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은 시민의 ‘노동권 보호 없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독창적인 철학을 ‘마침내’ 완성하고 있는가?
센터 성명 조회 수 196 추천 수 0 2022.11.21 09:59:40오세훈 시장은 시민의 ‘노동권 보호 없는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독창적인 철학을
‘마침내’ 완성하고 있는가?
오세훈 시장은 제39대 서울특별시장 취임사(2022.7.1.)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했다. 「‘성장’보다는 ‘성숙’을 이야기해야 하고, ‘순위’나 ‘수치’가 아닌 ‘가치’로 승부를 겨뤄야 하는 시점인 만큼 ‘약자와의 동행’은 우리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과제」라고 밝혔다.
그런데 2023년 서울시 예산(안)은 이러한 시정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약자와의 동행’ 본격 추진을 위한 취약계층 4대 분야-생계, 주거, 의료‧건강, 교육‧여가에 12조 9천억 원가량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이는 대부분 기존 복지사업 등을 망라하고 지원금액과 대상을 다소 늘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해괴한 것은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발언이다. 「기초수급자의 경우 한 번 기초수급자로 선정되면 계속해서 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돈 벌 기회가 있어도, 노동을 할 기회가 생겨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이 되었다.
코로나19와 대외경제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 사회가 과거 두 번의 위기 극복 과정처럼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해지고 굳어지지 않으려면, 시민의 일자리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긴요한 정책이다. 그것은 시민이 ‘일감’을 쫓아서 안전‧건강‧가정‧인권을 생략하는 것을 감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보호받는 ‘일자리’가 되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3년 서울시 정책과 예산(안)을 보자면, 오세훈 시장이 ‘노동’이라는 두 글자를 지우기 위해서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을 했는지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서울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노동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해서 현재는 ‘노동‧공정‧상생정책관’으로 개편되었고 주무과는 ‘노동정책담당관’이다. 서울시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노동정책담당관’의 내년 예산은 282억 원가량이며 절반은 ‘민간위탁과 보조‧지원금’이고 절반은 ‘정책 사업비’다. ‘정책 사업비’ 가운데 ‘행복주택‧노동복지관 건립’비용의 연차 투자금액 100억 원을 제외하면 ‘정책 사업비’는 고작 49억 원이다.
다른 한편 ‘약자와의 동행’ 기반을 마련하고 노동상담‧권리구제, 노동자‧사업주, 시민‧청소년 노동교육, 숨겨진 노동실태 파악과 정책 발굴, 취약노동계층 시범정책사업 시행, 서울시 노동정책의 중간전달자 역할을 해왔던 민간위탁 방식의 노동센터 예산도 대폭 삭감되었다. 결국 서울시에서는 ‘노동정책’을 지우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오세훈 시장의 시정 철학과 내년 정책‧예산(안)의 불일치에 대해서 여러 번 협의를 요청했지만 변변한 답을 들을 수 없었고, 전달된 입장은 ‘이미 정해진 것’이라는 것밖에는 없었다. 이에 엄정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서 서울시 노동사무 일부를 위탁 운영하기로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기관은 현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공식‧공개적으로 밝힌다.
첫째, 오세훈 시장이 가진 서울시 노동정책의 뜻을 밝혀라.
오세훈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이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면, ‘노동을 할 기회가 생겨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걱정을 시정에 어떻게 반영할 생각인지를 밝혀야 한다. 어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지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밝히기를 바란다.
둘째, 조례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자권익보호위원회’는 왜 개최하지 않는가?
‘서울시 노동기본조례’엔 ‘노동자권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반기별로 회의를 열게 되어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12월 서면자문회의를 개최한 이후 기록이 없다. 또한 조례는 5년마다 ‘노동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차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되어있고, 이 또한 ‘노동자권보호위원회’에서 심의‧자문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내 맘대로 한 게 아니다’라는 근거를 제시하라.
셋째, 민간위탁 협약서와 조례에 명시되어 있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서울시 노동기본 조례와 그밖에 노동관련 조례 그리고 노동사무 민간위탁협약서에는 위탁기관이 수행해야 할 사업이 명시되어 있다. 민간위탁기관은 이에 따라서 매년 사업계획을 제출하며 사업을 수행해왔지만 두 해 연속으로 아무런 근거와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사업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사례까지 있다. 대체 어떤 근거와 절차를 거쳤는지 밝혀라.
넷째, ‘재정사업 평가’ 결과를 공개하라.
민간위탁 사무는 법령과 조례, 협약서에 따라서 수많은 지도점검, 감사, 평가를 받고 있어서 본연의 사업 이외에도 행정업무의 부담이 크다. 감사‧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뒤따른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평가인 ‘민간위탁 종합성과 평가’ 결과 모두 ‘우수’한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재정사업 평가’ 결과가 ‘미흡’해서 예산을 삭감했다고 주장한다. 무슨 평가를 언제, 어떻게 했고 결과는 어떤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하물며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연구원에서조차 ‘평가대상이 중복되는 문제를 지적했고, 평가 결과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보고서를 냈다.(2022.4.)
민간위탁사무라는 특성상 집행부와 협의를 우선으로 여기고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우리가 이제까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약자와의 동행’에 크게 잘못하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공개적인 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정치가 어쭙잖은 진영으로 양분되어 혐오와 갈등이 난무한다. 서울시 노동정책이, 혹여 오세훈 시장이 이 ‘어쭙잖음’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세훈 시장과 면담을 요구한다. 이 문제에 관해서 진지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요구한다.
2022년 11월 21일
서울시 노동사무 민간위탁협약기관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전태일재단, 민주노총 서울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