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비정규직 없는 일터,
노동의 꿈과 희망이 있는 사회를 위해 꺼지지 않는 연대의 촛불을 밝힙니다!
-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 1000만 선언-
- 10.27 10만 촛불행진을 시작하는 각계각층 1027명 선언 -
살아가기 힘들다는 절망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배고파서 못살겠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는 깊은 한숨소리가 배어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갓 학교를 졸업한 앳된 청년들의 얼굴에는 '알바'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가족을 책임져야 할 노동자들의 눈빛에는 깊은 좌절의 눈동자가 걸려 있습니다. 평생을 고된 노동으로 살아온 늙은 노동자들의 이마에도 짙은 체념의 주름이 패여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노동,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표정은 바로 내 동생과 아이의 얼굴이고, 내 이웃의 눈빛이며, 바로 나 자신의 주름입니다.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1750일, 다섯 번의 폭염과 눈보라를 견디며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인정조차 못받는 200만이 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대표해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절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조차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거대재벌에 맞서 '모든 사내하청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만장을 들고 싸우고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항하고 있습니다. 운전하는 노동자, 청소하는 노동자, 건물을 만드는 노동자, 공공시설을 운영하는 노동자,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요구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1% 탐욕의 자본과 정권은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너도나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심지어 더 힘든 일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 '사내하도급 보호'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노예의 신분을 만들면서 차별만 없어지면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활용해도 되는 양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떠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자리를 외주, 용역, 하도급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짝퉁 정규직'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영원한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잘릴 지 모르는 회사에서,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투표조차 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통령후보들의 이야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하지만 길은 함께 걷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절망과 체념과 분노를 넘어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멸시와 차별에 시달리지 않고, 정규직 전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내며, 재벌의 탐욕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인간다운 노동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탄압의 상징인 현대자동차를 비정규직 없는 아름다운 일터로 만들겠다는 싸움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벌여냈고, 정규직 노동자들과 수많은 시민사회가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노조가 무엇인지도 잘모르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비정규직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힘찬 총파업 시동을 걸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결기가 시퍼렇게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 비정규직 없는 학교, 비정규직 없는 병원, 비정규직 없는 백화점, 비정규직 없는 교회, 비정규직 없는 관공서 등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선언과 실천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단지 일터만이 아닙니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에서 비정규직 없는 제주까지 우리 동네와 지역에서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비정규직 없는 마을을 위한 희망의 연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서울 대한문에서 작은 촛불 하나를 켭니다. 이 촛불은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과 한숨과 절망과 분노의 촛불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아픔과 함께하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깨어있는 모든 사람들의 연대가 함께 한다면 이 작은 촛불은 거대한 횃불로 타오를 것입니다. 2011년 전국의 살아있는 양심들이 모여 '희망버스'라는 기적을 만들었던 것처럼 우리는 오늘 이 촛불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를 활활 타오르게 할 거대한 횃불을 태우고자 합니다. 절망과 분노와 슬픔을 벗어던지고 희망과 내일과 미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꿈을 위해 함께 연대하는 행복한 촛불을 밝히려고 합니다. 이 작은 촛불이 10월 27일 서울에서 10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지피는 따뜻한 벽난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촛불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뜨거운 용광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10월 8일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를 위한 1027명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