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불법 지침으로 발생한 혼란, 책임지고 수습하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고용노동부가 ‘공정인사 지침’이라 주장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2대 지침을 발표하던 1월 22일에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성명의 요지는 2대 지침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으므로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그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센터가 성명으로 밝힌 가이드라인에 대한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일부 협력업체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자를 징계·해고했다. 경북대병원의 경우 수당지급기준에 대한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건설회사 한양은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저성과자를 분류했고 해당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사직하게 했다. 사실상 구조조정인 셈이다. 그나마 이들 기업은 비교적 규모가 있고 노동조합이 조직된 곳이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그렇지 못한 중소규모의 무노조 사업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의미다.
2대 지침에 따라 노동자를 억압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의 대응은 일관됐다. 고용노동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지침 자체가 갖는 불법성 때문에 해당 행위는 애초에 효력을 갖지 못하므로 효력 정지 등의 절차를 밟는다는 것이다. 또한 경북대병원 노동조합의 경우 사측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2대 지침의 결과가 예견됐듯이 노동조합도 당연한 대응을 하고 있다.
법은 세 가지 이념을 갖는다.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이다. 정의는 말 그대로 인간의 존엄성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가치고 합목적성은 정의와 같은 가치관의 목적에 맞춰 법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법적 안정성은 법에 의해 사회 질서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법 존재의 기본적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2대 지침은 이러한 법의 이념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상충되는 내용의 지침으로 불필요한 법정 다툼을 유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침의 불법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법정 다툼으로 간다면 노동자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동조합이 없고 법정 다툼을 기다릴 수 없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기 힘들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지침은 노동자를 괴롭히는 악의적 제도인 것이다.
기업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불법적인 2대 지침의 결과로 떠안게 될 부담은 온전히 기업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당장의 이윤에 매몰돼 정부가 나서 노-사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현실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긴 말도 필요 없다. 고용노동부는 법을 좀 지켜라. 고용노동부 소관 법령인 근로기준법을 고용노동부에게 지키라고 해야 하는 상식적이지 못한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고용노동부는 불법 지침을 철회하고 이미 발생한 혼란을 책임지고 수습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2015.2.16.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