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여성노조, 주휴수당 반영·명절상여금 인상 요구 … 노사 10개월째 합의점 못 찾아
10개월째 임금교섭 중인 지하철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예고하고 나섰다.
전국민주여성노조(위원장 이찬배)는 임금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2일을 기해 서울시내 모처에서 임금·상여금 인상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을 벌이겠다고 1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동편 인도에서 열린 청소노동자 고공농성 선포식과 투쟁 결의대회에서 "자회사와 공사가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하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주휴수당 반영 △기존 수당 삭감 반대 △명절 상여금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며 올해 1월부터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서울메트로환경·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과 교섭을 진행해 왔다.
노조는 "사측이 주휴수당을 반영하는 대신 교통비·직무수당·식대를 삭감하고 임금은 기본급 대비 0.14%(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2.2%(서울메트로환경) 수준만 인상한다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찬배 위원장은 "서울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실시한 인천·광주지하철보다 월급은 평균 20만원, 상여금은 50만원 적게 받고 복지포인트는 아예 없는 실정이라서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며 "노조가 수정안을 제출한 만큼 사측이 끝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자회사 폐지 후 직접고용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서울시와 이날까지 교섭을 진행하되,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고공농성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구미시, 아사히사내하청노조에 농성장 철거 통보... 전기도 끊어
'금전적 보상'만 제시한 사측...노조 "고용 보장 없는 교섭 의미 없다"
구미시가 대량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시청 앞 아사히사내하청노조 농성장에 대한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미시와 노동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1차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금전적 보상’을 노조가 거부하자 구미시청이 태도를 바꾼 것이다.
29일 구미시청은 농성장을 찾아가 아사히사내하청노조에 시설물을 30일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2차 계고장 통보다. 구미시 회계과 관계자는 “자진 철거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자진철거하지 않을 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철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구미시는 시청 공원 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며 농성장에서 당겨서 쓰던 전기를 모두 끊었다.
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대량해고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자 노사민정협의회를 여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서는 듯 보였다. 이에 얼마 전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지티에스, 구미노동지청, 구미시청 관계자가 모여 1차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사측은 ‘금전적 보상’을 제안했고, 노조는 ‘고용 보장 없는 교섭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교섭 진행이 더디게 흘러가자 구미시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2일 구미시청 출입구에서 대화를 요구하던 노조원이 남유진 구미시장 차에 치여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헌호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은 “대량해고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할 구미시가 금전적 보상안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태도를 바꿔 한 달도 안 된 농성장을 정리하려 한다”며 “구미시는 9년 일하던 직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의 심경을 먼저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도급업체 지티에스(GTS) 소속으로 아사히글라스에서 일하던 노동자 140여 명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아사히사내하청노조를 결성했다. 한 달이 지난 6월 30일 아사히글라스는 지티에스와 도급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했고, 지티에스는 지난 8월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현재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노동자 50여 명은 부당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2일 현대중공업 정문 건너편 농성장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하창민 지회장과 조합원이 단식 농성하고 있다. [출처: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사망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럽 원정을 앞둔 현대중공업 하청노조가 2일 현대중공업 정문 건너편 농성장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지난 4월 임금을 체불하고 갑자기 폐업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케이티케이(KTK)선박 소속 노동자의 농성이 200일이 넘게 길어지고, 지난 9월 2일 하청노동자 고 이정욱 씨가 사고를 당하고 결국 숨을 거둔 뒤 아직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이 나서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어 문제해결을 촉구하기 위한 결단이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는 문제는 계속 있어온 문제로, 지난해만 하청노동자 13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올해만 벌써 3명이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현대중공업이 해결할 수 있는 ‘인재’인데도 나서서 해결하지 않고 있어 산재 사고가 재발한다고 비판해왔다.
하청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하창민 지회장과 현재창 조합원은 단식에 돌입하며 “(지난 4월 폐업한 하청업체) 케이티케이(KTK)선박이 먹튀폐업 해 임금을 떼이고 길거리로 나앉은지 200일이 넘었다. 산재로 사망한 고 이정욱 노동자 유족과 함께 투쟁한 지도 벌써 한 달”이라며 “그런데 원청업체 현대중공업은 산재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고 이들의 절규에도 묵묵부답”이라고 꼬집었다.
하창민 현대중공업하청지회장과 현재창 조합원은 “그동안 많은 투쟁을 했는데도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며 “유럽 원정투쟁을 앞뒀지만 하루하루가 절박해서 곡기를 끊고 투쟁하려고 한다”고 단식 이유를 밝혔다.
하창민 지회장과 현재창 조합원은 또 “곡기를 끊고 유럽 원정투쟁에 나선다고 그(원청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는) 장벽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청노동자들이 연이어 숨지고 (하청업체 구조조정과 먹튀폐업으로) 수천 명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나는데 작은 몸부림조차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하청업체 케이티케이선박 먹튀폐업 문제와 산재사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원청업체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가 겪은 문제를) 직접 책임지는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현대중공업을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오는 15일 유럽으로 출국한 뒤 16일부터 21일까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현안을 들고 유엔기업인권포럼에 참가하고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할 예정이다. 또 현대중공업 선주사와 투자사에 항의방문도 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들 "협력업체 불법도청·부당징계 원청이 처벌해야"
최근 노동자 불법도청 사건이 터진 SK브로드밴드 협력업체가 원청의 페널티 없이 센터 운영을 스스로 종료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들은 "원청의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처벌 없이는 사태를 종식시킬 수 없다"고 반발했다.
4일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해조)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 충주제천홈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지비씨엔시(주)는 지난달 30일 "수익성 저하로 인해 이달 30일자로 센터 운영을 종료하고 근로계약도 해지한다"고 공지했다. 최아무개 센터장은 최근 서비스기사 대기실에 녹음기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노조는 "이번 일을 자진철수로 묻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업체가 바뀌어도 노조에 적대적인 중간관리자들이 남아 있어 같은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업체 변경시 조합원들만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선례도 있다.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센터도 있다. SK브로드밴드 전남동부홈고객센터는 이학빈 당시 전남동부지회장에게 6월부터 9월까지 총 16차례 사유서 제출을 요구했고, 13차례 견책 징계를 내렸다. 고객과 통화 중 인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등의 사소한 사유였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9월 이를 부당징계로 판정했다. 그럼에도 센터측은 지난달 28일 이 지회장에게 또다시 사유서를 요구했다. 업무교육대로 전용 인터넷선을 연결할 수 없는 사무실에 인터넷 개통처리를 안 한 것을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들었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 윤리경영위원회가 불법도청, 징계남발 사태를 철저히 조사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해조 지부장은 "충주센터 조합원들이 불법도청 사건 전에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윤리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원청이 방치하면서 결국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올해 4월 노조와 교섭을 타결하면서 "협력사들의 노동 관련 제반 법령 준수와 건전한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한편 SK브로드밴드 홍보팀 관계자는 "협력사 노사이슈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충주제천센터장이 책임을 지고 사업을 자진반납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게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 파업 초읽기
임단협에서 식사제공·위험수당 인상 문제로 갈등 … "조정 결렬되면 파업 불가피"
(2015.11.09.) - 매일노동뉴스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이 가시화하고 있다. 용역회사들이 9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전향적인 임금인상·처우개선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민들레분회는 8일 "병원과 용역회사가 밥값 차별을 해소하고 고용안정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생존권을 건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분회는 경북대병원 본원과 칠곡병원 두 곳의 청소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두 용역회사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경북지노위 조정절차를 밟고 있다.
분회와 용역회사는 임단협에서 임금인상과 밥값 지원 문제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본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 중 저녁에 출근하는 이들은 병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지 못한다.
칠곡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임단협에서 1천원으로 병원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런데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은 1천원에 밥을 먹는 반면 청소노동자들은 3천100원을 내야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안전교육과 안전장비를 받지 못했던 청소노동자들은 위험수당 인상도 요구하고 있다.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보장하라는 요구에 대해 용역회사는 "경북대병원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분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금인상·식사제공·고용안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부득이하게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경북대병원과 용역회사가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분회는 이달 3~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율 95.9%에 찬성률 86.3%가 나왔다. 분회 조합원은 122명이다.
9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업체와 합의…내년 1월 복직, 임금 일부 보전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지회장 하창민)가 11월9일 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합의하고 단식농성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들이 복직과 임금보전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지 211일만이다. 이번 합의는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가 사측과 맺은 첫 공식합의다.
현대미포조선에 복직과 임금보전을 요구하던 조합원 세 명중 두 명은 내년 1월부터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에 복직한다. 세 조합원은 투쟁 기간 동안 밀린 임금 일부를 받기로 합의했다.
▲ 지난 6월29일 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현대그룹 서울 계동사옥 앞에서 ‘현대미포조선 KTK선박 먹튀폐업 해결 강환구 사장 퇴진 촉구 상경집중집회’를 벌이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성민규]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KTK선박 소속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지급과 복직 등을 요구하며 211일째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농성을 이어왔다. 지회는 지난 9월 2일 중대재해로 33일간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 현대중공업 이정욱 노동자 건에 대해 회사에 재발방지와 사죄를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11월 2일부터 단식농성으로 투쟁수위를 올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10일 오후 6시에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보고대회를 열고 회사와 교섭결과를 발표하고 사내하청 조직과 투쟁 결의를 밝힐 계획이다. (기사제휴=금속노동자)
○현대차 정규직·사내하청 혼재해소 '블록화' 문서로 첫 확인…"불법파견 은폐"
○[LG유플러스 협력업체의 황당한 취업규칙] 5년 일해도 수습, 사상불량자는 해고?
LG유플러스 서비스센터가 취업규칙을 바꿔 전체 직원을 수습직원으로 전환한 뒤 저성과자는 재계약을 안 한다는 내용을 넣어 노조 조합원을 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변경된 취업규칙에는 해고 사유에 "사상이 불온하거나 불량한 소행을 했을 경우"도 들어가 있다.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어겼다는 의혹도 인다. 정부가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도 전에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 노동자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5년째 일했는데 갑자기 '수습'이라니
18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지부장 최영열)에 따르면 LG유플러스 남인천서비스센터는 이달 3일 개통기사 강민석씨를 해고했다. 센터를 운영하는 더원네트웍스㈜는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두고 그동안 실적이나 근무태도가 부적당하면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업규칙을 근거로 김씨의 평가결과가 나쁘다며 채용을 거부했다.
김씨는 남인천센터에서 5년째 근무해 왔다. 매년 업체가 변경됐지만 고용은 계속 승계됐다. 센터 운영업체가 변경된 올해 8월부터 최근까지 근무하면서도 수습기간에 대한 공지를 들은 적도 없었다. 김씨와 지부는 "부당한 근로계약서를 도입하려다 안 되니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바꾸고 업무를 적게 줘 저성과자로 만들어 노조 간부를 표적 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남인천지회 부지부장이다. 올해 9월에는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업체측은 8월 센터 인수 당시 '수습기간 3개월을 두고 그동안 근무태도와 능력을 평가해 본 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근로계약 체결을 시도했다. 근로계약서에는 기존 경력을 불인정하고 신규채용 형태로 조합원들을 고용승계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회는 근로계약서 체결을 거부하고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다.
'사상 불량자, 업무부진자는 해고' 취업규칙 변경
그러자 센터는 비조합원들의 개별동의를 받아 지난달 14일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바뀐 취업규칙에는 해고사유가 강화됐다. 해고조항에 '근무성적 불량'과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서약사항 위반'이 추가됐다. "기타 사회통념상 해고사유에 해당될 때 해고한다"는 모호한 조항도 들어갔다. 채용 결격사유에는 "사상이 불온하거나 불량한 소행의 사실이 있는 자를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 후에도 해고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정치활동 또는 허가 없이 집회를 해서는 안 된다"거나 "사원은 출퇴근시 소지품 검사를 행할 경우 이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인격침해 조항도 포함됐다. 반면 징계 재심청구 절차는 사라졌다. 대신 "징계 대상자가 2회 이상 징계위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소명 없이 징계할 수 있다"는 항목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부는 "센터가 조합원들의 업무를 비조합원들보다 적게 줘 저성과자로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업체의 '수습기간 실적 종합결과 보고'에 따르면 비조합원은 1일당 평균 7~18건까지 업무를 처리했지만 조합원들은 2~9건에 그쳤다. "업무를 차별하고 있다"고 지부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내면서 노사는 "업무를 공정하게 배정한다"는 합의서까지 썼다. 그렇지만 같은달 19일부터 23일까지 조합원들은 단 한 건도 업무를 할당받지 못했다.
지부에 따르면 서울 송파서비스센터 등 2곳에서도 취업규칙 변경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취업규칙을 악용해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수습으로 정하고 함부로 해고했다"며 "사실상 눈엣가시인 노조 간부를 표적 해고한 이같은 부당노동행위를 원청이 강력히 제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센터측은 "전 직원에 대해 수습기간을 뒀고, 전체 물량이 줄고 조합원이 거부한 업무는 빼다 보니 업무물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일부러 차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업체가 바뀌며 업무형태가 달라짐에 따라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고 전 직원에게 열람 후 동의서명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극장, 청소용역 노동자 최저임금 위반 예산 책정 논란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건비 산정 … 시중노임단가 수준으로 올려야"
국립극장 청소용역 노동자의 내년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이 될 것으로 알려져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공공비정규직노조 국립극장분회에 따르면 최근 국립극장은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로 내년도 청소용역 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극장의 올해 여성 청소노동자 용역계약 단가는 월 140만원이다. 청소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인 116만6천220원을 월급여로 받았다. 용역회사가 중간이득을 챙겨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극장은 내년 예산을 책정하면서 여성 청소노동자 예산을 월 126만270원으로 낮춰 책정했다. 내년도 최저임금과 정확히 일치한다. 용역회사가 중간이득을 한 푼도 챙겨 가지 않아야 청소노동자들이 겨우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평균 낙찰률인 0.87995%를 적용해 용역계약이 이뤄지게 되면 청소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인건비는 월 110만8천974원(시급 5천306원)으로 더욱 떨어진다. 내년도 최저임금인 6천30원을 한참 밑돈다.
분회는 정부 지침인 시중노임단가 미적용도 모자라 최저임금법까지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분회 관계자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립극장은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국회에 답했다"며 "국립극장은 용역노동자들의 휴일·야간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가산임금을 적용해 계산하고, 내년도 임금에 시중노임단가가 적용되도록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국립극장에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KTX 해고 여승무원들, 7년 소송 끝에 노동자 지위 인정 못 받아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을 마친 뒤 눈물을 보이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제공: 뉴시스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가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이 파기환송심 재판 끝에 결국 한국철도공사 소속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신광렬)는 철도노조 오미선 전 KTX승무지부장 등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파기환송심에서 27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코레일은 2년 넘게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현행법을 피하고자 2006년 오 전 지부장 등에게 KTX관광레저로 회사를 옮기라는 제안을 했다. 이들은 이 제의를 거부하고 한국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2006년 5월 해고됐다.
이들은 2008년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 재판부는 “KTX 승객 서비스 업무 위탁은 위장도급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철도공사가 오씨 등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면서 해고는 무효이고 한국철도공사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건을 접수한지 4년 만인 올해 2월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에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자 파견계약 관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따랐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이 있은 직후인 3월, 소송을 낸 여승무원 중 한명인 박모씨가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사망했다.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공언하고도 대화는 '거부'
학내 TF 파행에 "자체 개선안 마련"... 중노위 시정명령에는 소송 대응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올해 국정감사에서 비정규직 문제로 질타를 받았던 서울대가 국감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고도 학내 구성원들과의 대화를 거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2일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책위가 국감후 학교 당국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면담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지난달 30일 총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와 '수개월간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을 위한 TF를 운영했기에 면담은 의미 없다'며 거절했다.
TF는 학교 직원과 정직원 노조인 서울대 노조, 대학노조(무기계약직 포함) 등으로 구성됐다.
학교 관계자는 "이미 대책위의 주장을 다 알고 있고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니 더이상의 대화는 필요없다"며 "따로 요구안을 보내면 반영할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내 TF는 5월부터 8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이렇다 할 합의안을 내지 못했고, 9월 말 이후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당시 TF는 총장에게 개선점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고 활동을 종료하기로 돼 있었으나 학교 측이 자체 보고서를 총장에게 올리기로 했고, 이에 대학노조가 반발하면서 TF는 파행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 문제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 것인데 학교 측이 대화를 거부하고 나온다는 것은 해결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감 때 이례적으로 의원들이 서울대의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 성토하자 성낙인 총장은 "교육의 장인 대학에서 모범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이른 시일 내 문제 해결에 관한 기본 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대 무기계약직의 열악한 처우 문제는 하루 이틀 지적된 사안이 아니며, 기간제가 무기계약직이 되는 것도 서울대에서는 쉽지 않다.
서울대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비율은 2012년 39%에서 2013년 34%에서 작년 29%로 계속 떨어졌다.
미술관 기간제 직원 박수정(26·여)씨가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일부 차별시정 결정을 받아냈지만 서울대는 최근 이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박씨는 지난달 계약기간이 만료돼 결국 학교를 떠났다.
대책위 관계자는 "학교의 행정소송에 대응해 일부 시정이 아닌 전부 시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국감 이후 소송이나 차별시정에 참여하고 싶다며 대책위에 불법 사례를 제보하는 다른 비정규직들도 늘고 있지만 소송으로 가기 전 학교 측의 진실한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노조 부산지부 "사망노동자 산재 인정, 비정규직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화 시급"
롯데백화점이 최근 일어난 백화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르바이트노조 부산지부는 3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 행사장 판매원으로 일하던 박아무개(40)씨는 지난 22일 오후 직원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이내 숨졌다. 최종사인은 심장마비였다. 박씨는 백화점의 여러 입점업체에서 아르바이트 판매사원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점업체 행사기간에 맞춰 일정 기간만 근무하는 단기일용직 형태로, 근로계약서를 쓴 적이 없었다. 10년 넘게 근무했지만 유령직원이었던 셈이다. 박씨 사망 후 열흘이 지났지만 롯데백화점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지부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종업원 4천여명 중 정규직은 3.7%(150명)에 그치고, 나머지 96.3%(3천850명)는 입점업체 소속"이라며 "입점업체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수백명으로 추정되는데도 백화점측은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은 입점업체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한편 박씨의 사망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00여개 단체 참여 … "함께 시위하면서 투쟁기금 모금"
농협중앙회 비정규직 해고 및 노조 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계와 정당·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아 공동 투쟁조직을 꾸렸다.
사무금융연맹·정의당·금융정의연대·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5일 오전 서울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중앙회는 비정규직노조를 원상회복하라”고 촉구했다.
농협중앙회는 2010년 20여년간 회사에서 일하던 배삼영 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지부장을 해고했다. 1984년 농협중앙회 정규직으로 입사한 배 지부장은 99년 구조조정 당시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지부를 결성해 비정규직 처우개선 활동을 하던 중 다시 해고된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그해 배 지부장을 해고한 것을 시작으로 지부와 체결한 단체협약과 노조 사무실도 없애 버렸다. 이후 원직복직과 함께 비정규직노조 활동을 되살리려는 배 지부장과 농협중앙회 사이에 긴 싸움이 시작됐다.
배 지부장은 기자회견과 시위 등으로 농협중앙회의 부당함을 알려 나갔고, 사측은 세 차례에 걸친 시위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490만원의 강제이행금이 집행됐다.
노동계는 배 지부장의 투쟁이 6년째로 접어든 상황에서도 진전이 없자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지부 비정규직 투쟁지원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에는 100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 대책위는 이날 출범을 선언하며 향후 △참여단체별 1인 시위 △국회 기자회견 △농협중앙회 고발 언론사 기고 △투쟁기금 모금 활동에 나선다.
대책위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한 사람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에게 엄청난 벌금폭탄으로 생계를 위협하면서도 본인은 공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3억6천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농협중앙회는 배삼영 지부장을 복직시키고, 헌법적인 권리인 집회시위금지 가처분을 취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고용 보장하라’ 부산 학교비정규직 노숙 농성 19일째
도서관 연장 실무원, 대량 해고? ‘고용불안’ 문제 놓고 노사갈등 계속.. 23일부턴 108배 돌입
고용불안에 시달려온 도서관 연장 실무원들이 22일 오후 부산시 교육청 앞에서 사태해결을 요구하며 108배를 하고 있다.ⓒ부산학비노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부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9일째 부산시 교육청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24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이하 부산학비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저성과자 전보 방침에 대한 반발과 대량 해고 위기에 직면한 도서관 연장 실무원, 위탁 돌봄 전담사 들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6일부터 농성 중이다.
지난 2007년 정부의 도서관 연장 개관사업 정책에 따라 도입된 직종인 도서관 연장 실무원은 1년 단위로 계약이 반복되면서 고용불안에 노출돼 왔다. 현재 시교육청 소속 도서관에만 50여 명이 있는데 대부분 오후 6시 이후와 주말에 주당 평균 30시간을 일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다른 도서관을 옮겨다니며 재계약을 해야 하는 극도로 불안정한 신분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13년 초 시 교육청은 내부 공문을 통해 고용안정 차원에서 무기전환 직종을 기존 13개에서 4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방과후코디네이터와 도서관 연장 실무원 등이 포함됐다. 당시 교육청은 언론에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이를 홍보했다.
그러나 다음 해가 되자 상황은 돌변했다. 시 교육청이 정부의 일자리 창출사업 예외조건에 해당된다며 도서관 연장 실무원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시 교육청은 올해 연말에도 기존대로 전원 계약해지 절차에 들어갔고, 도서 연장 실무원들은 “약속대로 기존 인력을 재고용하고, 무기계약 등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23일부터는 농성 18일차를 맞아 108배까지 진행하며 항의를 이어갔다.
농성이 시작되자 18일과 20일, 24일 세차례에 걸쳐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으나, 이마저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무기계약 전환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약속 안지키는 부산시 교육청
윤미경 부산학비노조 도서관 연장분과장은 “교육감 직인까지 찍혀서 내려간 공문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부산시 교육청에 정말 분노가 치민다”며 “도서관 연장 실무원은 지속되는 사업인 만큼 최소한 정당한 사유없이 재계약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교육을 전담하는 위탁 돌봄 전담사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초등돌봄교실을 관리하는 정규교사들의 업무를 덜어주고, 예산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년 초만 되면 신분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임금 등 예산은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으면서도 신분은 사회적기업, 민간 위탁 소속이기 때문이다. 매년 2월 최저가 낙찰을 통해 업체가 결정되는데 이에 따라 고용의 여부도 결정된다. 보육은 연속성이 매우 중요함에도 그런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시 교육청이 근무성적이 불량한 교육실무원에 대해 경고 누적 3회시 전보조치 하겠다는 방침과 직종통합(구조조정) 등 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부산지부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편승하는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교육청 측은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상의 문제가 있어 일괄적으로 당장 해결하겠다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노사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지부는 “교육청이 계속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강력한 투쟁을 벌여가겠다”는 입장인데다 도서관 연장 실무원들은 25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까지 예고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알바판 베테랑' 체불임금 달라는 알바 때리고 맷값 준 사장
아르바이트노조 울산지부 "노동자 때리는 악덕사장 처벌하라"
영화 <베테랑>처럼 일방적으로 해고를 당한 뒤 체불임금을 요구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사장이 폭행하고 맷값을 준 사건이 일어났다.
26일 아르바이트노조 울산지부(지부장 조신정)에 따르면 울산 북구의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던 A(19)씨는 지난달 12일 체불임금을 받으러 찾아간 사장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올해 9월 해당 음식점에서 일하다 6일 만에 일방해고를 당한 상태였다. A씨가 6일치 체불임금 30만원을 요구하자 B씨는 "가게로 찾아오라"고 한 뒤 A씨를 가게 주차장으로 끌고 가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가 내 귀를 잡고 뺨을 때려 귀가 찢어졌다"며 "가슴·배를 때리면서 10여분간 폭행한 뒤 30만원을 내줬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B씨의 폭행은 처음이 아니었다. A씨는 이 음식점에서 일하기 직전 울산 남구에 있는 동일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4개월간 일했는데, 그곳 매니저로 있었던 B씨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 A씨는 "B씨는 기분이 나쁘면 무릎이나 주먹으로 나를 때렸고 갑자기 볼펜으로 내 팔을 찔러 피가 나기도 했다"며 "남구 매장 사장 C씨도 내 머리를 잡아당기는 등 종종 나를 때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곳에서 급여 297만원을 체불당하기까지 했다. 그는 울산지부와 함께 두 사장에 대한 임금체불을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한편 울산지부는 이날 오전 울산지검에 B씨와 C씨를 폭행죄로 고발했다. 울산지부는 "2015년 한국 사회에서 매 맞고 일하는 노동자라니 영화에나 나올 법한 상황"이라며 "악덕 사장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노련 "생명·안전업무 기간제 사용 금지" 법안 국회 심사 요구
자동차노련(위원장 류근중)이 생명과 안전업무에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노동입법을 요구했다. 연맹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연맹 대회의실에서 대표자회의를 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월 발의한 기간제법 개정안에는 선박·철도·항공기·자동차 등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 중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업무에 기간제 근로자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새누리당이 내놓은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 중 하나다.
연맹은 생명·안전 업무에 기간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우선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객운송업에서 비정규 노동자가 근무할 경우 승객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연맹에 따르면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광주광역시에서는 비정규직 버스노동자가 정규직보다 하루 6~8시간 더 운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운송업에서 비정규직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정기국회 회기 안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맹은 "생명·안전 업무에 비정규직이 계속 늘어나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며 "심신이 고단한 비정규직 버스노동자가 수많은 승객을 싣고 운전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류근중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법안은 시급한 과제인 만큼 국회가 서둘러 통과시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도 신분증 ‘무기계약근로자’ 표시는 명백한 인권침해”
○정부·지자체, 공무원노조 지부사무실 27곳 모두 폐쇄
노조 "공무원연금 개편할 때에는 대화하자더니 이젠 탄압하나"
사무실 폐쇄 문제를 두고 벌어진 공무원노조와 정부의 갈등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2일 노조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이날 새벽 노조 경기본부 안산시지부 사무실이 폐쇄되면서 전국의 모든 노조사무실이 문을 닫게 됐다. 공무원노조 이름으로 사용되는 지부사무실은 27곳이다.
이번 조치로 노조의 활동공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법외노조 상태인 공무원노조 이름으로 돼 있는 사무실만 폐쇄를 추진했다. 직장협의회사무실·휴게실을 사실상 노조사무실로 이용하는 경우는 폐쇄하지 못했다. 법률적·행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법노조 지위를 갖고 있는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명의로 된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는 지부도 적지 않다.
노조는 정부의 사무실 폐쇄를 민주노조 탄압으로 규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에서 공개적 활동을 전개했고 정부·국회와 사회적 대화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그 지위가 확인됐는데도 정부가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며 "공직사회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민주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9월24일 중앙행정기관과 전국 지자체에 '소위 전공노 점용사무실 폐쇄조치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노조에 제공된 사무실을 10월8일까지 폐쇄한 뒤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노사정위, 비정규직 논의 16일 마무리 뒤 국회 제출
비정규직 차별시정·사용확대 조율 난항 … 청년고용협의회는 곧 출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그룹이 이달 9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비정규직 관련법 쟁점 논의 결과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노사정위 노동시장특위는 이를 토대로 노사정 의견 접근 혹은 이견 사항을 정리해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노동시장특위는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조준모 전문가그룹 단장(성균관대 교수)으로부터 이런 일정을 보고받았다. 전문가그룹은 이달 4일과 6일에 쟁점별 노사정·공익 의견을 종합정리하는 회의를 연 뒤 9일에는 차별시정과 파견·도급 관련 쟁점, 16일에는 기간제 관련 쟁점에 대한 논의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보고서에는 쟁점별 노사정 입장과 공익전문가 검토 의견이 담긴다.
노사정은 △차별시정 신청대리권(혹은 신청권) 노조 부여 △차별시정제도 강화 같은 비정규직 차별시정 사항뿐만 아니라 △파견·도급 구별기준 명확화 △파견 허용업무 등 파견·도급 사항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기간제와 관련해서는 △생명·안전 핵심업무 비정규직 사용 제한 △퇴직급여 적용 확대 △계약 갱신횟수 제한 △사용기간 제한 예외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분류됐다.
쟁점사항에 대해 노사정이 의견을 모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차별시정 사항만 보더라도 정부는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대리권을 부여하자는 안을 내놨지만 노동계는 대리권이 아닌 신청권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두 안 모두 반대하고 있다. 기간제·파견 사용범위 확대에는 정부와 경영계가 찬성하지만 노동계가 반대한다.
노동시장특위는 아울러 이날 전체회의에서 청년고용협의회를 이달 초 출범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노사정은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에서 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협의회는 청년위원 3명과 노사정위원 각 2명, 공익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에는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가 내정됐다. 협의회는 내년 11월까지 △청년일자리 창출 △고용의 질 개선 △청년 인력수급 매칭 강화 △청년희망재단 사업·운영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평균임금, 정규직의 절반···동일조건에도 10% 격차
비정규직 규모 4년새 증가···처우·복지 수준도 더 열악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쉬운해고 평생 비정규직 노동개악 저지 민주노총 공공노동자 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점점 더 벌어져 올해 123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규모는 4년 만에 늘어났다.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54.4%에 불과
4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임금근로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69만6000원으로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146만7000원 보다 122만9000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4.4% 수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 수준이 차이가 남에 따라 임금 격차도 더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은 각각 260만4000원, 145만3000원으로 115만1000원 차이였다. 여기서 정규직 임금이 1년 사이 9만2000원(3.5%) 증가할 동안 비정규직은 불과 1만4000원(1.0%) 늘었다.
근속기간, 교육수준 등 임금에 주는 특성을 동일하게 통제한 후 비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10.2%에 달했다. 2013년 11.8%, 2014년 11.0%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준이지만, 같은 일을 같은 시간 동안 하는 근로자 사이에서도 임금 차이가 10% 이상 나는 것이다.
임금 지불 형태를 비교해 보면 정규직은 월급제(71.5%), 연봉제(20.8%)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비정규직은 월급제(43.7%), 일급제(22.4%), 시급제(15.1%), 실적급제(7.7%) 순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지난해보다 3.2% 증가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27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4천명(3.2%) 늘었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2.5%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비정규직 비중은 2011년 34.2%에서 2012년 33.3%, 2013년 32.6% 등 꾸준히 감소하다가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비정규직 규모가 늘어난 데는 시간제 일자리 증가가 가장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가운데 1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시간제근로자는 223만6천명으로 1년 새 20만4천명(10.1%) 증가했다.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 등의 영향으로 2010년 162만명이던 시간제 근로자는 5년 만에 62만명 급증했다.
이외 기간제 등을 뜻하는 한시적 근로자는 363만8천명으로 13만명(3.7%) 증가했고 파견·용역·특수고용 등 비전형 근로자는 220만6천명으로 9만4천명(4.4%) 늘었다.
비정규직 노동여건도 악화
이러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과 근로복지 수준도 낮아졌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36.9%(지난해 대비 -1.5%포인트), 건강보험 43.8%(-0.9%포인트), 고용보험은 42.5%(-1.3%포인트)였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복지 수혜율을 보면 퇴직급여는 40.5%(1.0%포인트)로 1년 전보다 상승했지만 상여금 39.0%(-0.7%포인트), 시간외수당 23.7%(-0.6%포인트), 유급휴일(휴가) 31.9%(-0.1%포인트)로 하락했다.
임금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12.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정규직 근로자의 가입률은 16.9%(0.0%포인트), 비정규직 근로자는 2.8%(-0.3%포인트)였다.
○임금노동자 7명 중 1명이 기간제, 올 들어 증가 폭 확대
파견노동자도 늘어 … 임시노동자 비중 OECD 평균보다 10% 높아
올해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정부가 사용 확대를 추진하는 기간제·파견노동자 비중 역시 상대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임금노동자 1천931만2천명 중 32.5%인 627만1천명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32.4%)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비정규직 중 기간제 노동자는 286만명으로 45.6%를 차지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14.8%다. 임금노동자 7명 중 1명이 기간제로 일하는 셈이다.
기간제 노동자는 8월 기준으로 2011년 266만8천명에서 지난해 274만9천명으로 3년간 평균 1%씩(평균 2만7천명·총 8만1천명)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11만명) 증가해 상승세가 확대했다.
파견 노동자는 21만명으로 비정규직에서 차지하는 비중(3.3%·전체 임금노동자 대비 1.1%)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파견 노동자 규모는 지난해(19만4천명)보다 8.2%(1만6천명) 크게 증가했다. 비정규직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0.1%포인트 늘었다.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OECD가 국제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임시·일용 노동자(Temporary Workers)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우리나라는 21.6%로 OECD 평균(11.1%)보다 10.5%포인트가 높다.
비교 가능한 13개국 중에서는 스페인(24%)과 네덜란드(21.7%)만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영국(6.4%)·일본(7.6%)·독일(13.0%)·스웨덴(17.5%)을 비롯한 나머지 나라는 낮았다. 임시·일용 노동자(Temporary Workers)는 시간제·용역·특수고용직을 제외하고 기간제·파견·일일 노동자를 포함한 개념이다.
○한국노총,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 브리핑에 강력 반발
경활 부가조사 아전인수 해석 … 비정규직 근속기간 줄었으니 사용기간 늘린다?
통계청의 올해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비정규직이 4년 만에 증가한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생뚱맞은 분석을 내놓았다. 여성과 고령자의 시간제 취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속기간이 줄어든 조사 결과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활용했다.
노동부는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통계청 경활부가조사 분석 결과를 브리핑했다. 경활부가조사 결과를 노동부가 브리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동부는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에 대해 “대부분 시간제에서만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해 8월 비정규직은 627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4천명(3.2%) 늘어났다. 노동부는 한시적 근로자와 비전형 근로자 증가분에서 시간제를 제외한 채 분석했다. 그 결과 한시적 근로자는 0.9% 늘어나고 비전형 근로자는 오히려 감소(-1.2%)했다. 시간제가 10.1% 증가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증가분의 대부분은 시간제라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경력단절여성과 장년층이 시간제로 취업해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미취업상태의 비경활인구가 일자리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노동부는 특히 비정규직 근속기간이 줄어든 것에 주목했다. 정규직 근속기간은 7년1개월에서 7년3개월로 2개월 늘어난 데 비해 비정규직은 2년6개월에서 2년4개월로 줄었다.
노동부는 “도소매·숙박음식업·단순노무직을 포함해 비정규직 다수가 종사하는 업종·직종의 특성상 사용기간 제한을 통한 정규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용제한 기간연장 등 법·제도적 개선을 통해 비정규직이라도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기권 장관은 이날 오전 확대정책점검회의와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도 같은 분석을 하면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을 강조했다.
이런 노동부 분석에 대해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전일제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시간제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상황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못할망정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전인수에다 안일하기 짝이 없는 시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소장은 “비정규직 근속기간이 줄어들면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용자들에게 ‘비정규직을 조금 더 길게 사용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이 용돈이라고?] 최저임금 노동자 10명 중 8명 가장 역할
오상봉 실장 “보조 소득원 주장 수정해야” … 노동연구원 12일 27주년 국제콘퍼런스 개최
최저임금 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이 가구주 혹은 그 배우자로 가구의 핵심 소득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저임금은 가구 생계비가 아닌 보조소득에 불과하다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논리를 뒤집는 연구결과라서 주목된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정책분석실장은 노동연구원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이러한 연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오상봉 실장이 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조사를 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노동자 중 가구주인 사람은 46.39%나 됐다. 또 38.35%는 가구주의 배우자였다. 84.74%가 가구의 핵심 소득원인 셈이다. 기타 가구원(보조 소득원) 비중은 15.26%에 불과했다. 최저임금보다 적은(미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 중 77.46%(가구주 45.68%·배우자 31.78%)도 핵심 소득원이었다.
오 실장은 “가구주가 최저임금을 받을 경우 절반 이상이 배우자가 없었거나 있더라도 무직인 상태가 많았다”며 “또 20% 이상은 다른 가구원이 있는데도 수입원은 자신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대부분이 보조 소득원이라는 주장은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실장의 분석은 최저임금 노동자 다수가 핵심 소득원이고 다른 가구원의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이 실질적인 가구 생계비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이는 최저임금은 주요 소득(가구 생계비)이 아니고 보조 소득원들의 용돈 벌이라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 논리를 뒤집는 결과다.
이와 함께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은 한목소리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앨런 매닝 영국 런던정치경제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법정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국가가 98년 17개국에서 올해 26개국으로 늘었고 미국·독일·영국은 최저임금 수준을 인상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임금불평등 해소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희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조의 역할과 조직률이 최저임금 인상과 준수율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낮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교섭 적용률, 높은 최저임금 미준수율과 낮은 수위의 사용자 처벌이 최저임금제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노동진영이 노동자 전체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최저임금 인상 비용의 사회적 분담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5대 법안, 국회 환경노동위 상정] 기간제·파견 확대 두고 여당 “일자리 늘어” vs 야당 “비정규직만 늘어”
노사정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안 도출 못해 … 노동계 "비정규직 확산법 폐기하라"
▲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입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여당이 이른바 노동개혁 5대 입법안을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했다. 여야 간 의견대립이 심해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노동법안 국회 상정을 계기로 전면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노동시장 구조개선 입법안을 놓고 원내외에서 격한 충돌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정규직법 통과되면 비정규직 5% 증가”
환경노동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 5대 입법안을 일괄 상정했다.
여야 의원들은 특히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을 두고 맞붙었다. 야당은 기간제·파견 사용범위 확대방안을 담은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이 비정규직 규모를 증가시켜 국민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규모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임금확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인 이인제 의원은 “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은 기간제 노동자가 같은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고소득층과 5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 파견업무를 확대한 것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대책”이라고 밝혔다.
노동선진화특위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기업들이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사용한 후 계약해지를 하면서 일자리를 없애곤 하는데, 오히려 이런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고, 국회 환노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도 “비정규직 확대방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정부·여당의 설명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현행 기간제법 취지는 2년 후에는 정규직화하라는 것”이라며 “정부·여당 개정안은 이를 뒤집어 평생 비정규직을 만드는 법안”이라고 비난했다.
국회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는 정부 통계로 32.7%, 노동계 통계로는 44.6%나 된다”며 “전문직 고소득자 68만명, 뿌리산업 종사자 42만명을 포함해 기간제 사용기간까지 늘린다면 비정규직 규모가 최대 5% 이상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사정 합의 없는 비정규직법 개정은 불가”
여야는 정부·여당이 발의한 노동법 개정안이 노사정 합의를 위반한 것인지를 두고도 논란을 벌였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사정이 비정규직 제도개선안을 협의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는데, 정부·여당은 노사정 논의 이전에 일방적으로 법안을 제출했다”며 “합의되지 않을 것을 마치 합의한 것처럼 호도하고 국민을 위한 것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합의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논의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비정규직 제도개선안을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노사정은 기간제·파견 사용기간·범위와 차별시정제도 개선사항 모두에서 이견을 보였다. 최영기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17일 노동시장특위 간사회의를 열고 최종 조율을 거쳐 노사정 각 입장과 전문가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사용자는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비정규직 규모를 중장기적으로 축소한다는 노사정 합의정신을 부정하고 기간제·파견 확대만을 고집했다”며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여당 개정안을 저지하고 비정규직 축소·차별해소를 위한 법안이 입법될 수 있도록 대국회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전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노동개악 입법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에 맞서 12월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로 넘어간 기간제법·파견법 쟁점 분석]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파견 확대 … '정규직이 비정상인 시대' 도래하나
▲ 민주노총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법 개악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구은회 기자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뿌리산업 종사자까지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 논의가 국회로 넘어갔다. 노사정은 9·15 노사정 합의 이후 진행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후속협의에서 비정규직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쟁점이 다양하고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막대하다. 때문에 여야 입장 역시 첨예하게 맞선다. 사회 양극화 문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보는 여야의 관점과 해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관련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고용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유연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계에 유리한 내용이다. 이에 반해 야당은 비정규직 규제 강화와 정규직화를 강조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만이 사회 양극화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정부·여당·경영계’와 ‘야당·노동계’의 강 대 강 대결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
◇기간제 사용기간 늘려도 고용불안 그대로=민주노총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비정규직법 개악 논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문가그룹이 내놓은 ‘차별시정·기간제·파견 쟁점 관련’ 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17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인 노사정위 보고서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방안에 대한 노·사·정·전문가 그룹의 의견이 각각 담겼다.<표 참조>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4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기간제법 개정 여부다. 정부와 여당은 35~54세 근로자 중 본인이 원하는 경우 기간제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늘리자고 주장한다. 정규직 전환이나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층 현실을 감안해 이들이 같은 직장에서 더 오래 일하도록 만들어 주자는 얘기다. 정부·여당은 4년이 경과한 뒤에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직수당을 지급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경영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간제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법조문 자체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와 야당은 "수용 불가"라고 반박한다. 사용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직수당만 지급하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한 수습기간을 4년으로 늘려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기간제교사나 영어전문강사 같은 일부 학교비정규직 직무의 경우 4년까지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 있지만, 이들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정부·여당 제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천대 비정규직 조교 사용사례도 노동계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인천대는 기간제법 예외조항을 악용해 조교들과 5년 근로계약을 맺고, 5년이 지나면 계약해지하는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세영 대학노조 조직부장은 “인천대 조교들은 교직원과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중도에 계약해지될 것이 두려워 임금이나 근로조건 차별에 대해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했다”며 “기간제 사용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더라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으며,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결국 해고 통보”라고 지적했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이라는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장도 병원도 파견천국 되나=파견법 개정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더욱 엇갈린다.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을 계기로 기업들의 무분별한 파견 사용이 이윤추구를 위한 불법적 행위임이 명확해졌는데도, 정부·여당은 오히려 △고령자 파견확대 △고소득 전문직 파견확대 △뿌리산업 종사자 파견확대 등 지금보다 파견직을 늘리는 대책을 들고나왔다.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근로자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결원 대체시, 일정한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만 파견직을 쓸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특히 노무공급을 목적으로 파견이 악용될 소지가 높은 제조업 생산공정업무를 "파견 절대금지업무로 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파견법 개정방안 중 눈여겨볼 대목은 고소득 전문직 파견확대와 뿌리산업 파견확대다. 통계청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1(관리직)·2(전문직) 세세분류 업무에는 무려 900여개의 업무가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판사·변호사·세무사 같은 소위 ‘사’자 직업 외에도 초중고 교사·유치원 교사·간호사·자동차부품 기술 영업직·기자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완성차 공장 내 품질관리(QC) 업무는 ‘자동차 품질검사 지원 전문가 업무’로, 설비보전 업무는 ‘기계장치 수리 지원 업무’로, 생산관리 업무는 ‘물류·배송 전문 업무’로, 수출선적 업무는 ‘포장·선적 지원 준전문가 업무’로 구분할 수 있다. 해당 업무에 파견 사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일은 병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현행 파견법은 의사는 물론 간호사나 임상병리사·방사선사·의료장비기사처럼 국민 건강과 밀접한 업무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장기근속자를 중심으로 파견 전환이 가능해진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장은 “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40대 중후반 이상 노동자들은 전문직으로 구분되는 동시에 새누리당이 고소득자 소득기준으로 제시한 연봉 5천600만원에 근접한 임금을 받고 있다”며 “파견법 개악안이 통과하면 병원 내 장기근속자들은 파견회사로 쫓겨날지, 임금삭감 같은 근로조건 불이익변경을 수용할지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까지 파견을 허용하면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꼴에 해당하는 741만명이 새롭게 파견 대상에 포함된다고 추산한 바 있다.
◇파견 늘리면 뿌리산업 인력난 해소?=정부·여당이 영세기업 인력충원 대책으로 내놓은 뿌리산업 파견확대에 대해서도 이견이 팽팽하다. 뿌리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올해 8월 발표한 ‘뿌리산업 실태 및 인력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뿌리기업은 전국 2만6천곳, 종사자는 42만명이 넘는다. 업체당 평균 종사자는 16.2명이다.
새누리당이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은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뿌리기술을 활용하는 업무뿐 아니라 ‘뿌리기술에 활용되는 장비 제조업무’까지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대규모 제조업체에 기계장치와 장비를 납품하는 업무까지 파견 허용업무로 분류한 것이다.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전문가그룹의 의견은 한발 더 나아갔다. 전문가들은 기존 ‘모집형 파견’이 아닌 ‘상용형 파견’을 통해 영세기업에 인력을 공급하자고 주장한다. 상용형 파견은 파견업체가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함으로써 해당 노동자가 다른 업체에 파견업무를 나가지 않는 동안에도 임금을 지급하는 형태다.
그러나 상용형 파견이 본래 취지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파견업체에 노동자 이름만 등록해 놓은 뒤 물량 주문이 있을 때에만 업체에 파견을 보내는 호출근로 형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뿌리산업 인력난이 해당 산업의 영세함에서 비롯된 만큼 원청의 불공정거래 해소나 노동자에 대한 생활임금 보장과 같은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 노동자 868만명, 전체 임금노동자 50% 육박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비정규직 실태보고서 … 최저임금 기준으로 저소득자 임금 결정
비정규직이 1년 사이 16만명 증가해 전체 임금노동자의 50%에 육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장시간 노동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도 급증했다.
18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통계청의 올해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지난해 8월 852만명에서 올해 8월 868만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5% 수준이다. 통계청이 정규직으로 분류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나 자영업자로 보는 특수고용직을 감안하면 전체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지난해 289만원에서 올해 297만원으로 8만원(2.7%) 인상됐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 임금은 144만원에서 4만원(2.6%) 올랐다. 비정규직의 소득이 정규직 소득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득격차는 벌어졌다.
주당 노동시간은 지난해 41.5시간에서 올해 41.4시간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정규직 노동시간은 같은 기간 42.7시간에서 43.1시간으로 오히려 0.4시간 늘었다. 법정 노동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 노동자는 211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노동자의 10.9%가 이에 해당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했다. 저임금 계층은 24.5%에서 25.5%로 1%포인트 증가했다. 상위 10%와 하위 10%의 임금격차는 5배에서 5.25배로 벌어졌다.
법정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력도 높아졌다. 지난해 121만명(6.5%)이던 최저임금 적용노동자는 올해 182만명(9.4%)으로 크게 늘었다. 최저임금 미달자는 227만명(12.1%)에서 222만명(11.5%)으로 다소 감소했다.
김유선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노동자가 급증한 것은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을 정하는 관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내년 총선 새누리당 ‘낙선운동’도 배제 안해”
○환노위 법안 심의 첫날 새누리당 '여대야소 편성 시도'로 파행
야당, 새누리당에 철회 요구하며 법안심사 중단 선언, 23일 회의도 어려울 듯
(2015.11.23.) - 매일노동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새누리당의 '환노위 여대야소' 편성 시도로 노동관련법 심의 시작과 동시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향후 일정도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22일 환노위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안소위가 통상임금과 관련한 핵심 쟁점을 다루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의 요구로 중단됐다. 여야는 법안소위 당일 오전 법률 구문 중 어려운 단어를 순화하고 한자와 병기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개정안 등 여러 건의 비쟁점 법안을 이견없이 처리하기로 했다.
같은날 오후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중심으로 노동시간단축과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통상임금과 관련해 총 근로 중 도급에 한해서만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던 중 야당이 심의 중단을 선언했다. 회의 도중 여러 경로를 통해 여당 지도부가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현재 16명으로 명시된 환노위 위원 총수를 17명으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야당은 "새누리당이 여야 8대 8인 환노위 구성을 9대 8로 변경해 노동관련법을 강행처리하려 한다"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갔다.
환노위 여야 간사는 곧바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방을 이어 갔다. 야당 간사인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여당이 환노위 꼼수 증원을 시도했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명시적으로 증원 시도를 철회할 때까지 정상적인 법안심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사무처에 규칙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고 철회한다고 분명히 밝혔는데도 법안심사가 중단됐다”며 “야당이 노동개혁 법안에 대해 논의 자체를 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가 강하게 대치하면서 23일과 24일로 예정된 차기 법안소위 일정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노위 관계자는 “야당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계획 철회 입장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당 지도부가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당이 불참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당분간 회의 재개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앞뒤 안 맞는 정부의 새누리당 파견법 분석] “파견증가 소폭”이라며 굳이 파견 확대하려는 정부
노동부 “우려만큼 늘어나진 않아” vs 노동계 “임금삭감·퇴출 압박용 될 것”
국회 노동관련법 입법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노동계와 야당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을 적용하면 파견노동자가 700만명을 훌쩍 넘어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이 파견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했다.
반면에 정부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파견 허용범위가 늘어나더라도 노동계 걱정만큼 파견노동자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파견노동자가 어느 정도까지 증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 파견대상 최대 70만명
민주노총과 소속 산별연맹은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대로라면 500만명의 전문직이 파견허용 대상이 된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은 현재 허용되고 있는 32개 업무에 속하지 않더라도 한국표준직업분류상 대분류 1(관리직)·2(전문직) 중 소득상위 25%에 들어가는 노동자들의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들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452만3천명이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500만명이 파견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55세 고령자에 대한 파견규제를 풀면 파견대상은 더욱 늘어난다. 전문직과 고령자 중복자를 제외하면 741만4천명이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이 파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부와 새누리당이 파견 허용대상으로 삼은 뿌리산업 노동자가 42만명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파견노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중 소득상위 25%(지난해 기준 연봉 5천497만원) 이상은 68만9천명이다. 최대 70만여명이 파견대상이 되는 것이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동계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사용자들이 무조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닌 만큼 70만명 중에서도 일부만 파견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정책관은 이어 "뿌리산업 파견허용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뿌리산업법)은 뿌리산업을 영위하는 '뿌리기업'을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임승순 고용차별개선과장은 “노동계 주장대로라면 현재 파견이 허용된 32개 업무를 하는 근로자 100만명이 전부 파견근로자가 돼야 하지만 실제는 1만명에 불과하다”며 “회사를 그만둔 뒤 치킨집을 하는 것보다 파견업체에서라도 고용을 연장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새누리당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장에서 파견전환이나 임금삭감 압박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장기근속 노동자들에게 파견으로 돌리겠다는 압력을 가해 임금을 삭감하거나 조기퇴출을 강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간호사 파견허용 절대 안 해”
노동계와 야당은 그간 파견이 허용되지 않았던 교사와 기자·금융업 같은 공익성이 강한 업무까지 파견규제가 풀리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이들 업종이나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소득상위 25%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항공기 조종사와 현행 파견법 시행령상 절대파견금지 업종으로 분류되는 병원종사자에 대한 파견 확대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파견법 시행령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간호사를 포함해 의료종사자에 대한 파견규제 완화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파견법 개정안에 절대파견금지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항공기 조종사에 대해서는 파견규제를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항공기 조종사의 경우 파견법상 파견 허용업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파견금지 업종으로 분류돼 있지도 않다.
하지만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파견 빗장을 풀 경우 "안전에 직결된 업무에는 파견을 금지하겠다"던 정부 방침이 무색해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파견 허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비정규직 노조들 “새누리당 법안은 비정규직 확산법”
“계약직 2년 후 정규직화 희망마저 앗아 가나” … 국회 기자회견에서 "법안 폐기" 한목소리
▲ 한국노총한국노총 소속 비정규직노조들이 기간제·파견 사용기간·범위 확대 방안을 담은 새누리당 비정규직 관련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노총 비정규직연대회의는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이 발의한 노동시장 선진화 5대 법안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반노동 정당·의원 낙선운동을 포함한 심판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새누리당이 발의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비정규직 확산법으로 규정했다.
연대회의는 “기간제 노동자들은 2년만 참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살았는데, 새누리당이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려 최소한의 희망마저 앗아 가려 한다”며 “고령자·고소득 전문직·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허용은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을 확대하고 기존 불법파견을 합법파견으로 변질시키는 개악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파견업무 확대는 경영계의 오래된 요구 중 하나였다”며 “전 국민을 파견노동자로 돌리려는 법안을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에 5대 법안 폐기를 요구하면서 △상시지속·생명안전 업무 정규직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 △불법 사내하도급 근절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권 허용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노동기본권 보장 △사용자들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담당 부위원장(연대회의 의장)은 “매년 이맘때면 재계약이 될지 정규직으로 전환될지를 두고 수많은 기간제 노동자가 가슴을 움켜쥐고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가곤 한다”며 “이들의 정규직화 기회를 외면한 채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내놓은 것은 평생 비정규직의 길을 열어 놓으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 부위원장은 “한국노총 비정규 노동자들은 노동법 개악을 막아 내고 정규직화를 쟁취하기 위해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인권단체 서울·대구에서 이주민 탄압 중단 촉구 …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 요구
▲ 구태우 기자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IS(이슬람국가)가 저지른 테러로 130여명이 사망한 뒤 국내외에서 IS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이주·인권단체가 무슬림 국가 출신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무슬림 국가 출신 이주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어 인권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주공동행동을 비롯한 이주·인권단체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파리 테러를 빌미로 무슬림 국가 이주민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법무부는 파리 테러 다음날인 14일 전국 공항·항만·출입국관리사무소에 위조·변조 여권 감시를 강화하고, 외국인의 입국목적을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외국인 밀집거주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불법체류자 동향을 파악하라는 내용의 특별대책을 시행했다.
경찰은 18일 "알 카에다를 추종하는 활동을 했다"며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이 발표한 증거는 A씨가 알 누스라 깃발을 들고 찍은 사진, 이슬람 원리주의 서적 등이다.
이주·인권단체는 테러를 모의한 것도 아닌데 체포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경찰이 (테러 혐의로 체포한 이전 사건에서도) 반한 활동이나 테러와 연결된 증거를 찾지 못해 결국 흐지부지 끝났다”며 “(테러 모의사실이 없음에도)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추방되고 이슬람에 대한 (한국인의) 공포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올해 2월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법안이 제정되면 사정당국이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인권단체는 “법안이 제정되면 무슬림 이주민이 (사정당국으로부터) 감시와 체포를 당하는 일이 늘 것”이라며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의 민주적 권리가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테러방지법은 개인 기본권을 침해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뿌리산업 인력 부족하다고 파견 확대? 한국노총 “노동자 처우부터 개선하라”
24일 성명 내고 노동부 주장 재반박 … “노사정 합의 안 된 사항은 법 개정에서 제외해야”
고용노동부가 지난 23일 비정규직 관련법에 대한 한국노총 주장을 반박하자 한국노총이 24일 이를 재반박하고 나섰다. 노동부 주장에 대한 한국노총의 평가는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부는 뿌리산업을 주력산업이자 성장동력으로 평가하면서 인력난이 심각해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뿌리산업이 그만큼 중요한 산업이라면 직접고용을 통해 임금·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데도 파견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어이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제대로 된 대우만 해 주면 노동자는 저절로 모이고 인력난도 자동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노동부와 한국노총은 의견이 달랐다. 노동부는 기자들에게 ‘노동 5대 입법 관련 한국노총 주장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설명하면서 “노동자 본인이 원할 경우에만 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어 노동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이에 대해 “사용자 입장에서는 2년만 사용하고 계약을 해지하든, 해당 노동자가 2년 더 일하든 간에 아쉬울 게 없지만 노동자에게는 2년 후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2년 더 늦추는 결과밖에 가져오지 않는다”며 “2년 이상 유지되는 업무는 누가 봐도 상시·지속 업무인 만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 노동자에게 고용안정과 근속연수 증가에 따른 노동조건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말이 안 된다”며 “비정규 노동자들은 4년을 일한다 해도 근속에 따른 임금 증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4년간 일하면서 나이가 들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가능성만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비정규직 차별신청대리권 허용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문가그룹에서도 노조나 근로자대표에게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새누리당이 제출한 정부·여당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이 왜 빠졌는지 이유부터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또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의 취지와 내용을 훼손하고 노사정 간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포함해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안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부, 특수고용직·감정노동자 산재범위 확대 ‘찔끔’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에 당연가입할 수 있는 특수고용노동자 직종을 현행 6개에서 9개로 늘린다. 또 감정노동자 산재인정을 위해 우울병과 적응장애를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포함시킨다.
그럼에도 특수고용직과 감정노동자 산재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정노동자에게 중요한 산재예방 조치도 노동부 개정안에는 빠져 있다.
특수고용직 3개 직종 산재보험 추가적용
노동부는 2일 시간제 근로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감정노동자 산재보험 보호를 확대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시행규칙,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노동부는 개정안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례제도를 대출모집인·카드모집인·전속 대리운전기사에게도 적용한다. 지금은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골프장 경기보조인·레미콘기사·택배기사·전속 퀵서비스 기사에게만 적용하고 있다.
노동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산재보험 임의가입 대상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관광버스기사)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 △건설기계사업자 △비전속 퀵서비스기사 △예술인에 더해 비전속 대리운전기사를 추가했다.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종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노동부의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노사정이 지금껏 논의한 내용에 비춰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가입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했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하반기 직종별 노사간담회를 통해 제도개선안을 검토했다. 이번 개정안에 추가된 직종 외에도 △텔레마케터 △트레일러 기사 △물류배송 기사 △화물트럭 지입기사 △덤프트럭 기사도 논의대상에 올렸다.
그런데 텔레마케터의 경우 근로자성이 강한 데다, 이미 상당수가 보험모집인으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추가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4개 직종이 쟁점이었는데 업체에 대한 기사들의 전속성 정도를 놓고 노사정 이견이 불거지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3개 직종은 종사자수도 많지 않고 판례에서 근로자성이 상당 부분 인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노동부 개정안이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부 개정안은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직종별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근로자와 완전한 사용자 사이 중간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취업자 개념을 적용해 과감하게 제도의 혜택을 부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울병·적응장애 산재인정 … “사용자 예방조치 시급”
감정노동자 산재인정 범위를 넓힌 것에 대해서도 "과감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동부는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우울병과 적응장애를 추가했다. 아울러 고객을 대하는 감정노동자의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하도록 범위를 확대했다. 법원 판례에 의해 정신질환으로 산재인정을 받은 감정노동자들이 일부 있는데, 이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자는 취지다. 현행법상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만 업무상재해로 인정된다.
하지만 노동부는 개정안에서 공황장애 같은 포괄적인 정신질환을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게다가 감정노동자 산재예방 조치도 고려하지 않았다. 고객들의 도를 넘는 요구나 갑질도 문제지만 사용자들이 이를 예방하기는커녕 부추기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조건 친절을 강요하는 사용자측 매뉴얼이나 인사고과 연계 등이 대표적이다.
노동계는 감정노동자 산재에 대한 사용자 예방조치 의무화를 요구해 왔다. 정치권에서는 한명숙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이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별도의 개정안을 내지 않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감정노동의 산재범위를 넓힌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사업주에게 산재예방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감정노동 사용자 예방조치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에서 노사단체 의견을 들은 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에 보고할 예정”이라며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