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역사적인 승리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재단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를 쟁취했다. 9월 9일 서울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서울시 120서비스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재석 의원 60명 중 찬성 48명, 반대 7명, 기권 5명으로 통과시켰다. 서울시가 조례안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재단을 설립하면, 다산콜센터 직원 408명은 120서비스재단 소속 정규직 직원이 된다. 서울시와 서울시 1기 인권위원회, 그리고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조력과 연대에 힘입어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5년여에 걸친 단결투쟁으로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번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의 정규직화 실현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
첫째,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천만명이 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필요 조건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양산된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한 철폐 수준의 강력한 제어다. 민간부문의 재벌대기업이 무소불위의 시장권력을 앞세워 나쁜 일자리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만들어온 만큼, 공공부문에서 고용구조에 대한 일종의 시장 실패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 서울시가 시행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의 정규직화 모델이 거기에 해당될 것인데, 이번의 다산콜센터 정규직화는 서울시의 2단계 정규직화 조치로 특히 민간위탁에 대한 정규직화 모델로 특기할 만 하다.
둘째, 여성노동과 감정노동, 간접고용 비정규노동의 문제점이 중첩된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인권 신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상담사들은 여성이란 이유로 온갖 폭언과 성희롱 등에 노출됐고, 민간위탁 업체간 실적 경쟁의 희생양으로 내몰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이 몸을 상하며 상담에 매달려야 했던 노예 같은 시간을 견뎌야 했다. 상담사들의 인간답게 일할 권리는 노조를 설립하면서 결정적인 전기를 맞게 됐고, 이번 정규직화로 지속적인 노동조건 개선이 가능하게 됐다.
셋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가장 큰 위험 요소인 고용불안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민간위탁 업체들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상담사들은 고용불안을 안고 일했다. 서울시가 책임지는 재단의 정규직이 되면 지속가능한 고용안정이 이뤄질 것이다.
넷째, 현재도 과반수 이상 가입된 노조인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 지부가 지금까지 전체 상담사들의 대변자 역할을 잘해온 만큼 재단 설립 이후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불문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이후 사용주들의 갖은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파괴 책동으로 투쟁 양상이 극단회되고 장기화되면서 노조가 소수화되기 일쑤였는데, 재단 설립을 통해 다산콜센터에서는 정상적인 노사관계 안착이 가능한 조건이 만들어졌다.
다섯째, 다산콜센터 상담사 정규직화가 지방정부의 공익적 모범사용자 역할의 유의미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효과’라는 말이 있다. 중앙정부의 반노동정책과 대비되는 노동 중시 정책을 펼쳐온 서울시의 차별화된 비정규직 개선 대책이 전국의 지자체들에게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핵심 문제가 민간위탁임을 염두에 둘 때, 재단 설립을 통한 다산콜센터 정규직화는 다양한 방식의 지방정부 정규직화 시행에 기폭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제단 설립 과정과 그 이후에도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공무직으로 서울시가 직접고용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재단 내 고용안정을 항구화하거나 진성 정규직화로 진전할수 있는 중장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당면한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도 대단히 중요한 숙제다. 서울시민에 대한 상담서비스 질 개선과 인간다운 상담체계 구축도 필수다. 일하는 상담사와 서비스를 받는 서울시민이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120 다산콜센터 재단 설립 조례 제정을 온맘으로 함께 기뻐한다. 이제 정규직화의 첫 단추를 잘 뀄으니 전진할 일만 남았다. 우리 센터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희망이 된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온전한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달성할 때까지 연대할 것이다.
2016년 9월 12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