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위반한 양대 지침은 당연 무효,
정부는 노동개악의 독주를 멈춰라
연초답게 새로운 연봉계약을 둘러싼 직장인들의 고충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예년에 이어 최하 평가등급을 받아 2년 연속 임금이 동결됐다는 한 사례를 보며, 경쟁을 부추기는 사내 정치의 위험성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당사자를 힘들게 한 건 평가의 근거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뛰어난 성과는 아니어도 꾸준히 주어진 일을 해왔으나 직장 내 사람들과 활발히 어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최하위 등급을 줬다는 관리자의 평가 근거는, 일보다 사내정치에 능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주관적 평가가 객관적 결과로서 효력을 발휘하며, 평가를 내리는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이 업무에 집중하는 것보다 중요한 덕목이라는 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관행은 합리적이지 못한 경쟁을 유발하고 생산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데, 대한민국 노동부는 오히려 이를 부추기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노사정위원회 논의 사안이었던 일반해고(저상과자 해고) 지침을 오늘 전격 발표했다. 논의 주체였던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하고, 합의에 이름을 올린 한국노총마저 정부와 새누리당의 지나친 자본편향적 행보에 결국 합의 파기를 선언했건만, 보란 듯이 일반해고 지침을 강행한 것이다. 그들의 안중에 노동자‘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낸 셈이다.
지난 15일 노동법이론실무학회는 의미 있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노동자의 책임인가에 대한 논의였다. 정부의 일반해고 논란에 던져진 중요한 질문이었다. 토론의 결과는 이렇다. 직무수행능력을 기준으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더욱이 채용 과정에서 노동자가 적절한 직무수행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한 예측 위험은 당연히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성과가 부진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의 예측 실수, 즉 경영 위험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이는 공정한 평가 기준과 투명한 절차가 확보됐을 때의 이야기다. 앞선 사례처럼 평가 자체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이는 필연적으로 부당함을 동반한다. 또 노동자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일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엄격하게 금지된다. 이렇게 위험한 제도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노동계의 의견 수렴 없이 강행하는 고용노동부의 행태를 보니, 차라리 ‘자본부’라 개명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 뿐만이 아니다. 취업규칙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까지 발표했다. 취업규칙은 애초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수년에 걸쳐 표준취업규칙을 배포하고 있다. 또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시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도록 하여, 노사 간 지나친 권력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는 근로기준법 사안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저질’제도를 1+1으로 노동자들에게 일방 통보했다. 두 가지 모두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 상위법이 우선하는 법 적용의 원칙에 따라 지침은 당연 무효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모든 노동자를 노예화할 수 있는 위험한 1+1 통보를 거절한다. 물론 이는 찬·반 논란의 여지없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불법이라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의 무지는 용서되지 않을뿐더러, 알면서도 불법을 저지르는 건 더 무겁게 다뤄진다. 법을 무시하는 고용노동부와 박근혜정부에서 독재의 징조가 보인다. 경고하건데, 노동시장 개악의 독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 대다수 노동자는 대한민국 정부를 해고할 것이다.
2016.1.22.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