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이직의 함정

by 센터 posted Feb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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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는 잘려나가는데…

 

올해 초,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자영업,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지급되었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라는 이름이었다. 고용주에게 지원을 할 테니 고용을 유지하고, 고용되지 않은 채로 일한다면 직접 보호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실직자를 위한 ‘긴급노동안정지원금’은 없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사업장의 수만큼이나 많을 실직자들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이미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9만 5천 명 줄었으며(11년 만에 최대), 청년(만 15~29세) 취업자는 22만 9천 명이 줄었다(통계청, 2020). 이들에게는 어떤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실직자에게 ‘긴급’한 ‘안정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급여는 이들을 보호해주고 있을까?

 

서울청년유니온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실직한 만 19~39세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직한 아르바이트의 노동 조건, 실업급여 수급 여부, 실직 이후의 삶 등을 물었다.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7명의 당사자와 집단 면접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고용보험에서 심각하게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102명의 청년 중 9.8%에 해당하는 10명만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면접조사에 참여한 7명은 모두 실업급여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들은 필수적인 비용을 제외하고 구직 비용이나 취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줄여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청년층의 우울지수 급등이 단순히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만이 아니라 관계에 드는 비용까지 아껴야 하는 상황을 낳는 실업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실업급여는 어렴풋이 알지만 나와 내 주변 누구도 받아본 적 없는 지원이었다.

 

짧게 일하고 빠르게 그만두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실업급여 받을 수 없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태에서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근무했어야 하고(초단시간 노동자는 24개월 중 유급근로일 180일 이상),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실직이어야 하며 △근로 의사와 능력이 있고 재취업을 위한 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미취업 상태여야 한다. 이중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특히 문제가 되는 지점은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과, 그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비자발적 사유로 인한 실직임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0.4%가 초단시간 노동자였으며, 평균 근속 기간은 11개월이었다. 짧게 일하다 빠르게 그만두는 아르바이트 노동에서는 일단 최소 근로일수를 채우는 것부터 쉽지 않다. 기간을 충족해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주로부터 ‘이직 확인서’를 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이직의 귀책 사유가 고용주에게 있을 경우 일자리안정자금이 중단되기 때문에 고용주는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이를 회피한다. 면접 참여자 대부분이 ‘퇴사 압박’을 받았지만, 형식적으로는 스스로 그만둔다는 말을 해야 했다. ‘자발적 이직’이란 말은 얼핏 명확해 보이지만 현실에서 그만두고 싶었는지,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지의 경계는 모호하다.

 

“서로 조금 불편해질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도 있고. 제 주변에도 해고를 당한 사례가 있는데 실제로 이렇게 요구를 했는데도 그냥 오히려 싸움 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 (코로나19로) 상황이 안 좋게 되어서 사장님도 어쩔 수 없이, 가게 상황 때문에 일을 그만두게 된 그런 조건이 심해지다 보니까 부탁드리는 것도 조금 더 어려워진 것 같기는 해요.” (호연, 가명)

 

“(실업급여 수급) 조건이 충족되어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런 걸 받은 주변의 사람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그냥 얘기 꺼내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알바생 입장에서 받는 게 당연하지만 ••• 주변에 친구들도 15시간 이상 일해도 야간수당이나 주휴수당 둘 중에 한 개만 받더라고요. ••• 그런데 실업급여까지 받는 친구는 정말 못 본 것 같아요.” (수현, 가명)

 

이러한 상황은 통계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연령대별 실업급여 미수급자 비율 통계를 보면, 20대가 21.4%로 가장 높다([표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2020)에서 만 15~39세 응답자에게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를 물었을 때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가 77.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그림1]).

 

표_유스토리.png

 

아르바이트 노동과 고용보험 사이의 빈틈

 

지난 해, ‘재난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재난이 우리 사회 어두운 곳을 비추게 했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외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드러난, 심각해진 격차 속에서 기존의 제도적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대책을 내놓았는가.

 

전 국민 고용보험은 코로나19 발 고용 위기의 주요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두루뭉술한 말일 때는 너도나도 외쳤건만 자발적 이직자에게까지 실업급여를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정부가 2020년 말 발표한 청년정책기본계획에도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확대는 ‘장기 과제’로 분류되었다. 장기 과제는 오히려 전 국민 고용보험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이 실현되면 자발적 이직자를 위한 대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 오늘 잘린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전 국민 고용보험은 너무 먼 이야기이기에 당장의 대안이 필요하다.

 

이직 사유를 따지는 데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실업급여 제도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는 실업부조가 대안이 되어야 한다. 2021년,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합하고 연령대를 확장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시행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책 대상 인원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원형인 ‘서울시 청년수당’은 2021년 지원 대상을 3만 명에서 2만 명으로 줄였다.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통합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 1유형(구. 구직활동지원금) 청년 특례는 지난해보다 인원이 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지자체 차원의 실업부조 인원을 줄이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발을 뺐다. 1만 명분의 구직 활동 지원금이 증발했다.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2020년 20만 명에서 13만 명으로 축소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더 심각해지는 때에 지원은 오히려 큰 폭으로 준 셈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프리랜서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예술가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청년의 문제, 여성의 문제, 고령 노동자의 문제, 아르바이트 노동의 문제로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되어야 한다. 다양한 전선이 중첩될 때 고용보험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더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 있으며,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가는 길목 사이에 다양한 단계들을 채워나갈 수 있다.

 

참고문헌

통계청 (2017), 〈2017년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청 (2020), 〈2020년 3월 고용동향>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0),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

〈코로나19로 실직한 아르바이트 청년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의 자세한 내용은 bit.ly/3aBCAew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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