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사람_황복연 회원

by 센터 posted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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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복연 AIA생명보험지부 지부장

 

 

AIA생명보험지부(이하 AIA지부) 지부장인 황복연 회원과 어렵사리 약속을 잡았다. 대의원 대회 준비로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바빠 보였다. 사무실로 들어오기 전에 누군가와 통화했고, 인터뷰 후에는 선배 지부장들과 만남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의 얼굴에는 만날 때마다 늘 그랬듯 밝은 미소와 힘찬 기운이 떠나지 않았다.

커피 맛이 좋아 오는 손님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던 커피머신으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대접했다. AIA지부에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비정규센터)로 기증한 기계였다. 그와의 인연은 그가 비정규센터 회원으로 가입하고, AIA지부에서 비정규센터에 후원하면서 시작됐다. 덕분에 회원 인터뷰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커피가 든 컵을 들고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우연에서 필연으로

 

그는 하는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AIA지부 지부장,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하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및 외국계노조대책위원장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중이고, 노회찬재단 6411사회연대포럼(이하 6411포럼) 운영위원장과 전태일재단 운영위원도 맡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여러 사람 만나는 걸 즐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내성적인 편이었다. 그런데 대학교 1학년 오리엔테이션 때,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어쩌다 보니 학년 대표가 되었다. 그 후로 학기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럽게 과대표를 맡았고, 기획부장, 동아리 회장 등을 거쳐 결국은 학생회장까지 했다. 우연이 필연이 된 것이다.

그는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여러 직을 맡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태일재단 운영위원은 원래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이 겸했다. 하지만 보다 젊은 사람이 해보면 좋겠다는 현 위원장의 제안으로 부위원장 중 가장 젊은 그가 하게 되었다. 6411포럼 운영위원장은 아무것도 모른 채 6411포럼 기획단 회의에 참석했다가 제안을 받고 얼떨결에 하게 된 경우였다.

그는 현재 맡은 노동조합 지부장 역할 외에는 대부분 개인적으로 별도 시간을 내 활동 중이다.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하고 싶은 걸 할 때는 몸은 피곤하지만 힘들지는 않다고 대답했다. 게다가 만나는 사람마다 진취적이고 의욕이 넘치니 덩달아 에너지가 솟는다고 덧붙였다. 우연이 필연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AIA생명 노동조합에 오기 전 모습

 

그는 2008년 AIA생명에 입사했다. 영업본부에서 영업 현장 지원, 교육팀에서 보험설계사 육성과 교육, 기획팀에서 보험 상품 기획 등 여러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의욕적으로 일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도 했다. 전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일로 욕심이 많이 생겼다.

일뿐만 아니라 회사 내 동호회 활동도 활발히 했다. 임직원이 700명 정도였을 때, 그중 200명 넘는 인원이 활동하는 ‘책사모’라는 독서 동호회 회장을 맡았다. 동호회 신규 가입 선물(크리스털 책 도장)과 정기적인 모임 및 지원(매달 책 한 권과 모임 식사 지원)을 바탕으로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갔다. 이 밖에 저자와의 만남이나 패러글라이딩 같은 액티비티도 진행했고, 200번째 회원과 추천인에게는 매력적인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고민 끝에 중대한 결심

 

착실하게 경력을 쌓아 가고 있던 그가 어떻게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입사하면서 선배가 노동조합 가입서류를 내밀어 아무 생각 없이 썼다. 당시 노동조합을 잘 몰랐다. 관심도 없었다. 그러던 중 2012년 말에 회사 최초의 여성 부지부장이 지부장으로 출마하면서 부지부장으로 함께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그는 고민에 빠졌다. 노동조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3년 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겠다는 건 업무적으로 성장 기회 등을 비롯해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민 끝에 그는 받은 만큼 봉사하기로 결심했다. 노동조합이 그간 조합원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헌신해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동호회 회장까지 한 그였으니 어떤 혜택을 받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굴기에는 그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3년만 해보기로 했다.

 

스스로 의지로 도전한 지부장

 

어쩌다 보니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보람찬 일이 많았다. 부지부장에 당선된 해에 정규직 전환 틀을 만들고 파견직, 계약직 55명을 전환했다. PC-OFF 시스템 도입도 이끌어냈다. 3년이 지났다. 그는 한 번 더 부지부장으로 활동했다. 회사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과 불평을 들으면서 그들의 고충을 해결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그렇게 조직의 발전을 위해 애썼다.

그런데 부지부장으로서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겪으며 때론 결정 권한에 대한 필요가 생겼다. 실패하더라도 직접 해보고 실패하는 것과 해보지도 못하는 것은 달랐다. 조합원들이 선택해준다면 지부장을 해보고 싶었다. 그는 경선에 나갔다. 등 떠밀리지 않고 스스로 의지로 도전한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당선됐다. 2019년에 시작한 그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작년에 임기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체협약 협상을 했다. 그가 꼭 해보고 싶었던 건 유니언숍 도입이었다. 노동조합 30년 역사상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오픈숍이어서 일어난 문제가 많았다. 결국 유니언숍 합의를 이끌어냈다. 협상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회사와 오로지 대화만으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이외에도 올해 사회연대 사업 및 관련 예산을 확대했고, SNS를 이용한 조합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가 원하는 노동조합

 

그는 대표이사를 자주 만나 소통했다. 작년 1월, 대표이사가 부임하자마자 만났다. 처음 석 달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 그 뒤 반년은 2주일에 한 번, 현재는 한 달에 두세 번 만난다고 한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이 원하는 게 회사에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득했다. 예를 들어 유니언숍을 도입하면, 노동조합에서 직원들의 의견이나 갈등 요소 등을 파악하기 쉬워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다수 직원의 의사이기 때문에 보다 신뢰를 가지고 받아들이고 경영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

그는 노동조합을 보다 세련되고 합리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노동조합이 투쟁하던 방식,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씩 나아가고자 했다. 투쟁도 협상을 위한 하나의 아이템이다. 하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번 끝을 보고 달리기 시작하면 그 기관차를 멈추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다. 부침이 있을 때가 많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성과로 인정받기 위해 지금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배병길 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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