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서울시는 다산콜센터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해
책임있게 나서라!
지난해 8월 서울시가 민간위탁한 엠피씨라는 업체에서 일하는 한 여성 노동자가 성폭력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직장상사에게 심각한 성폭력을 당한 피해여성은 사건 직후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이후 피해여성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을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업체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성폭력 사실이 인지된 즉시 가해자와 피해여성이 분리조치되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여성과 가해자는 한 공간에서 일을 하였다. 엠피씨에서는 분리조치를 취했다고 강변했지만, 가해자는 버젓이 피해여성이 있는 공간을 지나다녔으며 보호받아야 할 피해여성이 위축되는 상황들이 계속 벌어졌다. 심지어 엠피씨에서는 사보에 피해여성이 동료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자라는 투의 만화를 실었으며, 얼굴도 모르는 본사직원이 피해사실을 직접 쓰라고 강요하는 등의 용납하기 어려운 2차 가해를 저질렀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피해여성은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왔다.
이에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에서는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의 여성단체와 함께 지난 6일 다산콜센터 성폭력 사건 대책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과 함께 서울시 산하 인권센터에 본 사안을 제소하였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남녀 당사자간의 문제다. 위탁업체 자체 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규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딱히 조치할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문제제기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피해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2차 가해에 노출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다산콜센터 사건도 그렇다. 그렇기에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려 한다면, 이 문제를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체 조직과 조직문화 전반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하며, 실질적인 사용자가 직접 책임지는 것이 온당한 해결책이다.
다산콜센터의 사용자는 누구인가? 두말 할 것 없이 다산콜센터를 자신의 얼굴이라 자랑해온 서울시이다. 매일같이 폭주하는 콜 수에 쫓기며 상담전화 과정에서 빈번하게 폭언과 성폭력에 시달리는 상담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해줘야 할 주체는 응당 서울시인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서울시 민간위탁업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 분노하며, 특히 피해 여성의 호소를 묵살하고 2차 가해까지 방치한 해당 업체의 반인권적이고 파렴치한 행태를 규탄하면서, 서울시가 책임 있는 자세로 가해자를 엄정하게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또한 민간위탁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책임주체인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온 상담원들에 대한 성희롱, 성폭력 문제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13. 02. 20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