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나라”, “노동존중” 국정과제 발표 2주만에 농성장 연쇄침탈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노동자·시민의 목소리를 짓밟는 것이 정의인가.
![]() | ||
8월 2일 오전, 서울 도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의 농성장이 연쇄 철거되고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연행되는 아비규환의 현장이 벌어졌다. 종로구청이 철거한 농성장은 6개월 전부터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던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노동자들의 농성장, 삼표 자본에 항의의 목소리를 이어가야 했던 동양시멘트 노동자들의 농성장, 중앙행정심판위 결과를 규탄하며 설악산 케이블카 강행을 규탄하며 오체투지를 이어간 시민들이 불과 2주 전에 차린 농성장이었다. 하나같이 국가가 노동자와 시민의 목소리를 온전히 수용하고 적폐 청산과 노동권 보장에 나섰더라면 해결되었을 문제들이다. 그런데 정부는 길게는 2년, 짧게는 2주 동안 농성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귀찮다는 듯 한 번에 세 곳의 농성장을 싹 쓸어버렸다.
불과 2주 전인 7월 20일 “국민 개개인이 국정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이라는 데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적폐청산과 민생개혁 요구를 담아내는 “정의로운 나라”, “노동존중 공정사회”의 실상이 이런 것이었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환경 문제로 두 번이나 부결된 케이블카 사업을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밀어붙인 박근혜 정권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이 적폐 청산인가. 법원판결에도 아랑곳 않고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마저 도외시했던 삼표자본의 부당노동행위는 묵과할 수 있고, 노동자의 농성장은 치워버리는 것이 노동존중 공정사회의 모습인가. 노동악법철폐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고공단식농성과 청와대 앞 농성을 무시하더니 이제는 농성장을 철거하고, 집회신고 장소에 화단을 조성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마저 틀어막는다면 국민이 국정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나라가 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취임 100일을 앞둔 지금까지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행보는 겉으로는 번지르르하지만 실상은 모르쇠와 탄압으로 일관한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었다. 기다려달라며,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언했지만 법원 판결 하나 이행하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공범인 재벌 총수들과 맥주 회동을 나누면서 정작 재벌과 자본의 불법과 폭력에 신음하는 노동자들과는 1분도 만나지 않았다.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아 박근혜 정권도 건드리지 않았던 공투위 농성장을 철거했다. 7월 20일 설치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강원행동의 농성장은 2주만에 전광석화처럼 치워버렸다. 이제 막 교섭이 시작된 동양시멘트 농성장마저 뭐가 급하다고 침탈했다. 화단을 핑계로 집회마저 불허하는 문재인 정부의 모습은 마치 박근혜 정부가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을 파기하고 그것을 감추려는 듯 대한문 분향소를 철거한 후 화단을 조성한 모습과 꼭 닮았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서울 도심 농성장 연쇄 침탈 및 연행, 집회금지 사태에 정부가 직접 입장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세 차례의 계고장 발송 직후, 그것도 농성돌입 후 2주밖에 되지 않은 농성장까지 철거한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든 강경한 대처였다. 또한 농성장 철거는 물론 집회 탄압에 이를 정도로 지방정부와 경찰서를 넘나드는 행정조치인 만큼, 이는 정부가 직접 답해야 할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투쟁농성장을 지도에서 지움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얻겠다는 박근헤식 발상으로 회귀한 것인지 답해야 한다. 환경문제를 도외시하고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편법으로 점철한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이 국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과정이었는지 답해야 한다. 자본의 부당노동행위와 전횡에는 눈감고 노동자의 입을 틀어막아주는 것이 노동을 존중하고 정의가 선 사회인지 답해야 한다.
2017년 8월 7일
정리해고철폐! 비정규직철폐! 노동3권쟁취!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동양시멘트 공동대책위원회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강원행동/설악권주민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