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와 폭행이 현대차의 비정규직 해법인가!
- ‘3천명 채용’은 정규직 전환 피하려는 기만적인 ‘비정규직 돌려막기’ -
어제(8월 18일) 새벽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울산공장 안에서 자본의 천인공노할 폭력이 비정규지회 간부들에게 자행되었다. 먼저 새벽 1시 30분경, 현대차지부 사무실에 있다가 선전물 작성을 위해 열사회 사무실로 이동하던 현대차비정규지회 조직부장·선전부장이 공장 내에서 수십명의 경비대에 납치되어 폭행당한 후, 강제로 차에 실려져 동부경찰서로 넘겨지는 만행이 저질러졌다. 오후 6시 40분경, 이번에는 지회 사무장과 총무부장이 똑같이 수십명에게 납치되어 폭행당한 후, 동구 꽃바위 인근에 버려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대차 공장 안은 치외법권 지역인가? SJM과 만도에서 용역 경비의 폭력이 문제가 되니, 이제 직접 경비대와 관리자를 동원해 납치·감금·폭행을 자행하다니! 게다가 이번 납치·폭행에는 낯익은 경비대만이 아니라, 처음 보는 낯선 젊은 사람들이 가담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나오고 있다. 만도에서 직장폐쇄가 철회되고 용역 경비 일부를 철수시켰다더니, 옷을 갈아입혀 현대차로 오기라도 한 것인가?
현대차는 아예 멋대로 사법권까지 휘두르려 했다. 새벽에 납치·폭행한 선전부장·조직부장에 대해 ‘불법 점거’를 했다며 경찰서에 넘긴 것이다. 사내에서 노조활동을 위해 걸어다닌 것이 불법 점거라니? 동부경찰서조차 지회 간부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폭행당한 간부들이 경찰서 현장에서 고발한 경비대들이 조사받게 되었다. 그러자 오후에는 납치한 간부들을 경찰서로 넘기지 않고, 인적이 드문 꽃바위 근처에 내다버리는 대담한 행동을 벌였다. 현대차는 법 위의 존재란 말인가!
현대차가 잔학무도한 테러를 감행하는 데에는, 최근 사측이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내놓은 ‘3천명 신규채용’ 안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16일 현대차지부 단체교섭에서 사측은 ▲정년퇴직 소요 ▲신규소요 등 약 3,000명을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신규채용 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한 신규채용과 함께 원하청 공정재배치를 통해서 진성도급화, 즉 불법파견 은폐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올해부터 2016년까지 현대차에서 정년퇴직자와 신규소요를 합하면 3,000명가량 된다. 그러나 정년퇴직자와 신규소요 자리를 정규직으로 충원하는 것은, 굳이 이 제시안이 없더라도 이미 현대차 단체협약에 따라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문제이다. 마치 대단한 내용인양 포장되어 있을 뿐이다.
오히려 현대차 사측은 그동안 단협을 밥 먹듯이 어겨왔다. 올초에 200여 명을 신규채용 할 때 언론들이 앞다투어 “현대차, 7년 만에 정규직 채용”이라 대서특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지난 7년 동안 현대차는 정년퇴직자와 신규소요 자리를 정규직으로 충원하지 않았다는 말 아닌가!
아울러 3,000명 중 올해 1,000명을 뽑을 것이라 제시했는데, 이것 또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장근로 한도 초과 등 노동부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어, 올해 초에 현대차는 900명을 신규채용하여 장시간노동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해 어차피 해야 할 900명 신규채용이 갑자기 비정규직에 대한 시혜처럼 둔갑하다니!
“그렇다 하더라도 사내하청 중에서 3,000명을 정규직 채용하는 것이니 기존보다 나아진 것 아닌가?” 어림없는 소리! 불법파견 범죄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채용’이라 근속과 체불임금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넘어간다 치자. 투쟁에 열심히 나섰던 조합원들은 신규채용에서 배제될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도 나중에 따지기로 하자.
사내하청 노동자가 신규채용 되어서 정년퇴직자 자리에 배치되면, 결국 애초에 그 노동자가 일하던 자리에는 또다시 더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게 된다. 올해 초에도 사내하청 중에서 198명을 신규채용 했는데, 그들이 일하던 자리에는 어김없이 하청업체가 한시하청(단기계약직)을 투입한 바 있다. 결국 앞으로 4년간 3,000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더라도, 결국에는 3,000명의 비정규직이 또 투입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비정규직 명찰을 물려주지 말자!” 더 열악한 비정규직 자리를 다른 노동자에게 물려주란 말인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간단하다. 대법원이 이미 현대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 판결했으므로, 현재 일하고 있는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된다. 아울러 향후 정년퇴직자와 신규소요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신규채용을 실시하여 사외에서 청년실업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제시안은 불법파견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입사자처럼 ‘채용’하는 것이고, 그 자리를 또다시 더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비정규직 돌려막기’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차 사측은 ‘비정규직 돌려막기’를 마치 엄청난 제시안인양 포장하기 위해, 이같은 꼼수를 폭로하고 온전한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비정규지회 간부들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뒤가 구리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천인공노할 폭력만행을 저지르겠는가!
우리는 현대차 사측의 꼼수에 반대 입장을 천명한 현대차 원·하청 노조의 투쟁을 지지한다. 허나 이같은 꼼수 안을 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들의 명확한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임·단협 교섭에서 다루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이미 원·하청 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꾸려서 역사적인 불법파견 특별교섭을 진행해온 바, 비정규직지회가 명확한 주체로 서 있는 상황에서 자칫 대리교섭이 이뤄져선 안될 것이다.
이는 올해 초 대법원 판결 직후 현대차지부 스스로 불법파견 철폐투쟁의 4대 원칙 중 첫 번째로 내세운 ‘대리전 지양’의 원칙, 즉 “정규직노조의 대리전이 아니라, 원하청 공동투쟁을 추진한다”는 원칙과도 상충되는 것이다. 이 원칙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대리교섭이 아니다.
현대차지부의 힘찬 파업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사측이 비정규지회 간부들에게 테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원·하청 공동투쟁을 비웃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더욱 힘찬 원·하청 공동투쟁이 조직되어야 한다. 지난 14일 벌인 원·하청 교차파업과 같은 공동투쟁 계획을 세우고, 다시는 폭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그리고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위해 원·하청 공동투쟁에 나서자!
-. 우리 아이들에게는 비정규직 명찰을 물려줄 수 없다!
-. 3천명 신규채용은 비정규직 돌려막기, 꼼수를 철회하라!
-.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 정년퇴직·신규소요 자리는 사외에서 대규모 신규채용으로 충원하라!
2012년 8월 19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