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노사정 협상 결렬을 적극 환영하며
- 양대노총과 청년, 여성, 어르신 등 미조직 장그래들이 함께
노동 주도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박차를 가해나가길 바란다 -
마침내 한국노총이 노동시장구조 개선 노사정 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이미 기획재정부 장관인 최경환 부총리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을 통해 정부가 노리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규직 일자리 공격이었다. 정부 주도의 노사정 협상에서 노동계를 유일하게 대표해왔던 한국노총의 협상 결렬 선언은 지금 국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기만적인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대타협 구도를 박차고 나온 한국노총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며 환영한다.
진작부터 이번 노사정 협상은 파국이 예고됐다. 정부가 노동계를 대등한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제를 던지며 언론플레이를 통한 정규직노조 책임론 부각에 주력하면서 백기투항을 강제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노동시장구조 개선의 첫 번째 과제는 한국자본주의 먹이사슬의 최상층에서 이익을 독식해온 슈퍼갑인 재벌 자본의 책임을 엄정하게 묻는 것이다. 수혜자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불법을 자행하면서 비정규직 양산과 차별 심화를 주도해온 과정 속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형성됐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재벌 대기업을 정점으로 한 기업 집단 중심의 분배구조에 있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불평등해질 정도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을 필두로 한 재벌 자본이 나눠야 할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식한데서 모든 문제가 파생돼 나온 것이다.
진실이 이런데도 매번 경제위기 때마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고통을 전담해왔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정부와 경총이 강조해온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은 정규직노조를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으면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잘못된 프레임일 뿐이다. 경제위기 시기 발생하는 손실을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해온 역대 정부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근간을 바꾸지 않으면 늘 그랬듯이 노동자가 또 다시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노동자들이 강력한 투쟁으로 맞대응해야 할 때다. 대다수 노동조합으로 조직돼있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충실힌 대변자 역할을 양대노총이 제대로 해야 한다. 조직된 노동의 힘이 취약하므로 양대노총이 우선 뜨거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를 매개로 공조해 정부와 자본에 맞선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를 비롯한 사회적연대기구와 합력해 총자본과 정부에 맞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할 사회적 힘을 폭넓게 모아야 한다.
이제 국회에서 노동시장구조 개혁방향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셈이다.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과 한국노총의 5월 총력투쟁이 정세의 뇌관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야말로 노동이 주도하는 비정규직 및 노동시장 구조 문제해결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빠르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만큼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호조건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지금은 가장 먼저 재벌에게 경제위기와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폐기되어야 한다. 원점에서 노동이 주도하는 노사정 협상판을 다시 짜야 한다. 이번 한국노총의 노사정 협상 결렬이 올해 노동자 투쟁과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양대노총은 물론 청년, 여성, 어르신 등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반드시 노동 주도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5년 4월 9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