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청 노동이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환영한다.
- 범법기업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실질 사용자로서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난 2010년 7월 22일, 오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 끝에 십년 가뭄의 단비처럼 결실을 맺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오늘 지난 2010년의 대법원 판결을 재확인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이 불법적인 파견 노동으로서,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 씨는 현대차 정규직원이라는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이하 센터)는 이러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적극 환영하면서, 현대차는 더 이상 대법원의 판결을 회피하지 말고,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번 판결은 그간 판례로 축적되어온 불법파견 사내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간주 적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면서 파견법 제정 이후 이미 만연된 제조업 직접공정에서의 불법파견 관행에 쐐기를 박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한국 제조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참으로 중요한 역사적 판결이기에, 센터는 그간 정권과 자본의 노동착취와 무자비한 탄압에 맞서 싸워오면서 이 판결을 이끌어낸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경의와 연대를 표하며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
현대차는 비겁하고 몰상식하게 지난 2010년 대법원의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시간을 끌어 왔다. 나아가 2010년 11월말의 사내하청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에 대해 온갖 물리적 탄압을 가하면서 ‘현대차가 우리의 사용자’라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에 부당한 징계와 해고로 보복하기도 하였다. 이번 판결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자는 현대차라는 사실이 최종 확정되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가장 먼저 현대기아차그룹은 범법기업으로서 자신이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했어야 마땅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사회적, 경제적 책임에 따른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한다.
특히 판결대로라면 우선 개정 전 파견법의 고용의제조항 적용을 받는 2005년 7월 1일 입사자까지만 해당되지만, 개정 파견법의 고용의무조항도 실질적으론 직접고용 정규직화라는 의미에선 그 입법 취지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입사 시점과 관계없이 2년 이상 근속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예외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2년 미만인 경우에도 불법파견이라면 사용사업주에게 원천적 책임이 있으므로 최소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불법을 저지르면서 간접고용 양산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축적하고, 지금도 동희오토 등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노조 활동마저 전면적으로 탄압해온 현대기아차그룹인 만큼, 제조업 대표재벌로서 그간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착취에 대한 정당한 경제적 보상과 대국민 사과 또한 당연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 운동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역사적 판결이긴 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내하청업체가 위장도급이며 따라서 사용사업주인 원청업체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애초 법원과 노동부의 관점이 원청기업이 하청노동자에 대하여 과연 사용자인지를 밝히는 데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인인 하청기업이 사용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만을 주목한 결과이다. 이런 법률의 맹점을 악용하여 하청업체가 현장대리인 등을 세우는 방식으로 고도의 법적 위장을 시도하여 ‘노무관리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 요건을 형식적으로 갖추는 것이 수월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파견대상업종이 아닌 제조업 직접공정이 사내하청 방식을 통해 불법파견의 온상이 돼버렸다. 이런 과거의 어두운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번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판정을 분기점으로 삼아 노사정 모두 머리를 맞대고 기존 파견법의 문제점과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불법파견 여부를 떠나 한국의 제조업내 만연하고 있는 사내하청 전반에 대한 규제 또한 절실하다. 원청 자본이 필요 노동력을 사내하청 노동 형태로 조달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원청 자본에 의해 구조적으로 확산, 남용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은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제조업 사업장내 사내하청 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여실히 증명되어 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부당한 원청 자본의 비열한 행태에 저항하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과 임단협 요구가 ‘하도급’이라는 이유로 원청 자본에 의해 간단히 무시되어 왔던 현실이다.
이미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2008년(350차 보고서)과 2009년(355차 보고서), 그리고 2011년(359차 보고서) 총 3차례에 걸쳐 한국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침해와 관련한 국내 노동조합의 진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 어떤 규제도 작업장내 노동자의 자주적 결사체인 노동조합을 통한 규제보다 강력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제조업내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노동 3권을 보장함과 아울러 이러한 사내하청 구조의 남용방지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종심인 대법원에서까지 진실이 명백하게 확정된 마당에 적반하장식으로 이번 판결을 오히려 파견업종 확대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정부와 사용자들의 시도는 중단되어야 마땅하며, 현대차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즉각 수용하여 작업장내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을 즉각 정규직화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2년 2월 23일
한 국 비 정 규 노 동 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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