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합니다
2월 20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 안건 예정인 전국자동차판매연대노조(이하 판매연대) 가입 승인 건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논란이 될 법한 일이 아님에도 비정규직 노조의 금속노조 가입을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노조원들이 격하게 반대하면서 심각한 문제로 비화되어왔다. 산별노조 설립의 핵심 목적 중 하나가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임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본산임을 자처해온 금속노조가 민주노조로서 결정적인 시험대 위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매연대는 특수고용 비정규직 지위의 자동차 대리점 판매사원들이 만든 노조로 설립신고필증까지 받은 어엿한 합법노조다. 산별노조가 직접 조직해야 할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해고를 비롯한 갖은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노조를 만들어 지금까지 유지해왔고 금속노조에 가입을 신청한 것이다. 그런데 금속노조 최대 산하 조직인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가 판매연대 가입 승인을 결사반대하면서 지금까지도 가입 승인이 보류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산별노조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합당한 방식으로 시정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민주노조운동의 질곡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 이해가 상충될 수 있고 대리점 개설 당시부터 쌓인 감정적 앙금이 대의와 명분만으로 일단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이해된다. 노사협상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의 주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 승인을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금속노조 내 가맹 조직으로서 함께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조율하고 수렴해 원하청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처우 개선을 도모하는 게 바람직한 방도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끼리 반목하고 단결하지 못한다면 자본의 구조조정과 노동권 탄압에 맞서 어떻게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면서 요구를 관철할 수 있겠는가.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는 판매연대와 같은 울타리 안에서 손맞잡고 자본에 대항해 싸우면서 내부 이견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하는게 마땅하다. 산별노조의 정신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판매연대의 가입 승인을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반대하고 저지한다면 현대기아차지부 판매위원회는 민주노조운동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정말 이게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가 바라는 것인가.
노동자들이 살 길은 오로지 단결과 연대 밖에 없다. 전체 노동자 노조 가입률 10%, 비정규직 노조 가입률 2% 내외에 불과한 기울어진 운동장 대한민국에서 현대기아차 정규직 판매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위와 처우를 보장받는 노동자계층에 속한다. 두 말 할것 없이 노동인권이 송두리째 박탈된 채 차별에 신음해온 대리점 판매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연대하고 함께 단결하는 건 민주노조로서 마땅한 도리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노동3권이 금속노조에서 왜곡되고 배제된다면 위기의 조직노동 내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전국의 비정규 노동조합과 노동단체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촉구한다. 금속노조가 판매연대 가입 승인 건을 산별노조 정신에 걸맞게 온당하게 일단락지을 수 있도록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가 자중하기 바란다. 특히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는 대의원대회를 통해 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 저지와 2월 20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 확대간부 현장 항의 방문을 조직적으로 결정해 우려가 크다. 금속노조의 결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또 다시 판매위원회가 실력 행사에 나선다면 스스로 계급조직으로서 정체성을 부정하고 사업장 내 약자를 도외시하는 이기적인 이익단체로만 기능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고, 시민사회의 거센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와 기아차지부 판매지회는 잘못된 행태를 중단하고 판매연대의 가입 승인을 인정하라. 오늘 연명한 우리의 경고와 요구가 또 다시 묵살된다면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사회적 공론화하고 시정될 때까지 판매연대와 함께 투쟁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마지막 기회다. 2월 20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희소식이 날아오기를 기대한다.
2017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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