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기업 STX를 규탄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
지난 1월 18일 오전 11시경 STX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영진오션의 노동자 한분이 사망하였습니다. 사망 전 열흘간 밤낮없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사망 당일 피로를 호소하며, 차가운 컨테이너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회사는 개인 건강상의 이유라며 유족들의 사과와 보상을 위한 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STX중공업 원청은 자신들과 관련없는 하청업체의 문제라며 유족들의 절규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유족들에 의하면 고인은 조선소 입사를 위해 최근에 산업보건협회에서 건강검진을 실시하였으며, 아무런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40대의 건강한 노동자가 작업 중 휴식을 취하다 사망을 한 것입니까?
마른하늘의 날벼락도 이유가 있다!
고인이 근무하였던 ㈜영진오션은 STX중공업의 사내하청업체입니다.
또한 ㈜영진오션의 사내이사 김정언은 ㈜영진인더스트리라는 회사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영진오션과 마찬가지로 ㈜영진인더스트리 역시 STX중공업의 사내하청업체입니다. STX중공업 내에서 편제상 별도회사로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같은 회사입니다.
현장 하청노동자들의 제보에 의하면 ㈜영진인더스트리의 노동자 대부분이 지난해 12월 모두 해고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회사는 2009년도부터 하청노동자들을 고용하면서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입사 시 개인별로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하도록 강요하였으며, 그렇게 입사한 하청노동자들은 4대보험도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의 일방적인 강요에 의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으며 이를 거부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하는 처지였습니다.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고, 온갖 감언이설로 채용공고를 내면서 일회용품 쓰듯 하청노동자들을 혹사시켜왔습니다.
한편 ㈜영진인더스트리는 STX중공업은 물론 STX조선해양 진해공장에도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해공장에 근무하던 하청노동자 중 한명은 지난해 12월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STX중공업으로 파견근무를 지시받고, 출퇴근 문제를 이유로 지시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해고되었습니다.
STX조선해양의 ㈜영진인더스트리 역시 STX중공업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입사 시에는 반드시 개인별로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실질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였지만,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에 불과하였으므로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해고를 일삼고 부당하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여도 하청노동자들은 어떠한 불만도 표시할 수 없었습니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선소들은 사내하청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하청업체가 임의로 재하도급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 반복되는 재하청을 통해 수많은 문제점들이 일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소 또한 이를 방치할 경우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TX는 재계서열 12위라는 위상에 걸맞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청업체를 내세워 현장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짜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지난 해 STX는 하청업체의 하도급단가를 일방적으로 삭감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손해배상과 과태료처분 조치를 당하였으며, STX조선 내의 건설공사를 계열사인 STX건설에 맡기면서 과도한 공사대금 지급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내부거래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재계서열 12위의 위상은 하청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짜 계열사에 편법으로 증여하면서 이룩한 허상에 불과합니다.
반복되는 우연? 그것은 필연이다!
STX조선은 지난해 1년 사이에 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여 노동부로부터 2주간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습니다. 또한 작년 가을 홍천산업의 여성노동자 한분이 출근하여 탈의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다가 돌연사 하였습니다.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고 회사는 주장하지만 조선소의 노동은 일반적인 제조업과 차원이 다를 만큼 노동강도가 높습니다. 또한 이번에 돌아가신 고인과 마찬가지로 도장작업을 하는 하청노동자들은 페인트의 독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당장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장시간 노동이 반복되어 피로가 누적될 경우에는 안전장구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이 나고, 이 과정에서 페인트의 독성물질들이 여과없이 체내에 흡수됩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재벌의 입장에서 하청노동자는 쓰다버리면 그만인 일회용품일지도 모릅니다. 재벌이 마음껏 쥐어짜서 배를 불린다한들 하청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죽이지는 말아야 합니다. 목숨만은 앗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한낱 하청노동자에 불과하지만 그들 또한 어여쁜 딸자식을, 의젓한 아들을 둔 가장들입니다. 그들의 삶 또한 소중합니다.
실질적 사용주인 STX가 책임져야 합니다. STX는 더 이상 책임회피하지 말고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여야 합니다. 적절한 보상을 통해 고인과 유족의 아픔을 함께 하여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이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시간 노동을 철폐하고, 현장의 각종 위해요소들을 점검하고 시정조치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일방적인 하도급단가 인하로 인해 하청노동자들이 사지로 몰리는 현실은 없어야 합니다.
나아가 하청노동자들이 이중착취 받으며 고통받는 현실은 근본적으로 바꾸어져야 합니다. 모든 하청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조선하청노동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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