음으로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일하는 시민으로서 사회와 계약을 맺었다.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했지만 2024년이면 나의 임금 소득도 끝난다. 그 이후 나는 다시 프리랜서 활동가로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9%를 내야 하는 지역 가입자가 되거나 당장의 부담 때문에 미래를 저당 잡는 연금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는 ‘활동가’라는 특수성을 담지 않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사업 소득세 납부자는 7백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10여 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7백만 명 중 지역 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들은 374만 명으로 절반은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 이들에게 얼마 전 발표된 ‘제5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시산’은 어떻게 와닿을까. 현재 국민연금 제도를 지속하면 2055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4차 추계보다 수지 적자는 1년, 기금 소진은 2년 앞당겨졌다고 한다.

 

연금.jpg

지난 2월 16일, ‘미래세대·일하는 시민의 연금개혁 목소리’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국회토론회 (@청년유니온)

 

“국가가 보장하는 최고의 재테크.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세요.” 지난 2020년 국민연금 ‘추후 납부’ 광풍이 불었다. 한 번에 1억 원 이상 고액을 국민연금으로 내면서 연금 수급액을 크게 늘리는 ‘국민연금 재테크’가 유행한 것이다. 그리고 2021년, 소득이 없어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가입’이 59% 증가했다.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 수급 금액이 늘어나기에 자녀들의 노후를 위해 자녀가 만18세가 되면 국민연금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연금은 납입 금액과 납입 기간에 따라 연금액이 산정되고, 사적 연금과 달리 현재 납부액에 대해 30~40년 뒤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재평가하고 지급하기에 더 많은 돈을 수급하게 된다. 내부노동시장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연금을 일정액 이상 납입할 수 있는 이들과 자녀의 연금액을 걱정 없이 내줄 수 있는 이들에게는 이만한 재테크가 없는 셈이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가 도래했다.” 저출생은 일하는 시민의 숫자가 줄어들어 연금 기금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고령화는 연금 수급 대상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0.81명, 2021년 합계 출생률이다. 2021년 출생자가 26만 명 정도이다. 그런데 현재 곧 연금 수급을 앞둔 1차 베이비붐 세대는 70만 명에 달하고, 2차 베이비붐 세대는 100만 명에 가깝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태어나지 않고 노령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현재 상태의 보험료를 유지할 경우 미래세대의 노후 보장을 위한 사회 지출 부담이 커지는 것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으로 연금에 대한 불신을 가속화 하는 요인이 된다. 현세대가 미래세대의 노후를 저당잡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늘 재정 불안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현세대가 미래세대와 비슷한 연금급여를 받으면서도 보험료를 현격히 덜 내고 있지만, 많이 수급받는다. 이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계속해서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빠르고 높은 고령화로 미래에는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연금, 의료비 지출까지 클 예정이다. 그렇다면 현세대가 자신이 낼 보험료와 받을 급여를 의사 결정할 수 있는 제도인 국민연금만은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번 5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 우리가 무겁게 인식해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한 단순한 전망 평가가 아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에 대한 현세대가 수행해야 할 책임이다.

 

또한, 이번 재정 계산 결과는 노후 소득 보장 강화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전해준다. 국민연금 재정 계산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 소득대체율 수준에서도 보험료율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 앞으로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는 추가 보험료율 인상이 수반되는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 대신 크레딧 확대, 지역 가입자 보험료 지원, 의무 가입 기간 확대 등으로 가입 기간을 늘리는 실질 소득대체율 확장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지원도 필수적이다. 이에 우리는 출산, 군 복무, 실업크레딧 등 국민연금 가입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현재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도시 지역의 국민연금 보험료도 국가가 일부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금제도는 한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주요한 안전망이자 시민의 권리를 규정하는 구체적 계약이다. 특히나 유연 안정성이 떨어지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연금은 노년 시민의 생계와 자존감을 뒷받침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시민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 사회구성원들은 함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가는 허상의 존재가 아닌 사회구성원들과 구체적인 계약을 맺는 집단이며, 국가 재정은 사회계약의 구체적 집행을 위한 도구로써 존재한다. 재정 집행은 우리의 권리이자 책임의 영역이다. 이번 연금개혁이 정치적 표 계산을 넘어 더 많은 이들이 자기 책임을 이야기하고 사회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연금으로의 한걸음에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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