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잇] 달라질 배달료 체계, 도자킥에게 미칠 영향은?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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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

 

 

서비스일반노조, 배민과 두 번째 단체협약

 

작년 12월 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편의상 이하 배민노조) 간에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단체협약이 맺어졌습니다. 그 자체로 큰 성과이자 투쟁의 결과물입니다. 실제 배민 본사 앞에서 지속적으로 단체행동을 벌였고, 이런 투쟁을 만들어낸 노동조합의 역량은 한국 사회 노동 운동에 큰 이정표라 믿습니다. 여느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비슷하게 배달 노동자들도 개별적으로 노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조 만드는 것을 결심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현재의 배달 노동조합들은 여지없이 깨버렸습니다. 그 결과가 배민과의 단체협약, 쿠팡과의 단체교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단체협약의 큰 성과는 기본배달료 책정 방식을 직선거리에서 실거리 기준으로 바꾼 것입니다. 픽업지(가게)와 전달지(소비자) 간 거리에 따라 기본배달료가 달라지는데, 문제는 직선거리로만 하다 보니 꾸불꾸불하기도 하고, 산이 가로막기도 하고, 한강은 아니지만 중랑천 같은 지천이 있을 수도 있고 한데 이렇게 되면 실제 가는 거리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는데 이것이 배달료에는 전혀 반영이 안 되어 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단체교섭을 통해 큰 진전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모든 배달 노동자의 데이터를 모아야 했다

 

노조 활동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비판만 한다고 눈을 흘길 수 있습니다만, 그런데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면 관계상 한 가지만 짚고 가야겠습니다. 실거리 배달료가 얼마나 개선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라이더유니온에서도 지적했습니다만, 구간별 배달료를 보고 직관적으로 드는 생각은 멀리 가면 갈수록 이득이고, 그렇지 않으면 큰 변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지 직관일 뿐 실제 어떤 근거들이 오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기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협상 초기 사 측에선 기존 직선거리 기준에서 1.35를 곱한 값이 실거리라고 밝혔다. 그 결과 675m(500m×1.35), 2,025m(1,900m×1.35)1)라는 실거리 기준값이 나왔다. 또한, 추가 거리 할증료는 100m당 70원으로 사 측은 제시했다. 서비스일반노조는 사 측의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거리 기준값을 신뢰할 수 없었다. (중략) 라이더들이 직접 운행을 해봤다. 단거리를 배달하는 라이더에겐 수익 감소가 생길 수도 있어서다. 서비스일반노조는 변경 배달료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인상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사 측과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 (출처 : 참여와혁신)

표.jpg

 

발췌한 기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 측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시한 1.35라는 수치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무작정 믿을 수만은 없으니 실험을 해봤겠지요. 하지만 사 측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양이기 때문에 논쟁 자체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때 노조에서 전국의 모든 노동자에게 “우리 다 함께 데이터를 모아봅시다”라고 제안했으면 어땠을까요? 도보에서부터 오토바이까지 많은 사람이 참여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신뢰도 높은 데이터도 확보하고 무엇보다 사 측의 오만한 태도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혼자 해봤습니다

 

답답했습니다. 당장 몇 달 후면 나의 일이 되기 때문에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가진 데이터만으로라도 한번 시작해보자 싶었습니다.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100여 건의 배달 데이터를 가지고 배달료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통계를 내보았습니다. 100개 안팎이라 신뢰도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참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① 회사가 제시한 1.35는 틀렸습니다. 1.57입니다. 

직선거리의 총합은 123.3km, 실거리 총합은 193.8km였습니다. 그래서 둘의 차이 비율은 1.57이 되었습니다.

② 실거리임에도 배달료가 줄어드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실거리로 2.2~2.4km 사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실거리 3km 이상이 나와야만 500원 이상의 수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③ 단거리 콜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실거리 2km 이하 콜의 경우 대부분 차이가 없었습니다. 도자킥(도보, 자전거, 킥보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수행하는 콜이라 볼 수 있는데, 수익이 그리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 확인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배달 앱에는 정산 내역이라는 것이 있는데 날짜별로 배달 내역을 볼 수 있고 배달 건마다 픽업지와 전달지(세부 주소는 *처리됨)까지 대략적인 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느 날부터 확인이 안 되는 겁니다. 저의 개인적인 뇌피셜이지만, 교섭 과정에서 배민 측이 일부러 데이터 수집을 막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닐까 의심이 됩니다.

 

1년 내내 감시하겠습니다

 

100개의 데이터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저도 너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나 혼자가 아니라 많은 노동자의 참여 속에 천 건, 만 건 모아서 진짜 어떻게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지 감시해 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도자킥 노동자들이 좀 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도 만들고 실질적인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2022년이 되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올해도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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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여와혁신〉 인용 기사에는 실거리 기준값이 2,025m로 되어 있으나, 계산상으로는 2,565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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