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재벌 대기업의 나팔수 전경련 해체하라
-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 노동자-시민 서울대행진을 시작하며
우리는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 서울대행진’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 전경련 앞에 섰다. 재벌 대기업들의 총연합단체 전경련이 해체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체제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의 희망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극우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의 관제데모를 지시하고 전경련이 이들에게 뒷돈을 댄 것은 흔해빠진 정경유착 스캔들이 아니다. 재벌과 보수우익 정권의 불온한 만남이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다는 적색경보를 보낸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일본군 ‘위안부’ 굴욕 합의, 노동개악에 이르기까지, 어버이연합이라는 허수아비를 매개로 한 정권과 재벌의 검은 커넥션은 우리의 역사와 민주주의, 노동의 권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재벌 대기업의 나팔수 전경련을 즉각 해체하라.
우리는 지난 토요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재벌의 민병대로 전락한 공권력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부품사 노무관리를 위해 재벌 대기업이 직접 노조파괴 전문가를 동원해서 노조탄압을 자행했고, 결국 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그 한 맺힌 분향소를 짓이겼고 장례도 치르지 못한 상주를 연행했다. 저들의 광기어린 눈빛에 비친 것은 인륜과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의 오만함이었다. 아니 무소불위의 재벌이 지배하는 헬조선의 민낯이었다.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으로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을 유린한 현대기아차 정몽구를 당장 구속하라.
노조탄압과 경영세습에서도 삼성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일류다. 노조 싹을 말려죽이고, 위장 폐업하고, 우리 노동자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 그만이다. 총수일가 지분이 모자라도 국민연금을 흑기사로 동원하면 그만이다. 기름유출로 어민이 생계터전을 잃어도, 산업재해로 수많은 노동자가 죽어가도, 메르스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어도 나 몰라라 하면 그만이다. 불법을 합법으로 정당화하고 악행을 선행으로 미화해줄 삼성 장학생들이 관가, 정가, 법조계, 언론계에 즐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식의 대국민 인질극을 참아야 하는가. 삼성 이건희-이재용 부자는 산재은폐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하고 경영세습, 노조탄압 중단하라.
또다시 구조조정이라는 ‘헬 게이트’가 열리려고 한다. 정부는 난독증에 걸렸는지 기업 구조조정이라고 쓰고 노동자 구조조정이라고 읽는다. 해고와 실업의 망령이 떠돌아다닌다. 위기를 불러온 재벌 총수가 아니라 애먼 노동자들만 때려잡을 기세다. 현대중공업 지배주주 정몽준이 지난 10년간 가만 앉아서 꿀꺽 삼킨 배당금만 토해내더라도 채권단이 망나니처럼 구조조정 칼날을 휘두를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땅콩회항 한진 재벌의 무능한 조씨 일가가 한진해운 경영권에 집착하지만 않았더라도 사상 초유의 부실과 먹튀행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부실을 불러온 재벌총수가 경영실패의 비용과 책임을 부담하라.
정부는 실업보다는 비정규직이 낫지 않느냐며 구조조정 대책이랍시고 파견대상을 마구잡이로 늘리고 기간제를 영구화하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업체변경과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실업과 취업의 경계를 오가는 비정규직에게 구조조정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최저임금과 살인적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하고, 언감생심 노조를 만들 꿈도 꾸지 못하는 현대판 노예제를 ‘일석사조’ 실업 대책으로 호도하는 이 정부를 구조조정 해야 한다. 정부는 재벌 배불리기 노동개악-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
재벌은 잡식공룡처럼 경제 전체를 집어삼키고 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중소하청업체를 쥐어짜고, 그 비용은 다시 하청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슈퍼갑 유통재벌은 대형마트를 앞세워 골목상권을 황폐화하고 노동자를 최저임금과 감정노동으로 착취한다. 재벌 대기업은 이렇게 이윤을 빨아들이고도 노동자의 40%를 비정규직으로 사용한다. 억소리 넘쳐나는 곳간을 열지 않으니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우리 청년들은 ‘나쁜 일자리’를 전전하며 흙수저로 태어난 자신을 비관할 수밖에 없다. 재벌 독식구조를 바꾸고 재벌의 곳간을 열어젖히자.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 공동행동은 이상의 요구를 바탕으로 일주일간 서울 대행진에 나선다. 한국사회의 해묵은 암 덩어리 재벌체제를 바꾸기 위해 노동자, 농민, 빈민, 중소상인, 청년, 시민사회 모두가 힘을 뭉쳤다. 재벌이 망친 우리 사회의 미래와 희망을 다시 말하기 위해, 노동자-시민 대행진에 모두가 함께 나서자.
2016년 5월 23일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