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초단시간 노동의 시대?

by 센터 posted Aug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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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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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은 6월 21일, 초단시간 노동을 중심으로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청년유니온)

 

58만 2,000명, 지난 6월 고용 동향에서 나타난 취업자 수 증가 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 1년 전, 코로나19 충격으로 35만 명의 취업자 수 감소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용지표 상의 회복세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코 좋게 생각하기 어렵다. 일자리의 질은 명확하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시간별로 살펴보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130만 명까지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초단시간 노동이 노동시장의 또 다른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 규모는 코로나19가 처음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2020년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0만 명 감소하였으나, 2020년 7월에 코로나19 이전 규모를 회복하였고, 2021년에 들어와서는 그 수준을 웃돌고 있다. 특히 19~24세 초단시간 노동자 규모가 2019년(21만 7천 명)에 비해 17% 증가한 25만 6천 명이다. 이는 해당 연령 계층 임금 노동자 중에서 21.4%에 달하는 수준이다.

 

청년유니온에서 올해 진행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대표적인 청년 아르바이트 업종에 해당하는 편의점, 음식점, 카페에서 일하는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서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432명이 답변하였다. 그 결과 여전히 높은 초단시간 비율이 확인되었다. 초단시간 비율은 49.1%로 전년도 조사의 52.7%와 유사한 수준이다.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19시간이고, 이에 따른 평균 월 소득은 75.2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2020년 비혼 단신 근로자 평균 생계비 208만 4,332원(최저임금위원회, 2020)의 3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짧은 근로시간으로 인한 불충분한 소득은 초단시간 노동으로 한정하면 더욱 심각함이 드러난다.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의 평균 월 소득은 43.8만 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불충분한 소득은 추가적인 소득 활동을 할 수밖에 없게 한다. 전반적으로 짧은 노동시간으로 인해 다른 소득 활동을 추가로 한다는 비율이 19.1%로 나타났다. 이는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경우 더욱 높아져 27.4%에 달했다. 초단시간 노동을 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의 추가 소득 활동은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0.5시간에 불과해 사실상 또 다른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르바이트 노동실태에서 드러나는 부분은 최저임금 위반이다. 최저임금 위반율은 27.8%로 급격히 높아져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전년도 조사 결과(11.7%)보다 확실히 악화했다. 이러한 최저임금 위반 급증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나 무작위 표본에 따른 표본의 구성 변화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에 불과했으며, 표본 구성을 살펴보아도 업종, 지역, 연령, 모든 집단에서 최저임금 위반율이 확연히 증가하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만으로 설명하기에도 다소 부족하다. 위반율이 가장 높은 업종인 편의점은 그나마 코로나19 타격이 적은 편이었다. 최저임금 준수 실태가 악화한 것은 전반적으로 아르바이트 구직 시장이 악화한 상황 속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경우 훨씬 불리한 처지에 놓여 최저임금 위반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르바이트로 대표되는 청년 노동의 실태가 악화한 모습은 취업준비생의 노동시장 이행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첫 일자리가 시간제 일자리였다는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하여 올해 20.4%로 10년 전(10.6%)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과거에는 청년 노동을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생에서 사회초년생으로 넘어가는 이행의 과정으로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 10년동안 누적되어 온 노동시장의 변화와 코로나19로 더욱 심화한 대규모 공채에서 수시채용으로의 전환 속에서, 이러한 청년기의 노동시장 이행 방식에도 변화 양상이 엿보이는 것이다. 특히 시간제 일자리 확산은 주변부 일자리들 사이에서 소위 아르바이트 일자리와 사회초년생 일자리 구분이 희미해지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제 확산이라는 노동시장 변화에 제도적 한계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초단시간의 주휴수당 차별 문제와 부업 참가자의 고용보험 문제이다.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는 점은 월급에 자연스럽게 주휴수당이 포함된 월급제 노동자보다도 시간제 노동자에게는 치명적이다. 특히 최저임금에 가까운 시간급을 받게 되는 저임금 노동자라면 초단시간으로 일하는 경우 주휴수당으로 인한 차이 때문에 16.7%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셈이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함에 있어서 15시간을 기준으로 급격한 차이를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노동에 들어가는 노력은 시간에 정비례하기보다는 일의 유무에 따른 고정적인 노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짧을수록 시간당 임금은 더 높게 보장하는 것이 노동력의 재생산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방향이다.

 

최근 초단시간 노동의 확산 속에서 심화한 문제가 주휴수당으로 인한 최저임금 차별이라면, 부업 참가자의 고용보험 문제는 향후 더 과제로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정부 이후의 고용정책으로 고용보험 가입률은 확연하게 제고되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제도적 허점이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14시간씩 두 군데서 초단시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현행 제도로는 고용보험을 둘 중 하나의 사업장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한쪽 사업장만 가입되므로 취업 기간(고용보험 가입일수)이 절반만 산정되는 불이익도 있지만, 더욱 문제는 두 개의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중에서 하나를 그만두게 될 때 발생한다. 고용보험이 가입된 사업장을 그만두게 되고 까다로운 초단시간 노동자의 실업급여 요건을 충족하여도, 실업급여를 통한 소득 감소에 대한 보전이 불가능하다. 다른 소득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 소득에 대해서는 삭감되어 지급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경우 현실적으로 계속 일하는 사업장에서 새롭게 고용보험에 가입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취업과 실업의 경계가 완전히 뚜렷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플랫폼 노동의 고용보험 문제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이다. 잘게 쪼개지는 노동에 대해서 사회보장을 어떤 형태로 할 것인가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더욱 가속되는 노동시장 변화 속에서도 사회보장이나 노동법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오히려 불안정하고 더 취약한 처지에 놓일수록 더욱 불리한 상태를 요구한다. 격차를 줄여야 할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 격차를 키우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적인 한계는 그릇된 공정담론과 맞물려 더욱 열악한 일자리에 있을수록 제도가 그 열악함을 더욱 가중시키거나 승인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마치 사회정책이 열악한 처지에서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도리어 박탈함으로써 ‘벌을 주기위한 것’처럼 비치는 것이다. 인식과 제도는 상호작용한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의 노동을 이야기할 때 이러한 제도에 대한 변화를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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